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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새판짜기, 차세대 게임시장 장악 프로젝트 ‘본격화’

내수시장 변화 대응하며 차세대 시장 겨냥 ‘체질개선’ … 게임성 치중, 대작 콘솔게임 대거 개발 ‘이미지 쇄신’ 노림수
자금, 개발력 집중투자 스타개발자 프로젝트 대거 선봬 … 2020년 글로벌 콘솔시장 융단폭격, 전방위 공략 ‘예고’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10.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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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63호 기사]

20년전 중국 게임 시장은 한국발 게임에 크게 환호했다. 한국 개발자들이 개발한 작품들을 수입해 시장을 형성했고, 기업들은 승승장구하면서 중국 게임산업이 시작된다. 10년전 중국은 벌어둔 돈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투자,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히트브랜드를 양산해냈다. 한국게임을 최고로 보던 중국은 이제 ‘판호’를 방패막으로 내세워 한국게임을 막고, 오히려 자국 게임을 한국에 역으로 수출하면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스타개발자들이 총력을 기울인 게임들이 선두권을 지키는 가운데 크고 작은 중국발 게임들이 서서히 목을 옥죈다.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산업을 이끄는 소위 ‘최후의 보루’들이 외부 압박에 의해 시달리는 사이, 중국은 정부의 지원과 대규모 자금을 무기로 한국 시장마저 집어 삼킬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던 게임개발자들을 중국으로 불러 모았다. 다년간 쌓아온 대작 게임 개발 경험과 외주 제작팀, 글로벌 시장 인지도, 자국 내수시장 파워가 결합되면서 새판짜기는 가속화됐다. 덩달아 내수시장 변화가 겹치면서 중국은 새옷을 입을 준비를 마쳤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중국 게임업계도 크게 변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Z세대. 95년생 이후, 2000년생 이후 출생자들로 구성된 이 세대는 전체 1억 5천만 명, 범위를 확대하면 약 4억 천만 명이 이 부류에 해당한다. 이 세대가 쓰는 돈이 중국 전체 콘텐츠 소비 금액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파격적인 세대다. 매년 소비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중국 소비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게임 분야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은 체질 개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 소니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변화하는 내수시장
중국 내수 시장은 이에 따라 크게 요동친다. Z세대는 1인가구당 1자녀규칙을 지켜야하는 규정하에 탄생한 세대다. 때문에 Z세대를 이루는 구성원들은 부족함이 없이 자란 세대다. 부모는 저축에 투자하는 반면 Z세대는 걱정없이 돈을 쓴다. 자신들의 능력을 고려치 않고 더 ‘뛰어난’ 상품들을 수집하고 돈을 쓴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례로 이 세대는 매년 평균 5만 위안(829만 원) 이상 명품에 돈을 쓴다. 혼자 지내는 만큼 또래 집단들과 함께할 수 있는 SNS나 게임을 주요 취미로 삼는다. 이들은 MMORPG와 e스포츠에 열광하며 SNS를 통해 방송 중계를 본다. 이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정품 사용’. 저작권인식이 보편화되는데다가 돈을 쓰는데 거부감이 없어 콘솔기기와 게임들을 유료로 구매하기 시작해 거대한 유저층들을 형성한다. 일례로 스팀 마켓은 중국에서 급성장했다. 중국에서만 연간 약 1조 원 게임 구매가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스위치 등 콘솔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수출되기 시작했으며, 이들이 거대한 구매층으로 관련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Z세대 겨냥 ‘명품 전략’ 시동
중국 게임사들도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내세운다. 그간 30대와 40대를 관통했던 게임 트렌드를 유지한 가운데 투트랙 전략을 가동 Z세대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명품화’ 전략을 내세운다. 퀄리티를 끌어올린 명품 게임을 출시하면 Z세대가 가감없이 돈을 쓸 것이란 계산이다. 그 핵심을 이루는 전략 중 하나가 ‘스타마케팅’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아시아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면서 ‘차이나 히어로(중국지왕)’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콘솔게임 개발자’를 ‘영웅’으로 추앙하고 이들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란 전략이다. 현재 중국내 인디 개발자들을 섭외 7개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선정하고 이들이 중심축이 돼 콘솔 게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기업들도 자사 개발진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대작’, ‘스타’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과거 대형 프로젝트를 개발한 전력이 있는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과 개발력을 투입, PC시장과 콘솔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게임 출시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차세대 스타 프로젝트 가동
면면을 살펴보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현재 가동중인 전략은 스타 개발자를 가능한한 많이 포섭하는 것. 한국 유명 개발팀들이 중국 넷이즈, 텐센트를 비롯 메이저 개발사들의 스카웃을 받아 현지로 이동하는 정황은 이미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여기에 캡콤, EA, 베데스다 등 메이저기업들도 그 대상이 됐다. 중국 내부에서 열혈한 지지를 얻고 있는 개발팀들도 일제히 작품 개발에 돌입했다.
현지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이렇게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당 약 1천 명이 넘는 개발인력이 투입되며, 제품 개발비는 백지수표로 위임한다. 개발 기간 역시 큰 제약은 없으며 보통 3~4년이상 개발기간을 보장받는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중국 대형 기업 제의를 받아 현지에 합류한 한 개발팀 소속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이 기업에만 같은 방식으로 대여섯개 타이틀이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소위 ‘트리플A’급 게임들이 대여섯개란 설명이다. 그는 “개발과정에서 몇 개가 엎어지더라도 두 세개는 제대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출시되면 E3이나 GDC에 출품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한 퀄리티 게임들이 다수 경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개발자는 이어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 실력있는 외주기업들이 함께 작품을 개발하게되고, 각 개발팀은 이미 메이저 콘솔기업과 협업하고 있는 기업이다”라며 “기업에서 ‘밀어주는’ 게임으로 선정되면 엔진사와 미드웨어 개발사, 콘솔게임사들이 달라 붙어 함께 작업하게 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텐센트는 닌텐도와 함께 협업해 중국에 닌텐도 스위치를 정식 출시한다

