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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연필과 스페이스 펜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19.09.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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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60호 기사]

발상의 전환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많이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에서 개발했다고 하는 스페이스 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간단하게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은 우주 개발을 경쟁하고 있었다. 그 때 미국 항공 우주국은 무중력 환경인 우주에서 볼펜을 쓸 수 없어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 중력, 온도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우주 공간에서도 사용가능한 스페이스 펜을 수백만 달러를 들여 개발했다. 이 스페이스 펜을 자랑하고 싶었던 미국의 과학자들은 소련의 우주 과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는 필기구 문제를 물었다. 소련의 과학자들은 당연히 연필을 쓰고 있는데 미국은 다른 것을 쓰냐고 반문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스페이스 펜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한 동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인용됐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먼저 우주 공간에서 연필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중력인 우주 공간에서는 연필심이 부러지는 경우가 발행하거나, 연필의 흑연 가루가 날리더라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부러진 연필심이나 흑연 가루가 우주 비행사의 호흡기에 들어갈 수도 있고, 기계 장치 안에 들어가 고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미국 항공 우주국은 우리가 보통 샤프라고 부르는 기계식 연필을 사용했다. 그리고 가장 큰 반전은 스페이스 펜은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개발한 것도 아니다. 필기구를 제작하는 민간 기업이 개발했으며,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구입해서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소련 또한 이 펜을 구입해 사용했다. 또 다른 반전은 일반 볼펜도 우주 공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검증하지 않고 믿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 혹은 권위 있는 학자나 대학 교수, 사회 유명 인사 등이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는 스스로 검증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문이나 방송의 앵무새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은 콘텐츠이다.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콘텐츠의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 고민하지 않으면 그 내용이 수많은 오해를 양산할 수도 있다.

최근 검증하지 않은 기사를 쓰레기처럼 쏟아내는 많은 기자와 신문이 있다. 이런 기자와 신문들이 검증도 하지 않고 게임을 중독 물질로 몰아세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소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우리 게임인들은 이런 몰지각한 기사의 이면에 있는 사실 확인을 스스로 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게임과 게임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높이는 길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아울러 필자가 위에 쓴 에피소드 역시 스스로 확인해 보기 바란다. 필자가 쓴 내용 역시 사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우주 비행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공간에서 연필을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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