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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히데오 인터뷰] 당신과 타인 사이. 그것을 연결하는 고리 '데스 스트랜딩'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11.30 12:54
  • 수정 2019.12.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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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는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나와 서로 다른 이들을 연결한다. 메신저를 통해서, SNS를 통해서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 편리한 점도 있지만 분명히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누군가는 악플을, 욕설을 서슴지 않고 이를 통해 상처 받기도 하기 떄문. 오히려 그것이 누군가에겐 상처로 남아 고독을 부를지도 모른다. 유명 연예인들이 유명을 달리하는 요즘 다시 한번 생각해볼만한 주제다. 코지마 히데오는 단점 보다는 장점을 어필하고 싶었다. 당신과 타인 사이. 그것을 연결하는 고리로 '데스 스트랜딩'을 만들었다. 

코지마 히데오 역시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을 돌면서 전 세계 팬들을 만나고 '연결'되며 '공감'을 나누는 과정을 진행중이다. 30일에는 서울을 방문해 월드 투어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의 세계를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저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독을 느끼는 편입니다. 회사에서 있거나 생활을 하다 보면 혼자인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혼자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간다는 기분이죠. 그런 분들에게 세계에 나같은 사람이 여럿 있고, 그것을 아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합니다." 

그가 설명하는 '데스 스트랜딩'은 희망이다.  누구나 혼자라 인식할때가 있지만 항상 '연결'돼 있다. 직접적인 연결은 아닐지라도 간접적인 연결은 분명히 있다. 그 과정을 겪는 주인공 '샘'은 다른 이들을 '연결'해 나가면서 희망을 이어 나가는 캐릭터다. 유저들의 말을 빌어 '인터넷 설치 기술자'로서 그는 활약한다. 특정 지역과 지역을 이동하면서 연결하는 역할. 홀로 짐을 지고 걸어가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 보다는, '연결'에서 오는 '좋아요'를 얻고 묘한 감정을 자아내는 것으로 게임은 설계돼 있다. 

실제 생활에서도 '인터넷 설치 기술자'들이 오가듯, '샘'의 역할을 하는 이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코지마 히데오는 '도로 공사'를 예로 들었다. 처음에는 등짐을 지고 두발로 뛰어야 했던 게임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타를 차고 달린다. 이전에는 두 발로만 걸었던 지역에 어느새 '도로'가 설치돼 있다. 타인이 대신 공사를 해줘서다. 시간은 10배 이상 줄어 들고, 짐을 나르는 편의성도 크게 개선된다. 반대로 유저가 직접 건설한 도로도 타인이 달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보니 코지마 히데오는 이 부분을 통해 실생활에서도 작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길을 가다가 주변에서 도로공사를 하시는 분들이 보인다면, 게임하기 전과 후에서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식이다. 비단 도로 공사 뿐만 아니라 그 외에 다양한 부분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도록 게임은 제작 됐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여럿 있고 이를 연결하는 게임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면 '연결된 유대'를 통해서 실생활에서 친구, 사람들간 연결관계를 한번 쯤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도 '데스 스트랜딩'을 집에서 혼자서 플레이하셨겠지만 이 곳에 오니 많은 분들이 함께 게임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으셨으면합니다."

심오한 주제 때문일까. 낮선 플레이 방식 때문일까. 게임은 어렵다는 인상이 있다. 혹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게임이라며 혹평하기도 한다. 반대로 게임에 열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미 몇몇 매체는 이 게임에 올해의 게임 딱지를 붙였고, 유명 어워드 행사인 '더 게임 어워드'에서는 8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비관론자들은 "예술병이든 코지마 히데오가 내놓은 반복 행동 게임"이라며 비난하는 반면 옹호론자들은 "게임에 적응하고 이해하는 순간 왜 최고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아무래도 새로운 게임이다 보니까 도입부만 플레이 하셨을때는 위화감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3장 넘어가면서 부터 게임 플레이에 익숙해지고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조금 나아질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나와 타 유저가) 연결되면서 각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감정(좋아요)을 체험하면서 서서히 게임이 '좋아지는' 반응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부분이지만 걱정한 것도 사실입니다. 계획대로 된 것 같아 기분은 좋습니다."

심지어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팀원들도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나올 정도니 오죽 하겠는가. 코지마 히데오는 팀원들에게 샘이 BB를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려 전달했더니 '이게 뭐야'하는 반응이었다고 회고한다. 물건을 배달하고 이동하는 게임성 자체가 전례가 없었던 만큼 긴 기간동안 스탭들이 걱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이 기간은 실험적인 기간이다. 자신이 오랫동안 지내온 코나미를 퇴사했고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개척해야만 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도 이 부분이다.

