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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화 논의, 문화적 한계점 ‘명확’

  • 강남=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08.21 18:26
  • 수정 2019.08.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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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와 의학계의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놀이문화와 헌법규범의 차원에서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를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와 문화연대는 8월 2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이날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놀이문화’의 관점에서 중독 프레임으로 게임이 규정되는 배경을 분석했다. 
먼저 시간의 투입이 성과로 이어져야한다는 자본주의적 관점 속에서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분류된다. 아이들의 교육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되는 것처럼,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게임은 단순히 노동을 좀먹는 행위로 비춰진다는 의미다. 또한 기존 질서를 깨는 게임 특유의 저항성도 참여자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이어진다.
기술 자체가 지닌 불확실성도 기성세대가 게임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주요 요인이다. 선형적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이들에게 발전의 끝이 명확하지 않은 기술들이 집약된 게임 콘텐츠는 경제 주체들과 거리가 있는 놀이문화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으로 일상성을 확보하면서 기성세대의 불안감 역시 점차 커져왔다.
이에 대해 이종임 위원은 “게임업계와 학계를 넘어 다수의 이용자들이 참여해, 게임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상의 세계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공통의 장이 없다보니, 산업적 성과나 프로게이머 연봉, 여성혐오 및 페미니즘처럼 단편적인 사례들만 부각됐다. 그 결과, 가장 쉬운 문제제기 대안으로 게임중독이나 산업규제가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위원은 게임의 문화적 특성이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일맥상통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처럼 이미 게임 형태의 TV프로그램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고, 스마트폰 메신저나 AR게임 ‘포켓몬고’를 통해 연결과 체험이 극대화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임 위원은 “모든 참여자들이 비평할 수 있는 장 안에서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는 ‘슈퍼 텍스트’의 개념에서 문화로서의 게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뒤이어 발제자로 나선 박종현 국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문화국가원리’가 게임 영역에도 적용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대한민국 헌법에는 전문을 포함해 4개의 문화 관련 규범 조항이 발견되고, 조항 해석에 기초하면 ‘문화국가원리’를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 문화국가원리는 일반 개개인이 문화를 생산 및 소비하는 주체로서, 개개인의 창의성과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문화적 소외계층이 참여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자율적 문화창조 환경을 조성하는 문화복지 개념도 포함돼있다.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문화 영역의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국가의 직접적이고 조정적인 개입을 피해야한다. 또한 비권력적 주체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도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화국가원리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다뤄진 브라운 vs EMA 사건이다. 당시 이들은 폭력적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 문화예술의 미적 판단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고 예술문화 영역으로 볼 수 있다면 차등 없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더불어 박 교수는 “현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는 문화국가원리를 위배하며, 우회나 그림자 입법을 통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학계에서도 법 규범 용어 선택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는 상황에 입법화로 넘어갈 경우, 중첩적이고 강력한 과잉규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가 내놓은 대안은 기업 자유와 청소년 보호 대신 청소년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프레임 전환이다. 박종현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논란에서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의 자유와 보호 차원에서 국가가 문제해결을 위해 개입할 여지는 있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문화와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한다”고 덧붙였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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