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구독시대' 도래, 게임·IT업계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 다툼 ‘치열’
'게임구독시대' 도래, 게임·IT업계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 다툼 ‘치열’
  • 정우준 기자
  • 승인 2020.01.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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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행태 변화,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영향’ … 산업 생태계 다양성 확대 가능성 제고 ‘필수’

[지령 769호 기사]

더 이상 게임을 구매하고 다운로드받지 않아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막을 올렸다.
지난해 전 세계 비즈니스 업계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트렌드가 휩쓸기 시작했다. 과거 텍스트 기반 매체에 국한됐던 개념은 ‘공유경제’라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일정한 금액을 지불한 사용자가 정해진 기간 동안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받는 비즈니스 모델(BM)로 새롭게 태어났다.
글로벌 게임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엑스박스 게임패스, 애플 아케이드 등 구독형 게임 서비스가 하나둘 자리를 잡은 것이다. 더불어 작년 말부터 구글 스태디아를 필두로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지포스 나우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디바이스의 한계를 넘어 어디서든 원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구독경제 모델이 한층 각광받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 게임업계를 넘어 IT기업들까지 구독형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대형 게임사부터 인디게임사까지 콘텐츠 확보전쟁이 뜨거워질 예정”이라며, “다만 한층 거대해진 플랫폼의 등장이 게임 생태계의 수익 악화와 다양성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구독경제’란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는 것처럼 일정 기간 이용료를 지불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2020년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구독경제’다. 모바일게임 시대로 들어서며 유료 패키지 판매의 수익성이 낮아졌고, 구글과 애플이라는 거대 플랫폼 속에서 양극화까지 심화되면서 인앱 아이템 판매와 인앱 광고만으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캐시카우 확보가 필요한 게임업계와 성장 잠재력이 큰 게임시장 진출을 원하는 IT업계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게임계 ‘넷플릭스’ 도전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발 빠르게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한 플랫폼은 바로 콘솔이다. 우선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의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는 일정한 구독료를 낸 이용자에게 매월 다른 게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독형 서비스와 유료 패키지 구매를 적절히 혼합한 서비스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서비스 가입자가 다양한 타이틀을 언제든지 무료로 즐기는 형태로 운영되며, 자사 OS인 ‘윈도우’를 사용하는 PC 환경에서도 접속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출시됐다.
대형 게임사들 역시 수년 전부터 구독형 서비스에 진출하는 모양새다. PC게임을 판매하는 플랫폼 ‘험블번들’은 지난 2015년부터 월정액 구독자들에게 다수의 게임 타이틀을 제공하는 ‘험블 월간 번들’을 공개했으며, 북미 게임사 EA 역시 작년 10월 매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100여 종에 달하는 PC게임 라인업을 플레이하는 구독형 서비스 ‘오리진 액세스 프리미어’를 스팀으로 확장했다.
 

