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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의 미니멀 라이프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19.1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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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67호 기사]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공통적인 내용은 더 작은 소유이다. 사람마다 더 작은 소유의 기준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이전보다 조금씩 소유를 줄여가는 삶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연상될 만큼 극단적인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가 경쟁하듯 가진 것을 버리라는 의미는 아니다. 소유한 것이 정말 필요한 것이지 충분히 고민하고, 소유에서 오는 만족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소유에서 오는 만족의 상당 부분은 경쟁에서 오는 것이다. 가진 것을 과시할 곳이 없다면 소유의 만족감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미덕이다. 자본주의는 더 많은 소득을 유도하고, 더 많은 소득을 통한 소비를 권장한다. 불과 30년 전 일반적인 가정집의 주방을 생각해보면 가스레인지, 냄비, 프라이팬 정도로 대부분의 요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요즘 주방을 보면 월등히 많은 수의 주방 용품 들이 그 역할을 나누어 하고 있다. 더 편리해졌지만, 더 복잡해 졌다. 이런 편리하지만 복잡하고 경쟁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본질적 필요에 더 집중하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게임을 보면 경쟁 요소가 너무나 많다. 친구와 경쟁하고, 다른 유저와 경쟁하고, 다른 길드와 경쟁한다. 주간 랭킹을 경쟁하고, 월간 랭킹을 경쟁하고, 이벤트 미션, 던전 레이드를 경쟁한다. 레벨을 경쟁하고, 수집 달성율에 대해 경쟁하고, 심지어 결제 금액도 경쟁한다.
물론 경쟁은 게임이 본질적인 요소이며, 경쟁이 없는 게임은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레벨업도 하고, 아이템 수집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쟁은 유저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 결제를 유도한다. 발생한 매출로 더 많은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더 많은 콘텐츠가 더 많은 경쟁을 유도하고, 이런 경쟁이 다시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려고 하는 것이 많은 게임 제작사의 목표이다.

이런 경쟁이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게임 제작사가 매출을 증대하기 위하여 경쟁을 유도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게임 내 경쟁 요소는 경쟁에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게임으로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유저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바쁜 일상을 쪼개어 게임 내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게임에 접속할 시간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학교에서도 경쟁하고, 회사에서도 경쟁하면서 집에서 쉬는 시간까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힐링 게임’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경쟁이 심하지 않아 플레이 스트레스가 적은 게임이라는 의미이다. 경쟁에 지친 유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세상에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듯이 과금 요소를 조금은 줄인 미니멀 라이프 같은 게임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 본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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