"30년이상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에는 전혀 불안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불안했던 것은 제로(0)부터 다시 시작(리스타트)한다는 점이었죠. 사무실도 없었고, 기자재들도, 스탭들도 없던 상태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마련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것들이 다르고 힘들었었습니다. 유대관계를 처음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해서 재미있었던것 같습니다. 어쩌면 개발 과정이 '데스 스트랜딩' 게임성과도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도전들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오히려 코지마 히데오는 '재미 있다'는 표현을 주로 썼다. 30년동안 게임을 개발하고 굳건한 팬층을 보유한 개발자 답게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새로운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가만 하면 플레이 해 주시는 유저들이 존재하기에 오히려 세상에 없었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감독 본인이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고 그는 밝혔다.

반대로 이 30년이 넘는 세월이 장벽이 되지는 않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팬들도 나이를 먹는다. 이제 새로운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되고 게이머가 된다. 이들을 대할 때 부담이 분명히 있을지도 모른다. 미친듯이 개발하고 난 결과가 시쳇말로 '틀딱게임'이 되버린다면 역시 커다란 걱정거리 일터다. 

"제가 개발한 게임은 젊은 분들도 플레이하시고 저와 동년배(1963년생, 만 56세)도 플레이합니다. 그렇다보니 항상 세대간에 공통된 화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캐릭터들을 예로 들면 노먼은 '워킹데드'를 잘보는 10대와 20대에서 인기를 끄는 배우입니다. 매즈 미캘슨은 30대와 40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고, 린제이 로한은 50대와 60대사이에서 굉장한 스타입니다. '데스 스트랜딩' 주제 하나를 가지고 등장인물들을 놓고서도 부모와 자식간 공통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집중했습니다."

실제 게임 속 등장인물들도 각양 각색이다. 음악가에서 부터 엔지니어, 소설가, 수집가, 코스튬플레이어까지 세대를 초월하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게임 속에서 '연결'돼 간다. 인종도, 연령도, 성별도 모두 다양하며 각자를 대변하는 이야기들을 쏟아 낸다. 덕분에 각자 몰입하는 대상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배우'를 선정하는 일일 수 있다. 배우 선정 과정에서 '이토 준지(공포 만화가)'가 등장하는 가 하면 미국 유명 코미디언이자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까메오로 게임 속에 등장한다. 여러모로 독특한 배우 선정 기준이다.

"먼저 캐릭터를 생각해두고 그에 걸맞는 배우들을 찾습니다. 그래서 캐스팅한 배우의 개성을 기반으로 대화를 해 나가면서 스토리를 조금씩 바꾸는 식으로 작업을 하게 되죠. 제가 기본적으로 디렉션을 정하지만 이번에 작업한 배우들도 워낙 유명한 배우들인데다가 능력있는 배우들로 각 배우들의 아이디어와 캐릭터성을 기반으로 그때 그때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갈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와 기꺼이 작업할 것 같지만 그도 함께 작업하고픈 배우들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송강호'씨를 언급한다. 그는 10년전부터 꼭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 송강호씨가 출연해주기를 바랬다고 한다. 계속 기회를 보고 있지만 연이 닿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영화광인 코지마 히데오는 올해만 영화 300편을 봤는데 그 중에서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 '기생충'이 올해 최고의 영화라 평했다. 송강호를 향한 러브콜도 여전하다. 그는 그 어느때 보다 영화 이야기를 할 떄 진지하다. '립 서비스'라고 보기에는 일말의 말설임도 웃음기도 없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역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오랜 꿈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단도 직입적인 질문이 나왔다. 영화 감독을 향한 꿈. 그라면 언제든 실현할 수 있을터다. 코지마 히데오 역시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유명 영화사들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제의를 다수 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영화'를 '찍는 것'보다 '게임'을 '만드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답했다. 단, 그는 틈만이 난다면 짧은 단편영화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앞으로도 그는 게임을 계속 개발할 것이 분명하다. 최근 트위터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굉장히 무서운 공포게임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그는 자신이 개발중인 게임에 대해 가볍게 답변했다. 이번에도 그는 '지금까지 없던 게임'을 개발하고자 한다.

"데스 스트렌딩으로 지금까지 없던 게임을 개발해 첫 스타트를 끊었으니 두 걸음, 세 걸음씩 걸어 나가고자 합니다. 트리플A급 타이틀도 분명히 만들 수 있지만 좀 더 투박하고 소수의 인원으로 할 수 있는 게임들도 해보고 싶습니다. 영상도 한번 개발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스토리도 만들어 보고 싶어 하고 싶은 일은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부분은 영화도 게임도 아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굉장히 '맹렬하게 무서운' 호러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들어 달라고 하고고 싶은 게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코지마 히데오는 서울을 마지막으로 '월드 스트렌딩 투어'를 마무리한다. 전 세계 팬들과 교감하며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0년 방한 이후 9년만에 돌아온 코지마 히데오는 한국 팬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이라 이야기했다. 그의 인삿말 역시 화끈했다. 그는 마지막 인삿말로 '데스 스트랜딩'으로 시작된 인연을 길게 가져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다음 번에도 멋진 작품을 만들 예정이니 '각오 하라'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이번엔 또 어떤 작품으로 팬들을 '놀래켜'줄 수 있을까. 그의 다음 작품과 방한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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