중국발 새판짜기 글로벌 시장 노린다
중국은 이렇게 탄생된 게임들을 중국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면서 영향력을 확대한다. 자국 게이머들이 ‘명품’으로 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실제로 유명 퍼블리셔들이 중국게임들을 가져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 역시 자국 내수시장 영향력을 미끼로 글로벌 대형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 각 제품을 영어, 독일어, 한국어 등 글로벌 시장에 맞게 개편한 뒤 스팀과 PS4 등으로 출시한다.
일례로 지난 2019년 10월 18일 ‘몽키킹:히어로 이즈 백’과 같은 타이틀은 중국기업이 일본 기업과 함께 협업해 개발한 콘솔게임 중 하나. ‘서유기’영화 I·P를 소재로 자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또, 텐센트는 자사 히트작품들을 닌텐도 스위치로 컨버전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넷이즈는 캐나다 몬트리얼에 R&D스튜디오를 오픈했고,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개발사에 지분을 투자, ‘제2의 배틀그라운드’를 꿈꾼다. 완미시공(퍼펙트월드)은 ‘다크사이더스3’과 ‘네버윈터나이츠’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다수 기업들이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렇게 탄생된 게임들이 2020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면 중국 게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큰 노림수는 ‘자국 게임’, ‘자사 브랜드’ 인식 변화. 과도한 과금과 품질이 떨어지는 게임성이라는 인식을 벗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명품’브랜드로서 인식 변화를 꾀한다.
중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준비를 하면서 시장 판도 변화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배틀그라운드’ 열풍 이후 관련 시장 변화가 가속화 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변화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시장은 비교적 느리게 변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전술을 찾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한 채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중국 시장. 오는 2020년 중국은 새  판짜기에 나선다. 이미 중국 게임들이 턱밑까지 들어차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은 이에 대응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국내 시장 전문가는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고 봤다. 이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투트랙 전략은 분명히 가동중이라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라며 “자본과 개발규모 등은 분명히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개발력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이야기하면 중국 시장에서도 신시장이 열리면서 명품게임인 국산 게임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더 흐름이 가속화 되기 전에 정부가 중국과 협상해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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