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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미피케이션, 인간활동을 긍정화하는 ‘플레이디자인’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 정리=이준수 기자 omega@khplus.kr
  • 입력 2019.12.0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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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65호 기사]
 

▲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필자가 큐레이션에 참여한 ‘플레이 디자인, Play On’ 전시회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거리의 스포츠를 시작으로 온라인 e스포츠의 근간인 ‘게임’의 연대기를 살펴보고, 게임음악과 독립게임의 실험적 가치를 음미하면서 실감콘텐츠에서 미래 스포츠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특히 스포츠와 게임, VR/AR 등 플레이 콘텐츠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게이미피케이션 전시회’가 디자인의 성지인 DDP의 디자인박물관에서의 개최됐다는 사실은 이제 ‘게임’도 디자인 영역에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짐을 의미한다.

일찍이 플라톤(Plato)은 “인간은 하느님의 놀이(플레이)를 놀아주는 자(플레이어)이며, 모든 남녀는 지혜(모든 것이 놀이)에 따라 생활하면서 가장 고상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태초부터 하느님은 게임화된 세상위에 인간을 세웠던 것 같다. 그것도 모른 채 인간들은 탄생 초기에는 ‘생존’을 위한 욕구에만 급급했겠지만, 시간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면서 내재되었던 ‘놀이 유전자’가 꿈틀거렸을 것이다. 

나아가 저명한 역사학자 후이징아도 “놀이(플레이)는 가장 기초적인 인류의 기능이며, 태초부터 모든 문화에 스며들었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이 생존 활동을 제외한 잉여 시간동안 활동 한 것들이 문명과 문화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으며, 잉여시간을 활용하던 놀이는 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이어져왔다. 앞으로 본격화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콘텐츠 디자인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가치인 ‘게임씽킹(Game Thinking)을 전제로 한 플레이 디자인’이 필연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게이미피케이션은 ‘무슨 일이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라는 전지전능한 도구로 오해받기도 한다. 반면, 혹자는 ‘일시적인 유행’이라는 무용론을 펴기도 하고, 단순하게 PBL(포인트, 배지, 리더보드)이나 레벨 추가만으로 게임화가 완성되는 것쯤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한 논쟁이 오고가는 순간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는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플레이디자인 측면에 더욱 집중해,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를 ‘게임(플레이)요소들을 비게임적 맥락에 적용해, 보다 재미있고 자발적으로 플레이어가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플레이디자인 일체’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은 플레이어의 경험과 참여다. 비게임적 맥락에서도 플레이어가 유의미한 경험을 통해 자발적 참여(Engagement)로 이르게 하는 ‘문제해결’ 노력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주체인 ‘플레이어’는 사용자, 고객, 손님, 관객, 학습자, 게이머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다만 ‘플레이어’는 좀 더 폭넓고 능동적인 소비자의 지위를 부여함이 타당하다. 고객이나 사용자와 혼용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플레이어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플레이어’는 재미를 기대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돼있는 고객의 한 유형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로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야말로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인 플레이어 경험(Player eXperience, PX)에 주목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나이키플러스’는 지루할 수 있는 스포츠에 스마트한 재미요소를 더한 개념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의류에 스마트 기기와 러닝 앱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스포츠를 혁신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기대이상의 ‘플레이어 경험’을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웨어러블 산업 확산에도 큰 기여를 한 만큼, 이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가치와도 일치한다.

결과적으로 재미를 통해 플레이어의 자발적 참여와 충성도를 유도해, 해당분야는 물론 연관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세상을 유의미한 방향으로 혁신시키는 열쇠가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다. 그럼에도 게임중독이나 질병코드로 게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발전을 더디게 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플레이디자인’으로 명명할 것을 제안하는 바다. ‘플레이디자인’이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에 있어서 여전히 게임을 강제소환하는 번거로움을 일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경향게임스=이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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