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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그릿사 I&II' 스팀 출격 … 추억과 현실 사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3.11 14:10
  • 수정 2020.03.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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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메가드라이브로 론칭돼 금자탑을 쌓은 '랑그릿사'가 스팀 시장으로 돌아왔다. 과거 PC게임 잡지 번들이나 어둠의 경로를 통해 게이머들을 접했던 그 작품이 24년만에 유저들을 다시 만났다. '랑그릿사 1과 2'게임을 퍼블리싱한 NIS아메리카 법인은 3월 11일 스팀 마켓을 통해 '랑그릿사 I&II'를 정식 출시했다. 공식 한글화를 거쳐 국내 유저들도 한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랑그릿사'시리즈는 과거 '창세기전 '파랜드 택틱스 등'의 성공을 기반으로 크게 히트했던 'SPRG'장르 게임이다. 모눈종이 위에 캐릭터를 올려 놓고 움직이면서 전투를 치르는 '턴제'전투 방식을 채택했다. 시리즈의 최대 특징은 '용병 시스템'. 군단 수준으로 용병을 고용해 이들을 활용하면서 전투를 치르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모든 전투에서는 군대와 군대간 싸움을 그리며, 수십개 유닛들을 콘트롤해 퍼즐을 풀듯이 게임을 클리어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부분이 가장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부분 중 하나다. 일반적인 SPRG는 소위 '영웅급' 유닛들을 통솔하고 각자 특수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랑그릿사'역시 화려한 스킬이 난무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나 게임 클리어 유무는 사실 '용병' 활용에 달려 있다. 소수 유닛을 완벽하게 구동하는 게임과는 궤를 달리한다. 게임상에서 높은 확률로 아군 용병들이 소모품으로 사용되는 그림이 등장한다. 그렇다보니 각 전투는 한시간이 넘게 소요되며, 지루한 전투 장면을 수천번씩 반복해서 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리마스터로 등장한 게임은 이 부분을 개선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른바 '배속 모드'가 등장해 전투 장면을 빠르게 '스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시간가량 걸리던 전투는 30분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 물론 '대규모 군단'간 전투는 계속되기 때문에 한 턴을 진행할때 피로도는 여전하다. 

이 허들을 넘을 수 있다면 게임은 독보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방대한 시나리오 분량으로 무장한 게임에 새로운 콘텐츠들이 더해지면서 '리마스터'로서의 파괴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멀티 엔딩' 시스템을 구축해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도록 준비한 점은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는 요소 중 하나. 

이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혹평에 가깝다. 팬들이 선호하는 '일러스트'와 '성우진'들이 대거 교체됐고, 리마스터된 그래픽은 최신게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기존 게임에서 등장했던 버그들은 대부분 수정됐지만 일부 치명적인 오류들이 그대로 계승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관련해 게임 리마스터를 담당한 캐러에니 게임즈는 과거 '영웅의 전설:궤적'시리즈를 개발한 기업이다. 기술력이나 깔끔한 동선 보다는 게임 내에 일단 콘텐츠를 집어 넣고 나머지는 게이머들이 알아서 해결하는 스타일에 가깝기 때문에, 전반적인 조작이나 플레이가 비교적 불편한 게임을 대거 만들어낸 개발사다. 이번에도 그들의 단점은 그대로 유지됐다.

바꿔 말해 게임 편의성은 여전히 낙제점을 줄만하다. 일일히 반복해서 같은 조작을 해야하고,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플레이할때는 전혀 인체를 고려하지 않은 단축키로 끔찍한 경험을 제공한다. 심지어 단축키를 바꾸다가 실수로 복귀하려고 했을때도 돌려주는 기능이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이 같은 세밀한 부분에서 어긋나기 십상인 부분을 참고해야한다. 

또 다른 특징은 기술력. 이 기업은 최적화 기술에 문제가 있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얼핏 보기에는 과거 2000년대 초반에나 유행할법한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을 선보이지만, 최신 PC에서도 렉이 걸리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는 기업이다. 이번에도 그 특징은 그대로 유지된 채 게임이 출시됐다. 기본 그래픽만 보고 저사양게임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장시간동안 렉에 시달리다가 튕기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니 자주 세이브를 하도록 하자. 

만약 추억에 사로잡혀 게임을 구매할 유저들이라면 단단히 각오해야할 것이다. 어릴 때 나를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고 게임 구매 버튼을 누르자. 과연 '게임이 재미있어서' 추억인 것일까. 아니면 게임이 없었던 시절 잡지 번들로 등장했던 게임을 고맙게 플레이한 것일까. 또, 과거의 나 처럼 불편한 게임을 억지로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근성이 있을까. 이 모든 허들을 통과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유저에게 100시간이 넘는 플레이 타임과 행복한 게임 플레이를 주면서 올해 상반기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그저 스팀 라이브러리 숫자에 하나가 추가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물론 스팀 라이브러리 수집 가격으로 5만 4천원은 그리 싼 가격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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