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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곤의 G멘토링]타협의 달콤함이 주는 교훈

  • 정리=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9.07.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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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가 첫 회사를 창업했을 때 개발하려고 하던 게임 장르는 MMORPG였다. 
I·P의 중요성을 이미 그때부터 느끼고 있었기에 회사를 만들기 전부터 유명한 만화가 분과 만나 그 분의 작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확정해 둔 상태였다. 
이미 전작으로 개발된 온라인게임도 있었기에 차기작으로 포지셔닝하기도 좋고 충성 유저들도 다수 확보되어 있어 개발하기만 하면 기본 이상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첫 타이틀이자 마지막이 된 이 게임은 런(달리기) 장르로 출시됐다. 이유는 단순했다. 예상됐던 투자가 취소되면서 창업 멤버들과 논의해 본 결과, 일단 조달 가능한 자금 내에서 가능한 게임을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이다. 
단지 그런 이유로 첫 게임의 개발 방향은 MMORPG에서 달리기 게임이 되었고, MMORPG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기 멤버들이(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다) 달리기와 레이싱 게임을 분석하고 개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실패 후 멤버들끼리 책임 전가의 주요 화두는 “거 봐. 내가 MMORPG 만들자고 했잖아”였다. 
막상 어려운 시기가 되자 새 장르에 대해 타협한 우리는 서로 간의 원망이 극에 달하면서 결국 모두가 좋지 않게 헤어지는 결말을 맞았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하면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부분 자본력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럴 경우 필자와 같은 스타일의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아직 자금이 부족하니 메인으로 개발하려던 것은 돈 번 후로 미루고 당장 만들 수 있는 것부터 만들면서 투자도 유치하고 개발 감각도 키워보자” 같은 식이랄까. 
그래서 당초 계획은 어느새 서랍 속으로 들어가고 예상도 없던 사업 모델을 준비해 가게 된다. 조직원들도 시작을 한 이상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 같지만, 사실 모두가 찜찜한 상태에서 떠밀리듯 타협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운이 좋아 잘되면 이후로는 문제가 전혀 없을 수도 있지만 사업이라는 분야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보니 위기가 오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 ‘타협’이라는 부분은 조직의 반발과 책임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갈등의 요소가 되고 만다. 
결국, 성공하는 경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만큼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면, 또는 프로젝트를 결정해야 상황이라면 무조건 당초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준비된 것과 준비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만약 자금 등의 여력이 부족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자금이 준비될 때가지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아니면 당초 계획의 프로젝트를 출발시키고 어떻게든 소요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절대로 ‘이 정도 돈으로는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하니 일단 이것부터 해보자’ 식의 타협은 피하기를 바란다. 
정말 깊은 고민과 시간을 통해 준비한 처음의 아이디어와 당장 급해서 임시방편으로 생각한 아이디어는 DNA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조직의 아이덴티티와도 괴리가 심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전심전력해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스타트업 시장에서 이런 타협의 결과는 결국 실패로 귀결되고, 모두가 불행해 지는 불씨가 되고 말 것이다. 
‘타협’이라는 단어는 중용을 가진 선비의 얼굴로 나타나지만, 막상 알고 보면 비수를 가진 자객의 모습이라고 경고하고 싶다.
 

* 배성곤 대표
+ 스프링컴즈 대표, 코파운더
+ 광운대 스마트융합대학원 초빙교수 
+ 전, 액토즈소프트 부사장 
+ 클래게임즈, 이엔피게임즈, 탭조이 등 경영 고문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경향게임스=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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