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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곤의 G칼럼] 잘 하고 싶은 것 말고 잘 하는 것 하자

  • 정리=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9.09.11 14:54
  • 수정 2019.09.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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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궁수의 전설’이라는 게임이 흥행하고 나서 유사 게임 만드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는 늘 증명되는 것을 한가지 꼽자면 인간(?)인 까닭에 잊고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관련업계를 예로 들자면 엔씨소프트가 캐주얼게임 포털사업에 뛰어들었다 참패를 하고 넥슨이 ‘제라’ 같은 하드코어 RPG 비즈니스에 도전했다 실패를 한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성공을 하게 되면 그 성공의 이유를 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잘못된 결말은 항상 그로부터 비롯된다. 온라인게임 및 모바일게임 시대를 통틀어 첫 타이틀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출시한 사례가 몇이나 될까. 개발에 참여한 크루들은 과연 성공한다고 믿고 있었을까. 경영자는 확신했을까. 성공한 후에 성공에 대한 이유들을 분석이랍시고 가져다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성공의 이유라는 것은 다른 게임에는 적용할 수 없는 매우 관념적인 내용일 때가 많다. 시기가 맞거나 운이 따르거나 플랫폼이 바뀌거나 극적인 변화들이 오히려 존재감도 없었을 게임을 갑자기 신데렐라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많다. 
물론, 게임 개발사와 개발자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이나 개발 역량을 폄훼하고 싶어서 던지는 화두는 아니다. 다만, 첫 안타나 홈런을 친 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한번 되짚어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말자는 의견일 뿐이다.
‘리니지’로 성공한 엔씨소프트의 유저층은 린저씨로 대변되는 하드코어 RPG 유저들이다. 하드코어 RPG 유저층이 탄탄한 엔씨소프트가 캐주얼게임 사업을 시도했을 때 이미 결과는 뻔했다고 본다. 
오히려 모바일게임 시대가 도래했을 때 엔씨소프트는 결국 ‘리니지’로 비약적 성장을 하고 있다. 그나마 이와 같은 대형 회사들의 경우 잠시 다른데 눈을 돌려 손실을 크게 입더라도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첫 타이틀 하나로 성공한, 그것도 특정 장르에 경쟁력을 가진 중소 기업들이 ‘외도’를 했다면 제대로 회복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더불어 인디나 스타트업은 회생 불가능의 상태가 될 것이다. 
게임사가 포트폴리오 다양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에 사로잡혀 예컨대, FPS장르로 실패를 반복하다 역량이 강화되어 성공한 회사가 RPG를 만들거나 퍼즐로 성공한 회사가 레이싱을 만들거나 RPG로 성공한 회사가 슈팅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그 개발 역랑이 받쳐줄 것인가. 
실패를 반복하며 올라선 노하우가 있을까. 타깃 유저는 과연 같은가. 모든 것이 불리한 정황뿐이다. 
그런데 왜 항상 첫 게임이 흥행하고 조금 형편이 나아지면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일까. 필자 생각에는 성공의 이유를 자신들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믿게, 아니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과욕이 충만해지면 대부분의 경우 결국 실패한다. 
트렌드에 휘둘리지 말고 첫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잘 하고 싶은 것 말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해 나가는 것.”
이 사실은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담보하고 리스크에 대응하는 기본이다. 
비록 아직 성공하지 못했어도 어떤 장르를 선택해서 개발하고 있다면 시장 상황에 따라 이런 저런 다른 장르로 갈아타는 것도 부디 자제하기를 바란다. 결국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도 한 가지를 깊이있게 파고들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 배성곤 대표
+ 스프링컴즈 대표, 코파운더
+ 광운대 스마트융합대학원 초빙교수 
+ 전, 액토즈소프트 부사장 
+ 클래게임즈, 이엔피게임즈, 탭조이 등 경영 고문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경향게임스=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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