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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투자활성화, IPO·유망벤처 관심종목 바탕 투자절벽 '탈출'

외부 악재, 수익성 등 작년 투자위축 … 경쟁력 확실한 스타트업 선별 ‘초점’
연내 중견게임사 상장 모멘텀 ‘호재’ … 정부·업계 투자유치 공조체제 ‘필요’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20.02.04 11:04
  • 수정 2020.02.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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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0호 기사]

올 한 해 잠재력 높은 투자처를 찾는 이들의 시선이 게임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업계는 꾸준한 산업 성장세와 글로벌 실적 반등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실제로 매년 벤처투자 수치가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는 가운데, 게임분야 투자비중 감소추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한층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중소게임사의 영업이익률도 크게 낮아졌으며, 게임이용장애와 중국 판호 미발급 등 증시 악영향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IPO(기업공개)도 실현되지 못했다.
다행히 다수의 전문가들은 2020년을 게임업계 투자활성화 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300억 원 규모의 게임 스타트업 투자가 등장한데다,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RPG, T3엔터테인먼트, 미투젠 등 중견게임사들의 증시 입성 도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게임업계와 이종산업 간의 협업 확대와 I·P(지식재산권) 중심의 M&A(인수합병) 증가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게임사에 대한 민간 및 정부투자가 활발해져야 한다”며, “다양한 위기국면을 맞이한 게임산업이 투자활성화와 글로벌 흥행작 발굴의 선순환 구조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투자자 떠난 2019년
2019년 한 해 동안 게임업계는 심각한 투자절벽 상황을 마주했다. 실제로 벤처투자정보센터의 VC(벤처캐피털) 업종별 신규투자 비중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0.7%를 차지했던 게임분야 투자는 지난해 11월 2.9% 수준까지 크게 축소됐다. 작년 벤처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4조 원을 돌파하고,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업종별 벤처투자 수익률 조사에서 게임이 3.8배로 1위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이처럼 게임업계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배경으로는 신규 I·P 부재가 지목됐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크래프톤(前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베스파의 ‘킹스레이드’ 등 초기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줄 만한 글로벌 흥행작이 충분히 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형 게임사와 중국산 게임의 자금력 경쟁 속에서 중소게임사들의 수익창출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게임산업을 둘러싼 외부요인들 역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됐고,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에도 사드(THAAD) 배치 이후 3년 넘게 막혀버린 중국 판호 발급은 게임업계의 성장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글로벌 성공 DNA ‘주목’
다행히 2020년 게임업계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릴 만한 호재들이 여럿 존재한다. 먼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작 제작경험을 보유한 게임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2018년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작 ‘블레이드’ 개발을 이끈 김재영 대표의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했으며, ‘몬스터슈퍼리그’의 흥행 주역들이 설립한 클로버게임즈도 스프링캠프, 헤이스팅스 자산운용,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성사시켰다.
작년에도 썸에이지의 개발 자회사로 출범한 로얄크로우가 지온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하나벤처스,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산은캐피탈 등이 참여한 3차례의 투자를 통해 총 134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들 역시 ‘서든어택’, ‘하운드’ 등 인기 FPS 게임을 탄생시킨 백승훈 사단의 개발역량과 노하우가 투자를 이끌어낸 주요 요인으로 손꼽힌다.
 

