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이들의 놀이문화 정도로 치부되던 ‘게임’이 21세기 스포츠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포츠업계가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점은 바로 e스포츠 시장이다. 1990년대 말 한국에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e스포츠 산업이 태동한 이래로, 20년 동안 축구·농구·야구 등 전통적인 스포츠 시장을 위협하는 존재로 가파르게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종목들의 주요 시청자 층이 고령화되는 반면, e스포츠는 미디어산업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연계로 10~30대 시청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 2,800억 원)이며, 전체 e스포츠 종목의 시청자 수도 약 4억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리포트에서도 5,800만 명이 지켜본 지난해 ‘롤드컵’ 결승전이 같은 해 NFL 슈퍼볼을 제외한 NBA 파이널, MLB 월드시리즈, NHL 스탠리컵 결승전을 압도하는 시청자 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국내외 스포츠 구단들도 e스포츠를 새로운 돌파구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샬케04, 발렌시아, PSG, 베식타스, 페네르바체(이상 LoL), 아약스, 맨체스터시티, 웨스트햄(이상 FIFA) 등 명문 스포츠클럽들이 자체 e스포츠 팀을 갖췄다. 더불어 메수트 외질, 크리스티안 푸흐스, 스테판 커리,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호나우두 등 각 종목별 스포츠 스타들도 직접 e스포츠 팀을 운영하거나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역시 성남FC와 전남 드래곤즈가 ‘피파온라인’ 종목의 e스포츠 팀을 창단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IOC(국제올림픽위원회)나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등 전 세계 스포츠 관련 협회 역시 e스포츠의 발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가 성황리에 대회를 마무리했으며,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화를 반대했던 IOC도 이달 7일 ‘제8차 올림픽 정상회담’에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를 접목한 스포츠게임의 가능성과 선수와 게이머에 초점을 맞춘 정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트렌드를 앞서가려는 행보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나타났다. 이미 중국 LPL의 스폰서로 활동 중인 나이키는 패션과 기능성을 모두 겸비한 e스포츠 팀들의 유니폼 제작에 참여하며, 지난해 RNG 소속 원거리 딜러 ‘우지’ 지안즈하오와 e스포츠 최초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아디다스는 글로벌 인기 ‘포트나이트’ 스트리머로 자리매김한 ‘닌자’와 손잡고 신제품 라인을 출시한데 이어, 금일(20일) 게임과 라이프, 월드를 자사 브랜드와 결합한 ‘아디아스 홍대 브랜드 센터’도 오픈했다.
휠라 역시 지난해 6월 펍지주식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휠라 × 배틀그라운드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이후에도 우왁굳, 탬탬버린, 유튜브 게이밍 크리에이터 등 게임을 통해 MZ세대와 소통하는 스트리머들의 콜라보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와 다르게 푸마는 최근 양말처럼 집 안에서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이밍 신발’을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통기성과 미끄러움 방지를 내세운 만큼, 장시간 앉아있는 PC·콘솔 게이머부터 땀나도록 뛰어다니는 VR 유저까지 모두 고려한 제품을 선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e스포츠 시장의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주류 스포츠산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투자 및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신체적인 활동이 적은 기존 PC·콘솔·모바일게임과 달리, 스포츠종목과의 연계가 원활한 VR·AR게임이나 일상생활 속의 신체활동으로 미션을 해결하고 보상을 얻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들은 전통적인 스포츠업계에서 받아들이기 수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나이키는 스마트폰의 GPS와 가속센서를 활용하는 ‘나이키 런 클럽’ 앱과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스마트 운동화 ‘어댑트 BB’를 출시했으며, 다양한 학계 전문가들도 신체활동이 주가 되는 VR e스포츠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