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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곤의 G멘토링] 왜 VR은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는가

  • 정리=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9.10.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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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VR 비즈니스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경험과 기술의 영역에서 논리적으로 이번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역시 아니다. 다년간의 게임 비즈니스를 경험한 종사자로서 그렇게나 많은(!) 정부의 투자 지원과, 개별 기업들의 시간 및 노력이 투자됐음에도 왜, 대부분의 VR 사업이 수익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VR은 무엇인가. 버추얼 리얼리티, 즉 가상현실이다.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인 것.” 바로 이 부분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사업이 VR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VR은 이 가상현실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HMD, 조작 장치, 햅틱 수트, 트레드밀 등 몸에 붙이거나 준비해야 하는 장비가 너무 많고,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ios처럼, 콘솔의 PS4, Xbox처럼 글로벌로 표준화되어 주도할만한 장비도 없기 때문이다. HMD는 가상현실의 핵심이지만 몰입감을 주는데 최고의 방해 요소이기도 하다. 땀이 나고 화장이 지워지고 무겁다. 최소한 안경 수준으로 작아지지 않는 한 결코 몰입감을 제대로 줄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왜 HMD였을까. 아마도 이 부분은 VR시장을 초기 주도한 기업들이 장비를 기반으로 한 회사들이었다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그들 입장에서는 장비를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라 가능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장비를 공급해야 하는 원초적 목적이 중요할 것이다. 콘텐츠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 
반대로 콘텐츠 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콘텐츠의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데 리텐션을 확보하지 못할뿐더러 플랫포머에게 공급하는 공정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이 확보되지 않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플랫포머는 공간과 기기를 가지고 있으니 낮은 가격에 콘텐츠를 공급 받는데는 성공하지만 공간에 대한 충분한 임대비와 인건비, 운영비 및 콘텐츠 수급에 따른 고객의 지불을 보장받지 못하기에 결과적으로 장비 업체, 콘텐츠 공급사, 플랫포머 누구도 위너가 될 수 없는 사업 모델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년 정부 지원 예산 규모가 얼마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원금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지속하다 보니 야성을 잃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면 정부 기관은 수익성이 증명되지 않음에도 왜 VR 분야 지원에 목을 메는가. 단순한 생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업적을 보여주기에 좋기 때문이라고 본다. 게임은 화면 하나 달랑 띄워 두는게 전부지만, VR은 보기에 얼마나 화려한가. HMD를 끼고, 수트를 입고, 트레드밀을 뛴다. 구현하기 위한 장치와 인테리어가 어마어마하다. 소위 “윗분들이 보기 심히 좋았더라”에 딱 어울리는 콘셉트가 아니겠는가. VR 분야가 미래의 중요한 기술임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R&D는 계속 되어야 하지만 문제는 언제 어떤 형태로 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해 개별 기업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어느 분야를 공략할지도 사전에 연구되어야 한다. 개별 장비나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VR의 안드로이드나 ios가 되어줄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기반 기술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때이다.

 

* 배성곤 대표 프로필
+ 스프링컴즈 대표, 코파운더
+ 전, 액토즈소프트 부사장 
+ 광운대 스마트융합대학원 초빙교수 
+ 이엔피게임즈, 클래게임즈, 탭조이 경영 고문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경향게임스=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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