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바칼로레아와 게임산업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19.11.04 15:5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령 763호 기사]

- 시간을 피하는 것은 가능한가?
- 예술작품을 설명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 문화적 다양성이 인류의 동질성을 방해하는가?
-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 윤리적인 정치가 최선의 정치인가?
- 노동이 인간을 나누고 있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위의 질문들에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필자 역시 저 질문을 처음 접하면서 답을 하기가 어려웠고, 사실 지금도 생각을 정리해 글로 쓰려면 어려운 질문들이다. 이런 어려움은 필자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그러나 슬픈 사실은 저 문제가 프랑스 대학 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의 2019년 기출 문제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위해 위의 질문 같은 문제 중 하나를 골라 4시간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주장하는 글을 써서 제출한다. 시험이 있는 저녁에는 유명 인사들이 TV에 나와 학생들처럼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한다고 하며, 학생들은 집에서 부모와 같이 문제에 대해서 토론한다고 한다. 해당 시험은 절대 평가이며,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모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우리의 입시 문화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또한 우리의 상대 평가, 순위 중심의 입시 제도와도 큰 차이가 있다.

위 시험 문제를 현재의 한국 고등학생들에게 제시하면 얼마나 답을 서술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입시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여 서술하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프랑스 학생들이 한국의 입학시험을 치더라도 좋은 결과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시험이 더 좋을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없는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을 기반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다. 영화의 시나리오, 웹툰의 세계관, 게임의 배경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의 창작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세상은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사회는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요구하면서 정작 교육은 창의력을 가르치지 않는다.
게임은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종합 콘텐츠로서 세상에 대한 많은 이해가 반영되는 창작물이다. 한국의 콘텐츠 분야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분야라도 학생들과 제작 스태프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것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런 노력이 모여서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고,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제 한국 게임산업을 위한 바칼로레아를 준비할 때가 아닌가 한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