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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 게임 결합된 교육·경제·여가 ‘기대’

  • 여의도=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09.18 16:19
  • 수정 2019.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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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온라인 MMORPG ‘이브온라인’을 통해 향후 변화될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상해보는 장이 열렸다.
이와 관련해 9월 18일 ‘이브온라인 힐마와의 토크콘서트’에서 힐마 피터슨 CCP게임즈 대표와 김경만 펄어비스 CBO(최고사업책임자), 김세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대도서관’ 나동현 크리에이터의 자유로운 대담 시간이 마련됐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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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힐마 피터슨 대표는 “‘이브온라인’의 핵심 모토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삶의 기술들을 배우고 훈련하는 놀이터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저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방안을 고민하고 창의성 발휘를 위한 도구들을 배치했으며, 150명으로 시작했던 게임이 수천만 명이 즐기는 거대한 MMORPG로 성장해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육과 훈련이 이뤄지는 놀이터라는 개념에서, 그는 ‘이해’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포유류는 놀이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우며, 창의력을 높이고 다양한 관계들을 쌓는 경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질적인 피해가 존재하는 현실과는 달리, 게임에서는 실패하는 모든 과정이 연습이자 훈련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이브온라인’ 유저이기도 한 대도서관은 “학교에서 국어나 영어, 수학을 배우듯이, 게임 안에서도 리더십이나 정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정해진 커리큘럼이 아닌 대체적 경험을 통해, 사회적인 관계형성에 관한 삶의 기술들을 익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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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힐마 피터슨 대표는 ‘이브온라인’을 통해 부의 재분배 실험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털어놨다. 게임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베테랑 유저들에게 신규 유저가 맞설 수 있는 여지를 줘야하며, 재화들의 인플레이션이나 자원 재배치 등 경제의 다이나믹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도서관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 공감대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브온라인’은 우주의 끝에서 끝까지 하루 종일 함선으로 물건을 나르는 배송업이 존재하고, 이 과정에서 약탈 기회를 노리는 해적과 배송업자를 지키는 용병이 등장해 각 직업군의 소통이 발생한다. 또한 게임의 청사진 위에서 유저들이 모든 재료를 제작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개발사와 경제학자가 함께 조정한다. 대도서관은 “게임하면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때리거나 죽이는 재미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브온라인’처럼 초보 유저들을 돕는데서 보람을 느끼는 게임도 있다는 사실을 소개해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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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인간이 노동의 주체에서 퇴장하는 미래사회에서 게임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세연 의원은 “사람들이 주 20시간 근로가 일상화되면,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낼 새로운 공간, 새로운 몰입의 대상이 필요하다”며, “‘꿈의 사회’로 정의되는 후기 정보화 사회에서는 게임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가 핵심 산업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힐마 피터슨 대표는 ‘이브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발사가 고민하고 연구해온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 전체 중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높지 않기 때문에, 현실의 직업과는 달리 게임이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또한 아직 규제 필요성이나 사회에서의 교환가치 등 고려할 점이 많지만, 외화 환전이나 암호화폐 거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게임머니를 현실 화폐로 교환하는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브온라인’이라는 선례에서 개발자와 유저들이 배우는 교훈이 있고,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인사이트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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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올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도 화두로 올랐다. 우선 대도서관은 “나도 ‘이브온라인’ 내에서 남들을 약탈하는 해적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 내 폭력행위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단순히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들을 가상현실에서 체험하는 수준의 학습과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게임중독 토론에서 매번 하는 말이지만, 관계가 무너지거나 그 안에서 다쳤을 때 알콜중독에 빠진다”며, “게임 안에서만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힐마 피터슨 대표는 “게임은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강력한 도구인 만큼, 게임 개발자들이 큰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정확한 이해 없이 규제에 나서는 행보를 조심해야한다”고 답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산업이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는데, 자칫 산업이나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할 경우 중요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정부의 역할은 이해를 바탕으로 양육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오랜 기간 게임과 함께 살아온 만큼, 무조건적인 개입보다는 게임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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