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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갖는 의미

  • 이준수 기자 omega@khplus.kr
  • 입력 2019.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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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60호 기사]

8월 31일 진행된 LCK 서머 결승, 오프닝에서 그리핀 ‘타잔’이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직후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왜 ‘의자’였을까.

한동안 세계를 뒤흔든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생각해보자. ‘왕좌의 게임’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수백개의 칼로 만들어진 철왕좌다. 철왕좌에 대한 욕구는 최고 권력에 대한 욕망이기도 하다. 왕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철왕좌가 드라마 마지막 순간 드래곤에 의해 녹아버리는 모습은 드라마의 배경인 웨스테로스의 비극의 근원을 끊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의자’가 갖는 의미는 그렇게 무겁다.

e스포츠에서도 ‘의자’는 상징성을 갖는다. 임요환, 최연성, ‘페이커’ 등 시대를 대표하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자리였기 때문이다.
e스포츠 팬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핀이 서머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결승에 직행한 상태지만 상대인 SKT T1은 롤드컵 3회 우승, LCK 7회 우승을 거둔 그야말로 왕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팀이 맞붙은 스프링 시즌의 우승팀은 SKT였다. 그리핀이 3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한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자’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e스포츠 팬들의 생각인 셈이다.

한국 e스포츠에는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내려온 스토리와 감성이 존재한다. 종목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SKT와 kt 롤스터는 통신사 라이벌로 존재하며, 임요환의 뒤를 잇는 선수로 ‘페이커’가 꼽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e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야 말로 리그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는 점을 인식할 때다.

 

[경향게임스=이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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