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부터 넥슨 매각 추진, 중국산 게임 공세, 확률형 아이템 비판, e스포츠 선수계약서 논란까지 고난의 파도가 연이어 시장을 강타했다. 반면,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나 e스포츠 및 게임 스트리머 시장 성장세처럼 다가오는 2020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식들도 종종 들려왔다. 이에 따라 본지는 올 한 해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 5명을 선정해, 관련 이슈와 내년 행보를 예상해보고자 한다.
‘2019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를 상징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은퇴’다. kt롤스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해온 ‘스코어’ 고동빈이 지난해 서머 스플릿 우승컵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으며, ‘뱅’ 배준식과 함께 일명 ‘세체봇듀오’로 불렸던 ‘울프’ 이재완도 터키리그를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아울러 ‘페이커’ 이상혁과 미드라인에서 자웅을 겨뤘던 ‘폰’ 허원석도 건강상의 이유로 팬들의 곁을 떠나게 됐다.
특히 올해 ‘슈퍼팀’ SKT T1의 한 축을 담당하던 서포터인 ‘마타’ 조세형의 은퇴 선언은 많은 LCK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SKT T1의 대항마’ 중 하나로 지목됐던 조세형은 2019년 시작과 함께 숙적 T1 합류를 선언하면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후 ‘테디’ 박진성과 함께 스프링 스플릿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으며, 서머 스플릿과 ‘2019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서는 신예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의 멘토이자 팀 운영의 조력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다만 첫 번째 롤드컵 무대에서 긴장한 이상호를 대신해 반격의 선봉장으로 기용됐지만, 4강전에서 G2 e스포츠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선수생활의 마지막 장을 끝마치게 됐다.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인생 2막을 향해 LCK를 떠난 가운데, 가장 놀라운 행보를 보인 이 역시 ‘마타’ 조세형이다. 중국 LPL(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인 RNG(로얄 네버 기브업)의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감독의 위치에 올라선 데다, ‘우지’ 지안즈하오 등 LPL의 스타 선수들을 지휘하는 중책이 맡겨지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했다.
조세형 감독에게 RNG가 기대하는 역할은 분명하다. 지난 2년 동안 LPL이 롤드컵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만큼, IG(인빅터스 게이밍)과 FPX(펀플러스 피닉스) 등 라이벌 팀들이 차지한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한 번 빼앗아오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또한 LoL e스포츠가 시작된 이래로 롤드컵 무대에서 서포터 포지션으로 유일하게 MVP를 차지했던 조 감독의 역량을 바탕으로, 예전부터 상당한 친분을 자랑했던 ‘우지’ 지안즈하오와 ‘밍’ 시썬밍 듀오를 중심으로 RNG의 재도약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존재한다.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RNG 또한 조세형 감독에게 걸출한 무기들을 쥐어주고 있다. ‘카사’ 홍하오쉬안이 떠난 정글러 포지션에는 잠재력 높은 유망주 ‘샤오롱바오’ 리샤오롱과 2군 출신 ‘S1xu’ 왕캉칸이 추가됐다. 더불어 대만 플래시 울브즈 출신 원거리 딜러 ‘베티’ 리우훙이 영입됐으며, 최근 F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IG의 원거리 딜러 ‘재키러브’ 유웬보의 합류설도 꾸준히 제기돼는 상황이다. 여기에 ‘타베’ 옹팍칸과 ‘세레노’ 센동유가 코치진으로 들어오면서, 조 감독의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 출발을 도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0 시즌 LPL에서는 ‘마타’ 조세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VG(비시 게이밍)의 지휘봉을 잡은 ‘꼬마’ 김정균 감독부터 FPX로 이적한 ‘칸’ 김동하, LGD 게이밍의 주축이 된 오창종 감독과 ‘피넛’ 한왕호 등 과거 스승들과의 지략 대결이나 팀 동료들과의 한타 싸움이 LPL과 LCK 팬들의 색다른 볼거리로 떠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