▲ PC, 모바일, 콘솔 플랫폼에서 시작된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2020년 5G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와 본격적인 결합을 준비 중이다
▲ PC, 모바일, 콘솔 플랫폼에서 시작된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2020년 5G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와 본격적인 결합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모바일 앱 플랫폼의 쌍두마차인 구글과 애플마저 4.99달러(한화 약 5,800원)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을 포함해 150여 개국에서 출시된 ‘애플 아케이드’는 일정 구독료를 지불하면 인앱 결제나 광고 없이 100종 이상의 독점게임을 iOS 기반 디바이스에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항해 후발주자로 뛰어든 구글은 기존에 서비스 중인 350여 개의 유틸리티 앱과 게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확장성이 강점인 ‘구글 플레이패스’로 진검승부에 나섰다.
아울러 올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하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구독경제의 확산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작년 연말 시장을 뜨겁게 달군 구글 ‘스태디아’를 기점으로 SK텔레콤과 손잡은 MS의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LG유플러스와 협업 중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KT와 유비투스가 선보이는 ‘5G 스트리밍 게임’ 등이 모두 구독형 모델을 기반으로 한 까닭이다. 여기에 텐센트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들 또한 차세대 먹거리로 구독형 BM을 적용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소비자·인프라의 ‘진화’
이처럼 구독경제 모델이 게임산업에서 빠르게 자리 잡는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변화가 존재한다. 신문을 정기 구독하거나 정수기를 렌탈하는 등 기존 범위를 넘어, 생활용품부터 패션, 헬스케어, 주거까지 일상영역 전반으로 구독형 서비스 이용경험이 확장됐다는 의미다. 이를 토대로 미국 크레디트스위스는 올 한해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5,300억 달러(한화 약 6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 영역에서의 소비행태 변화는 한층 뚜렷하게 일어났다. 실제로 음악업계에서는 이미 개별곡이나 음반을 구매하는 대신, 멜론·지니·애플뮤직 등 월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가 일반화됐다. 영상 콘텐츠 분야 역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를 필두로 디즈니 플러스, 왓챠 플레이, 웨이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게임을 비롯해 음악, 영화 등의 미디어 콘텐츠는 구매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이용자가 온전한 가치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제품의 특성이 구독형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 제품 구매 후 경험 전까지 가치평가가 어려운 미디어 콘텐츠 특성을 고려할 때, 구독경제 도입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만족을 얻으려는 ‘효용이론’에 부합한다
▲ 제품 구매 후 경험 전까지 가치평가가 어려운 미디어 콘텐츠 특성을 고려할 때, 구독경제 도입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만족을 얻으려는 ‘효용이론’에 부합한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 인프라 향상에 따른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두도 구독경제 트렌드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우선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IT기업들이 세계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서비스 안정성을 강화하는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더불어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의 특성을 지닌 5G 네트워크도 지난해 4월 국내에서 상용화를 시작했으며, 올해에는 지속적으로 전국적인 망 보급을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
5G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에 설치된 대용량 게임을 자유롭게 즐기는 제반환경의 조성은 게이머들의 소비행태 변화를 촉진시키는 핵심 요소로 손꼽힌다. 이는 곧 높은 가격대의 하드웨어 구매 없이도 정기적인 이용금액 지출로 고퀄리티 게임을 제공받는 구독형 모델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고, 디바이스의 구분은 단지 개별 이용자들의 사용자 경험(U·X) 선호도에 따른 부가 선택으로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화와 종속화 ‘대립’
구독형 게임 서비스의 등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유료 패키지 구매에서 인앱 결제 및 광고로 이동한 것과 유사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에 PC버전 ‘리니지2M’을 모바일 기기에 스트리밍하는 크로스플랫폼 ‘퍼플’을 개발한 엔씨소프트나 신규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준비에 나선 펄어비스 등 국내에서도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구독형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구독형 게임 서비스 시장의 경쟁 과열이 개발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플랫폼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게임 라인업 확보가 매우 중요한 만큼,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생태계 다양성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태디아’를 론칭한 구글은 캐나다의 타이푼 스튜디오 인수를 비롯해 퍼스트파티 개발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애플 아케이드’ 역시 대형 게임사들 외에도 역량 있는 중소·인디게임 개발사와의 협업을 진행한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대형 게임사들에게 글로벌 시장진출 교두보를 제공하고, 중소 게임사들에게는 독점 출시에 따른 마케팅 지원과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 구독경제가 중심인 새로운 플랫폼 경쟁이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을 살릴 수 있으나, 거대 자본에 의한 중소 게임사의 종속화 현상을 재차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 구독경제가 중심인 새로운 플랫폼 경쟁이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을 살릴 수 있으나, 거대 자본에 의한 중소 게임사의 종속화 현상을 재차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초거대 게임 플랫폼의 등장이 개발사들의 종속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는 대규모 제작비 투자가 제작현장의 줄서기 현상으로 이어지는 ‘넷플릭스’나 음원 유통 시장을 장악한 ‘아이튠즈’ 등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됐던 내용이다. I·P 경쟁력이나 글로벌 인지도를 보유한 대형 게임사들은 문제가 없지만, 중소·인디게임사는 현재 구글, 애플의 일방적인 수수료 책정이나 정책 변경 문제 등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 확대가 게임 개발사에게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게임사와 상생의지를 지닌 구독형 게임 서비스 기업,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국내 게임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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