▲ 엔픽셀을 비롯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클로버게임즈, 로얄크로우 등 흥행작 성공경험을 지닌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 엔픽셀을 비롯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클로버게임즈, 로얄크로우 등 흥행작 성공경험을 지닌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배봉건, 정현호 공동대표를 비롯해 ‘세븐나이츠’ 핵심 인력들이 주축을 이룬 엔픽셀이 300억 원 규모의 게임사 역대 최대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해당 투자에는 쿠팡,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등 국내 유니콘 기업과 크래프톤, 로블록스 등 글로벌 게임사를 초기 발굴한 새한창업투자와 알토스벤터스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올해 상반기 멀티플랫폼 MMORPG ‘그랑사가’의 출시까지 예고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흥행 I·P를 찾고 있는 게임분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장 기반 경쟁력 ‘강화’
이와 함께 지난 몇 년간 국내 증시에 새롭게 입성한 게임사들의 활약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지난 2017년 코스닥 상장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한 펄어비스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매출실적 향상을 이뤄냈으며, 지난해 ‘지스타 2019’에서 ‘섀도우 아레나’, ‘플랜8’, ‘도깨비’, ‘붉은사막’ 등 4종의 고퀄리티 신작을 공개하는 등 단일게임 리스크 해소와 I·P 사업 확대 가능성이 전망된다.
베스파와 SNK 역시 올해 경쟁력 강화가 기대되는 게임 상장기업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모바일게임 개발사인 코쿤게임즈를 인수한 베스파는 2020년 상반기부터 디펜스 RPG, 전략 MMORPG, 방치형 캐주얼 게임 등 ‘킹스레이드’ 흥행을 이어나갈 차기작으로 실적개선을 노리고 있다. I·P 라이선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SNK도 로열티 매출실적 상승과 신작 라인업 출시, 게임사 M&A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설 예정이다. 실제로 SNK는 2017년과 2019년 넵튠과 너울엔터테인먼트에 각각 30억 원과 20억 원을 투자하면서 탄탄한 파트너쉽을 구축해왔다. 더불어 연초부터 레도 인터렉티브, 회안덕윤 네트워크 등 중국 관계사의 모바일게임 5종에 대한 약 234억 원의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으며, 너울엔터테인먼트와도 ‘SNK 히로인즈 태그 팀 프렌지’의 I·P 라이선스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 올해 베스파, SNK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장사와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RPG 등 허리기업들의 IPO 행보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올해 베스파, SNK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장사와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RPG 등 허리기업들의 IPO 행보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아울러 게임산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견게임사들의 IPO 행보도 2020년 투자활성화의 키포인트 중 하나다. 게임기업의 상장 성공사례는 초기 투자자들의 막대한 수익과 동시에, 전체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상장을 준비해온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년간 ‘달빛조각사’와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패스 오브 엑자일’ 등 다수의 흥행작을 확보했으며, ‘배틀그라운드’를 보유한 크래프톤 역시 장병규 의장의 복귀와 함께 상장을 위한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또한 ‘로스트아크’를 필두로 ‘크로스파이어’, ‘에픽세븐’ 등 모회사 I·P의 영향력이 막강한 스마일게이트RPG와 15년 동안 인기리에 서비스 중인 ‘오디션’을 개발한 T3엔터테인먼트, 소셜카지노와 캐주얼게임 장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미투젠 등도 연내 IPO 행보가 기대된다.

투자 인프라 구축 ‘관건’
게임업계 투자활성화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게임사, 투자사의 공조를 토대로 한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즉,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노력 아래 잠재력 있는 중소게임사와 민간투자자들을 연결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다시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형태로 일종의 신뢰관계가 회복돼야한다는 의미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이에 따라 2022년까지 1조 원이 넘는 콘텐츠산업 지원예산의 상당부분이 게임산업에 투입될 예정이며, 게임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회·문화적 가치 제고를 주도할 ‘한국게임산업진흥원’도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문체부와 민간투자사가 함께 출자한 모태펀드 문화계정 게임전문펀드도 2023년까지 1,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소규모 게임사나 소외장르 게임 투자지원을 위한 ‘콘텐츠 모험투자펀드’도 추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 아온 투자자들의 관심이 게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 투자자들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
▲ 아온 투자자들의 관심이 게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 투자자들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투자활성화의 온기가 중소게임사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현 시장에서 소규모 게임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수익창출을 담보할 수 없고,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규 I·P 개발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산업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들이 다시 게임업계를 주목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정부와 대형 게임사들이 지속적으로 강소기업을 발굴 및 육성하고, 초기 투자 유치를 위한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길잡이’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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