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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생각하라. 그래야 존재한다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19.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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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61호 기사]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를 나타내는 라틴어 명제이다. 데카르트는 참된 진리를 찾기위해 진리라 믿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법론적 회의를 이야기했다. 우리의 감각도 의심했고, 우리의 사상과 종교도 의심했다. 그러나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그것을 나타낸 표현이 바로 위의 명제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기존의 가치관, 지식 등을 의심하지 않고, 수용해 믿는다. 필자는 6살 때 까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고, 초등학생 때에는 어른들의 말씀은 모두 진리라고 믿었고, 고등학생 때에는 신문 기사는 모두 사실이라 믿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보통 고정관념 혹은 편견이라고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자유로운 생각을 막고, 예측 가능한 사고를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필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다보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 많은 학생들의 거의 유사한 답을 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유사한 생각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이거나 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배우는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정답이 있는 교육을 받았으며,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답을 찾아야만 하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세상에 정답이 없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지금 정답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 학생들이 기획하는 게임뿐만 아니라 시장에 출시되는 많은 게임에서 일반화된 것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캐릭터의 수집이나, 디자인 스타일, U·I(User Interface), 장비의 강화 등 많은 시스템적 요소들이 의심 없이 정석이라고 불리는 형태로 제작되는 것을 본다.
처음부터 정석이었던 것은 없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시스템이 정답으로 인식되고, 그런 인식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권위를 가지게 된다. 권위를 가지게 된 시스템은 어느 순간부터 의심 없이 정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요즘 게임 업계는 다양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어렵다. 투자는 줄어들고, 빈익빈부익부는 커지고, 각종 규제에 대한 이야기와 게임 중독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게임은 콘텐츠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권위에 굴복하여 의심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유저는 결국 그런 게임을 외면할 것이다. 식상하고 재미없는 게임을 좋아할 유저는 없다. 게임 업계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으면, 유저는 게임 이용 자체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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