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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논란, 선언적 문화론보다 철저한 전략 필요”

  • 강남=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08.21 19:09
  • 수정 2019.08.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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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에 대해, 게임산업 참여자들이 이분법적인 접근을 넘어 한층 세밀한 대응에 나서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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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8월 21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와 문화연대가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 공동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사회문화부터 규범학, 정부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토론이 펼쳐졌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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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신규 문화과학 편집위원은 게임규제 논의의 두 축을 이룬 부정론과 문화론을 비교했다. 부정론이 게임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토대로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집중한다면, 문화론은 게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게임포비아’의 근원을 밝혀낼 수 있다.
다만 강 위원은 현재의 게임문화론이 지난 4가지 한계에 대한 지적을 이어나갔다. 콘텐츠를 직접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아닌 업계와 학계가 주도하고 있고, 문화와 산업, 게임업계와 의료계를 대척점에 놓는 거친 이분법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부정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문화론자가 존재하고, 게임을 문화로 보호해야하는 명백한 근거논리도 부족하다.
이에 그는 “게임 이용자들이 나서서 게임문화론을 언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업계나 학계는 부정론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논리를 마련해야하며, 다양한 인적 구성을 바탕으로 확장된 게임문화 담론연구 지형을 구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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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게임이용장애’ 논의에 대응한 업계와 학계의 적극적인 실천을 요구했다. 게임이 문화라는 선언적 움직임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후속 행보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자신이 직접 만나본 서울역 PC방과 학원가 아이들을 예로 들었다. 서울역 PC방은 가장 싸고 안락하게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인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성인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밤새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역시 WHO의 기준에 따르면 1년 이상 생활이 이어질 경우 ‘게임이용장애’ 진단이 가능한데, 문화라고 주장하는 사람조차 해당 상황을 살펴보고 있지 않다. 또한 학원 봉고차에 탑승한 아이들이 곧바로 ‘브롤스타즈’를 즐기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확한 이유를 연구하는 사례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경혁 평론가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위험하지만, 단순히 ‘질병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것은 패러다임 싸움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없다”며, “문화라는 관점에서 게임산업 스스로가 부정적 문제까지 포괄하고, 해당 현상의 원인과 대안을 문화적 관점으로 내놓을 수 있는 내적 역량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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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김영진 인천대학교 법학과 교수와 계인국 고려대학교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헌법규범적 측면에서 다차원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영진 교수는 “현행 헌법이 문화국가원리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존재하는 만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정책적 관점의 지원도 해석적 경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모든 놀이문화는 과도할 때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일괄적으로 질병으로 명명할 경우 낙인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의 정책 반영 과정에서 문화적 주체성이 고려돼야하며, 헌법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 해결책 제시를 도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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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계인국 교수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말 한 마디로 현재 상황이 해결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법적 규제에 있어 의학·문화인류학·철학·과학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기본 원칙이 탄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문화들이 가진 구성요건이나 형태, 보호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입법자가 주목하는 규제 필요성 측면에서 ‘게임이용장애’ 대응 전략을 구성해야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관점에서 계인국 교수는 정책에 기반이 되는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ICD-11 등재가 규제를 도입하는데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반면, 게임이 문화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나 다른 문화에서의 중독 논의 증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실제로 독일은 게임이 문화다라는 정의는 내려졌으나, 어떤 요소와 결합됐을 때 게임과몰입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계인국 교수는 “‘게임이 문화다’라는 정의를 출발점으로 두고, 문화로서의 게임이 지닌 문제적 요소나 각 문제별 법적 규제 도입 여부에 대한 다차원적 논의를 진행하는 등 철저한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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