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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예술가가 빚어낸 명작 '완다와 거상'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3.16 14:42
  • 수정 2020.03.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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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꿈인 청년이 있었다. 돈 될일 없는 추상화가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취직을 해야한다. 그는 광고 회사에 취직하면서 CG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준비한다. 하지만 생각이 많았던 청년은 적응이 쉽지 않았다.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한 기업에 응시한다. 그 기업이 바로 소니(SCEJ))다. 당시 그는 한 소년이 소녀의 손을 붙잡고 어디가를 헤메는 영상을 제작해 포트폴리오로 제출한다. 이를 본 한 프로듀서가 그를 선택했고, 이 청년은 계약직으로 입사한다. 단 1년동안 게임 개발을 할 수 있었다. 게임은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분야였지만 일단 살아야 했다.

그런데 그 청년 그림 실력한번 기가 막혔다. 세계를 상상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출중했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또 한명 천재 개발자가 그림을 게임으로 옮긴다. 한 편의 동화책을 그리는 듯한 게임 작법. 그렇게 탄생한 '이코'는 전 세계를 경악케 한다. 연약한 소년이, 자신보다 더 연약한 소녀의 손을 붙잡고 어둠의 세계속을 걸어다니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그렸다. 대사 한줄 없이 오직 손짓과 '어이'하는 소리만으로 몽환적 세계를 탈출하는 게임. 게임은 비평가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전 세계 200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개발팀을 스타 반열에 올린다. 게임을 몰랐기에 할 수 있었던 선택들이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됐고 유저들은 이에 열광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디렉터인 우에다 후미토와 게임 프로듀서 카이도 켄지는 그렇게 전설이 됐다.

게임 패키지에서도 드러나는 예술적 감각
게임 패키지에서도 드러나는 예술적 감각

그의 게임 작법은 항상 그랬다. 우에다 후미토는 게임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장면을 상상하고 콘셉트를 붙인다. 그 콘셉트를 확장해 발전시켜 나가면 이제 카이도 켄지가 출동할 차례다. 콘셉트와 장면을 게임으로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프로듀서다. 보여줄 것을 먼저 생각하고 게임화가 뒤따르니 기존 게임방식과는 다른 형태 게임들이 주로 나왔다. 

4년 뒤 우에다 후미토와 카이도 켄지가 또 하나 작품을 발매한다. 작품명은 '완다와 거상'. 완다라는 소녀가 작은 시골마을에서 상품을 팔면서 세계 제일 갑부가 되는 게임을 상상했다면 아마도 기존 게임 문법에 길들여진 탓일지도 모른다. 게임은 '거대한 석상(거상)'을 사냥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게임을 이해하려면 우선 아파트 5층 높이쯤 되는 석상을 하나 상상하자. 석상은 맘모스처럼 생겼다. 이 석상이 살아 움직인다. 네발로 걸어다니면서 발로 쿵쾅거리며 사람을 찍어 누르려고 한다. 

일반적인 게이머라면 당연히 칼을 꼬나들고 일단 패고 본다. 그런데 막상 칼을 휘두르니 '탱'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튕긴다. 체력이 깎이기는 커녕 본체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방법은 '칼이 들어갈' 곳을 찾아 찌르는 것. 이뤄진 석상이지만 어딘가에는 '칼'이 박힐만한 구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아파트 5층을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약점을 찾고, 칼을 찔러 넣을 궁리를 하면 된다. 

검을 들어 거상을 향하게 하면 빛이 모이는 곳이 바로 약점이다
검을 들어 거상을 향하게 하면 빛이 모이는 곳이 바로 약점이다

물론 석상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몸에 파리가 앉았는데 구경하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코로 내리쳤다가 온몸 비틀기를 하다가, 벽에 박았다가 난리도 아니다. 석상이 움직일 때 마다 '스테미너'게이지가 닳고, 스테미너 게이지가 모두 닳으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석상에 메달려 약점을 찾기를 반복한다.

멀리서 거상이 꿈틀거린다
멀리서 거상이 꿈틀거린다

처음에는 단순 명확하던 석상들도 시간이 지나면 영악한 석상으로 변한다. 어떤 석상은 온몸에 철갑을 두르고 나와 약점이 보이지 않기도 하며, 어떤 석상은 바닥을 기어 다니는데 약점이 배에 붙어 있다. 어떤 석상은 물속에 숨어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제 주인공은 적을 유인하거나, 환경을 활용해 약점을 노출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머리를 써 나가게 된다. 그 다음엔 다시 달라 붙어서 약점 찌르기가 반복된다. 

약점을 찌르면 검은 피를 내 뿜는다
거상에 올라탄 뒤 약점을 찌르면 검은 피를 내 뿜는다

게임에는 총 16개 석상이 등장한다. 각자 개성에 따라 이동하며, 약점 위치도 조금씩 다르다. 석상에 올라타는 법도, 약점을 만들어 내는 법도, 등장하는 지형 지물도 모두 다르다. 액션 게임이지만 마치 퍼즐게임 처럼 즐기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이 게임이 등장한 이후 각 게임에서는 덩치가 산만한 보스 몬스터들이 줄지어 출몰한다. 그저 악역으로 선정된 NPC캐릭터나. 외형이 조금 이상한 인간형 캐릭터들이 등장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아예 보스 몬스터 몸 속이 맵이 되는 것과 같은 콘셉트들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준 게임으로 현재까지 게임은 명작으로서 회자된다. 

어디서 스크린샷을 찍어도 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케 한다
어디서 스크린샷을 찍어도 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케 한다

게임은 2018년 리마스터계 대부 블루포인트게임즈가 다시 개발했다. 원작이 PS2게임인 만큼 화질과 그래픽퀄리티면에서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를 기반으로 다시 제작했다. 말이 리마스터지 사실상 리메이크에 가까운 변화다. 게임 콘셉트와 조작법만 빼놓고 나머지는 거의 새로만들다시피 했다. 특히 게임 내 그래픽퀄리티는 한편의 예술 작품을 연상케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머리위로 검을 들면 가야할 길을 가르쳐준다
머리위로 검을 들면 가야할 방향을 알려 준다

게임 특성상 '거상'을 찾아 다니기 위해 맵을 공들여 탐색해야하는데, 이 때 마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한여름 정오에 비출법한 햇살과, 봄철 오후 4시쯤에 느껴질법한 햇살을 표현한 뒤 이를 일반 배경과 어우러지도록 표현하면서 여행을 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저 배경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게임은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

한편, 우에다 후미토는 이 작품 이후 한 작품을 추가로 개발했으며, 현재 '완다와 거상'의 재미를 계승한 오픈월드 게임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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