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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의 궤적 등장!? 세미오픈월드RPG '이스9 몬스트럼녹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2.14 18:52
  • 수정 2020.02.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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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콤이 개발한 RPG계 전설 '이스'가 돌아왔다. '이스9 몬스트럼녹스'가 2월 12일 정식 발매됐다. 지난 2016년 '이스8:라크리모사 오브 다나' 이후 4년만의 일이다. 전작 '이스8'이 소위 '명작 클래스'를 다시 입증하는 타이틀로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은바 있다. 기자도 PS비타와 PS4버전으로 '이스8'을 여러번 즐긴 게이머에 속한다. 한점 망설임 없이 예약구매를 누르고 새벽 1시를 기다려 게임을 즐겼다.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도 주말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망설임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고 즐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는다. 그러나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깐 생각해봐야할 이슈들이 있다. '나는 진짜 팔콤 팬인가', '영웅의 전설-섬의 궤적' 시리즈나 '도쿄 제나두'를 즐겁게 플레이한 전력이 있는가. 두 가지 전제를 만족한다면 당장 구매 버튼을 눌러도 지장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쟁점1. 노후화된 그래픽

팔콤은 그래픽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는 아니다. 비교적 노후화돼보이는 엔진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해 출시한다. 문제는 가격. 게임 출시가격은 약 7만원대로 이른바 '풀프라이스'게임이다. 대작 게임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앞서 발매된 '드래곤볼 카카로트'나 '용과 같이7'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그래픽만으로 놓고 보면 가격대비 성능비를 기대하기는 쉽지않다. 

스크린샷을 통해 확인해보면 팔콤 마니아라면 딱 보면 알만한 그래픽이다. '섬의 궤적'시리즈를 연상케하는 그래픽 스타일이 기반에 깔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의 궤적에 활용한 오브젝트를 그대로 낸 것 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있고, 엑스트라급 NPC들 중에서는 리터칭을 거쳐 재등장한 것 처럼 보이는 NPC도 보인다. 등장하는 몬스터들 역시 '섬의 궤적'시리즈에서 발전하지는 못했다. 

게임 그래픽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임 그래픽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팔콤 대표에 따르면 '고성능 엔진'으로 '첨단 그래픽'을 써서 게임을 개발할 경우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렵고, 회사 여력도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인터뷰에서는 '이스9' 그래픽 퀄리티를 끌어 올리겠다고 밝혀 마니아들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현시대 트리플A급 그래픽은 커녕 '이스9' 그래픽은 '섬의 궤적'시리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술관 씬은 원화가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 중 하나. 결과물은 이렇다.
미술관 씬은 원화가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 중 하나. 결과물은 이렇다.

팔콤은 '섬의 궤적'리마스터 시리즈와 '이스8'이 흥행하기 전까지 위기를 겪었다. 몇차례 실패를 해본 기업인 탓에 방어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것은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그래픽'도 분명히 중요한 요소지만 진짜 중요한것은 '재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팔콤 게임은 인정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 전략은 몇년 동안 문제 없이 통용된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에 게임을 구매할 때 비교적 노후화된 그래픽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이 쟁점은 무시해도 괜찮다. 그러나 풀프라이스인 만큼 트리플A급 게임을 기대한다면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은 잠깐 참아도 될듯하다.

캐릭터 그래픽은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보인다

쟁점2. '섬의 궤적'의 향기

인게임 플레이 디자인에서도 어느 정도 '섬의 궤적'시리즈 향기는 느껴진다. 방대한 맵 사이를 오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서브 퀘스트를 받아 진행하는 게임방식은 일반적인 RPG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 하지만 기본적인 퀘스트 동선이나 서브 퀘스트 수행은 모두 '섬의 궤적'을 닮아 있다. 그리고 '섬의 궤적'은 서브퀘스트 재미가 부족한 게임으로 악평이 나 있다. 특히 메인퀘스트로 맵을 이동하는 사이 반강제적으로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이스9'역시 이와 대동소이하다.

챕터가 시작되면 메인 퀘스트와 서브퀘스트 3~4개, 숨겨진 서브퀘스트를 받는다. 게임 플롯은 우선 '지역'을 열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냥을 통해 게이지를 채우면 별도 포털이 열리고, 이 포털안으로 들어가 파괴전을 진행하면 새 지역이 열린다. 새 지역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다가 기존 지역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이미 클리어한 맵들을 돌아보도록 만들어 재활용하는 등 동서는 심하게 꼬여 있다. 

그들의 패러디 능력은 이게 최선인가?

