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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브릿지 도민석 대표 “‘웬즈데이’는 약자들의 이야기”

  • 이준수 기자 omega@khplus.kr
  • 입력 2019.09.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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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네팔 대지진을 다룬 ‘애프터 데이즈’를 출시하며 눈길을 끈 겜브릿지가 신작을 공개했다. 신작 ‘웬즈데이’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알리기 위한 게임으로,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수용소를 모티프로 한 사트킨 섬의 유일한 생존자 ‘순이’ 할머니가 1992년에서 1945년으로 타임리프 하여 동료들을 구하는 스토리 어드벤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 뿐만 아니라 강제노역, 생체실험까지 당시 일본군의 전쟁범죄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시작됐으며 올해 말 스팀 얼리 액세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기능성 게임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한 ‘웬즈데이’는 이후 수익의 50%를 정의기억연대 전시성폭력재발방지 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다.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는 ‘애프터데이즈’, ‘웬즈데이’를 “역사적 약자인 주인공들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담은 게임”이라고 소개하며 “게임을 통해 비극적인 사건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감동을 주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Q. 네팔 대지진에 이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을 출시했다
도민석 대표(이하 도).
‘애프터데이즈’, ‘웬즈데이’ 모두 주인공이 역사적 약자들이다. 이런 캐릭터들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모습에 집중해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Q.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란 점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도.
우리가 내놓은 게임들이 대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진 않다. 개인적으로 마블 영화의 팬인데, 마블에서 캐릭터들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드는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대중적이지 않은 게임의 주인공들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Q. ‘웬즈데이’는 어떤 게임인가
도.
인도네이시아 암바네시아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다. 팀원들의 상의를 통해 추리물로 나왔지만, 원래는 액션물로 만들고 싶었다. 독일 나치군의 경우 게임에서 죽이는 모습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울펜슈타인’이다.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시대 배경, 세계관을 가져왔고 나치군을 좀비화해서 fps를 만들었다. 나치의 경우 적으로 인식하는데 있어 거부감이 없다. 반대로 태평양 전투에서 일본을 대상으로 전투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상황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일본이 역사적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주만, 봉오동 같은 영화들이 나오곤 있지만 일본군을 직접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시국이 이런 만큼 괜한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고증에 집중해서 비극과 감동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웬즈데이’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만들어내기 위해 타임리프라는 설정을 마련했다. 현재와 과거를 반복해서 이동하고, 총 다섯 번의 이동을 통해 단서를 모으고, 어떤 비극이 있었는지를 밝혀 나가는 대체 역사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Q.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도.
창업할 때 특정 주제로 게임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다만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겠다고 결심했다. 네팔 지진을 다룬 ‘애프터데이즈’의 경우 시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도전했고, 후속작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우 평소에도 고민하던 소재였다. 다만, 게임으로 만들자고 결심하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준비도 많이 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다만 최근 일본과의 분위기를 보면서 더 기다리다가는 생존자분들이 모두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고, 다른 전문가들 도움을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Q.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꾸준히 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된 ‘귀향’이라는 영화가 있다.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있더라고 계속해서 그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힘이 들더라. 게임의 스토리를 다루면서 관련 자료를 꾸준히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나문희 배우가 주연을 맡은 ‘아이캔스피크’라는 영화는 거부감이 덜했다. 문제의 심각성, 피해자들의 사연, 진실이 갖는 분노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을 취했다. 게임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와닿을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Q. 게임을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 있나
도.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청소년과 청년으로 대표되는 미래세대가 이야기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게 하려면 이용등급을 낮춰야 했고, 현재 ‘웬즈데이’는 12세 목표를 하고 있다. 수위를 낮추면서도 당시에 만연한 비인간성, 폭력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다.
12세를 목표로 하면 직접적인 노출, 묘사를 피하면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 전쟁범죄들이 왜 일어났나, 어떤 상황으로 진행됐나 등에 집중했다.

Q. 관련 자료는 어디서 모았나
도.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기반으로 만든 소설과 증언집들을 많이 봤다. 현장에서 있었던 말도 안되는 일들을 스토리로 넣기도 했다. 고증과 기획 사이에서 고민이 컸다. 고증을 담당하는 황유정 작가님이 수위 조절을 잘 해주셨는데, 이미지나 사료를 접하다 보니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다.

Q. ‘웬즈데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게임을 플레이하고 느끼면 좋겠다. 태평양 전쟁 중에 있던 일본군의 범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피해자를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왔다. 일본과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대만 외 다양한 국가들의 피해자들이 있다. 게임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순 없겠지만, 미래 세대들이 접하기 쉬운 게임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힘을 모으고 싶다.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도.
‘웬즈데이’는 올해 안에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의 캐릭터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미국, 일본 게임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캐릭터 레퍼런스를 찾기가 힘들었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에 편승하기 보다는 게임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가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경향게임스=이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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