관련 퀘스트를 모두 정리하면 이제 서브 퀘스트를 할 차례다. 퀘스트 중 하나는 반드시 감옥을 들어가야한다. 감옥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던전을 통해야 한다. 던전을 처리하면 보스몬스터가 나온다.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림왈드의 밤이 열리고, 마무리하면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 패턴화된 설계에 따라 유저들은 움지기게 된다. 

딱히 원치 않더라도 지역을 외우게 된다. 크게 쓸모는 없다.
딱히 원치 않더라도 지역을 외우게 된다. 크게 쓸모는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동선. 얼기설기 얽힌 동선을 배치하고 동선 사이사이에 불필요한 NPC나 수집요소들을 대거 집어넣어서 분량늘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다년간 받았다. 관련 문제점은 '이스9'에서도 계속된다.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퀘스트 분량은 늘어난 것 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재미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유저들을 압박하는 콘텐츠로서 사실상 '업그레이드'라기 보다는 '군더더기'처럼 느껴지는 경향도 있다.

이 같은 디자인은 필드 디자인에서 정점을 찍는다. 쓸데없이 넓은 필드를 로딩한 뒤 정처없이 헤메게 만드는 구조다. 과도한 맵 데이터 때문인지 고정된 몬스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필드를 오가면서 소위 '노가다'를 해야 하는 구조가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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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씬과 밤에는 특정 지역으로 끌려가야하는 전개는 특정 게임을 연상케 한다

물론 발전은 있었다. 다행히 '섬의 궤적'에는 없는 괴인 능력 시스템이 존재해 맵을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이나, 벽을 타는 기술등이 도입돼 탐험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스' 유저들이 버릇처럼 구르기와 점프캔슬을 반복하거나, 돌진기를 활용해 맵을 빠르게 이동하는 경향도 있어 관련 콘트롤 노하우가 있는 유저들이라면 그나마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동 속도를 놀려주는 아이템 등이 등장한다. 

반대로 말하면 점프 캔슬, 대시 캔슬이나 이능력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아이템을 얻는 방법을 모르는 유저들이라면 플레이타임 중 대다수를 이동하는데 쓰게 될 것이다.

또 이능력 활용 방법에 따라 이동 시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점도 주의해야할 사항 중 하나다. 때에 따라서는 이능력을 활용해 상자를 먹기 위해 장시간 소비해야하며 이단 점프나 점프 후 구르기 및 대시 등 패턴을 조합할 필요도 있다.

등급에 따라 차별 보상.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추후 재도전해야한다
등급에 따라 차별 보상.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추후 재도전해야한다

팔콤 마니아이며, 궤적시리즈 동선과 퀘스트 진행에 만족하는 유저들이라면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맵을 충분히 쓰면서 이동을 최대한 적게 만드는 편의성을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불만이 나올 수 있는 구조다.

쟁점3. 걸핏하면 로딩, 최적화문제

이번 버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로딩이다. 마을을 오갈때마다 10초 이상 로딩시간이 반복되면서 흐름을 끊어 놓는 문제가 있다.

또, 액션RPG에는 치명적인 '프레임 드랍'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캐릭터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동속도는 현저히 저하돼 조작감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이 됐다.

PS4 프로로도 마을을 이동하다가 화면 위와 아래가 뒤틀리는 현상이 발견된다
PS4 PRO로도 마을을 이동하다가 화면 위와 아래가 뒤틀리는 현상이 발견된다

전투 콤보 중에 커맨드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문제나, 플레시 무브가 아닌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제 슬로우가 걸리면서 '의도치 않은 난이도 저하 현상' 이 보이는 등. 전반적인 최적화에 크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인지한듯 개발사는 긴급 패치를 통해 프레임드랍을 보완했다. 게임은 한결 나아졌지만 여전히 디테일한 조작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로 인해 마을 안에서는 프레임 드랍이 무서워서 전투를 하기 힘들며, 마을 밖에서는 맵 구조때문에 전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

해결책은 SSD다. 저장장치를 SSD로 바꾼다면 로딩 시간은 비교적 짧게 변한다. 프레임 드랍은 여전하지만 플래시가드나 플래시회피이후 스킬을 한두개 놓칠 정도 프레임 드랍이기에 플레이에는 지장이 적다. SSD를 보유하지 않은 유저들이라면 개발사가 최적화 패치를 한번 더 내놓을 때 까지는 구매를 유보하기를 추천한다.

쟁점4. 수준급 전투 시스템 유지

이 모든 이슈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분명히 재미있다. 그 중에서도 '이스8'에서 정점을 찍은 액션 플레이 부분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전투 시스템은 상대 공격에 맞춰 가드를 하거나 회피를 하면 시간을 늦추고 그사이 기술을 넣는 시스템이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도 기본 골자는 유지된 상황에서 괴인 능력이 추가돼 콤보의 다양성을 더했다. 거리를 벌리다가 한번에 약점까지 도약한 후 콤보를 때려넣는 방식은 적잖은 쾌감을 선사한다.
 

보스전 난이도도 대체로 크게 줄어든 편이다

여기에 게이지를 모아 특수기를 연타하면서 콤보를 넣는 플레이는 게임 시스템 전반에 작용하면서 재미를 더한다. 갈수록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되면서 콤보는 더 늘어나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 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변하면서 재미는 유지된다. 

또 소비 SP를 0으로 만들어주는 음식이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무기 등을 구하는 등 전반적인 밸런싱은 만족할만한 편이다. 이스 시리즈 노하우가 있다면 5장 보스를 제외하고는 손쉽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상대 공격타이밍을 보면서 방어하는 '플래시가드'나 회피하는 '플래시무브'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이라면 난이도를 낮춰서 플레이하기를 추천한다.

반대로 이 시스템이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게임 밸런스가 비교적 쉬운 편인 만큼 가능한한 어려운 난이도로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쟁점5. 전작의 그늘 

게임의 전작은 '섬의 궤적4'가 아니라 '이스8'이다. 4년전에 출시된 타이틀이지만 '이스9'와 그래픽과 시스템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전반적인 시스템 역시 전작에서 기인한다.

일례로 전작 요격전과 비슷한 형태 콘텐츠가 계승됐다. 밤마다 디펜스 전투를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시스템이다. 단순 반복형 전투에 지친 유저들이 다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로케이션 시스템. 전작은 방대한 자연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번엔 구조물이다
로케이션 시스템. 전작은 방대한 자연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번엔 구조물이다

또, 전작에서 방대한 맵을 돌아다니면서 숨겨진 요소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계승됐다. 탐험이라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이스9'에서는 마을안을 필드로 삼아 '탐험'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요소를 발굴하기 보다는 같은 맵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게임 분량을 늘리기 위한 탐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팔콤 특유의 '중2병'에 가까운 대사 처리와 시나리오 플롯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이번엔 소위 '어둠의 세계'에 소속된 주민들이 주요 플롯으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유저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대사들이 다수 포착됐다는 후문이다.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

'이스9는' 대작이어야 했다. 전작 '이스8'이 명작으로서 인기를 끌면서 기대치를 높였던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작은 저물어가는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키고 분야 마니아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입문자들도 대거 생기면서 이제 시리즈는 '날개'를 다는 듯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스9'는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시리즈에 발목을 붙잡은 타이틀이다. 마니아들은 '이스8'에 비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내놓고 있으며, 신규 유저들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서브 퀘스트를 수행했더니 빈병을 그냥 던져준다
서브 퀘스트를 수행했더니 빈병을 그냥 던져준다

냉정한 관점에서, 그러니까 '전작'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시리즈만 놓고 보면 게임은 충분히 즐길만한 액션RPG에 가깝다.

최적화 문제와 동선을 해결한다면 이 게임은 지금 보다는 훨씬 나은 대접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또, 일부 수집요소와 서브퀘스트 등을 무시하고 즐긴다면 게임은 훨씬 농밀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경우 게임은 클리어타임 30시간에서 40시간으로 타 메이저게임에 비해 비교적 짧지만 그 사이 충분한 재미를 느낄만하다.

기자의 개인적인 감상은 이 게임은 '이스'시리즈라기 보다는 '섬의 궤적'시리즈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투 시스템을 '섬의 궤적'처럼 '턴제'와 '아츠'를 활용하도록 바꾼다면 '섬의 궤적'시리즈와 차이를 찾기 어려울 것 같은 인상이다.

가장 아쉬운점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전작에서 독자적인 맵구조와 설정, 탐험을 기반으로 진행한 요소들을 확장시켰다면 시리즈 팬들의 원성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황량한 벌판위에 아돌하나 세우면 그것으로 족할까
황량한 벌판위에 아돌하나 세우면 그것으로 족할까

끝으로 과연 이 게임이 7만원을 주고 살만한 게임성과 재미를 주는가 하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기자에게 '이스10'을 구매하겠냐고 질문한다면, 지금 처럼 '예약구매' 버튼을 누르고, 새벽 1시까지 기다렸다가 게임을 할 생각은 없다고 답할 것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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