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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정통RPG의 재해석 '얼라이언스 얼라이브'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3.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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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 일본 콘솔게임계에는 RPG가 대거 등장한다. 턴제 명령어 입력식 구조에 선형적 스토리. 동료를 얻고 잃으면서 절대 악을 물리치는 이 스토리는 전 세계를 휩쓸면서 성장한다. 이른바 '재미 방정식'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일본 정통RPG, JRPG로 굳건한 팬층을 보유한다.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장르는 워낙 고착화 돼 있다. 메뉴를 열어 공격 방식을 택하는 시스템을 고집하다 보니 무엇을 집어 넣어도 비슷해 보이는 단점이 있는 점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조금씩 발전을 거듭했다. 더디지만 새로운 시도들도 있었다. 

'얼라이언스 얼라이브'는 이름만 들으면 생소한 시리즈지만 개발진은 결코 그렇지 않다. 게임을 개발한 기업 캐틀 콜은 한때 세계를 휩쓴 개발팀 데이터 이스트가 파산된 이후 설립된 기업이다. 관련 프로젝트 개발 협업사로 그레초(성검 전설 개발자가 설립,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등 출시)가 이름을 올렸다. 족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한가지 키워드 바로 '로맨싱 사가'가 등장한다. 다년간 '로맨싱 사가'를 필두로 소위 '사가'시리즈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대거 포진된 시리즈가 바로 이 '얼라이언스 얼라이브'다. 

게임은 지난 2017년 첫 출시된 이후 2019년 리마스터돼 닌텐도 스위치로 정식 발매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리즈는 거의 '쫄딱' 망하디시피한 작품이다. 3DS 끝물에 출시된 탓에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미스. 여기에 보이스를 지원하지 않았고,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그래픽 디자인에, 소위 '신사'들 마저도 저버리는 SD그래픽 등이 패착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어 리마스터 과정을 거쳐 HD버전으로 제작, 지난해 8월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정식 발매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같은 이유에서 게임 판매량은 크리 높지 않았다. 게임은 불과 6개월만에 파격할인에 돌입했고 현재 1만 7천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게임은 종합 예술이며, 취향을 타는 관계로 모든 요소가 완벽해야 한다. 그런데 몇가지 단점을 가진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면 이제 이야기가 다르다. 6만 4천원에 구매 해야하는 '얼라이언스 얼라이브'라면 깊게 고민해봐야하겠으나 1만 7천원에 구매 가능한 '얼라이언스 얼라이브'는 추천 리스트에 올릴만하다.

'얼라이언스 얼라이브'는 정통RPG다. 얼핏 보면 과거 PS1시절에 나올법한 그래픽이지만 실은 2017년 개발된 게임이다. 바꿔 말해 개발자들은 요즘 게임들이 제공하는 편의성들을 대거 도입해 전통RPG에 녹여 냈다. 잘 짜여진 동선과 게임 플레이 방식이 어우러지면서 편안하게 즐기는 턴제RPG가 됐다. 
일례로 게임에서 파격적인 개선을 이룬 것은 전투 시스템이다. 

턴제 RPG의 가장 큰 단점은 장시간동안 같은 패턴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보니 뻔히 결말이 보이는데도 a버튼을 연타해야하는데서 오는 피로도가 크다. 일부 게임은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위 '오버 밸런스 스킬'을 도입해 광역 스킬 한번에 몬스터가 싹쓸려 나가는 게임 방식을 도입한다. 이 게임도 뿌리는 같지만 형태가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속도'다. 게임은 자체 배속 시스템을 도입해 4배속으로 전투를 치른다.

여기에 기존에 선택했던 행동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오토 시스템이 탑재돼,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계산된 행동되로 전투가 진행된다. 적을 만나면 일단 기겁하게 되는 기존 RPG와는 그림이 조금 다르다. 

또, 자동 회복 시스템도 존재한다. 맵 상에서 마주치는 몬스터 한무리를 잡고 나면 자동으로 체력이 회복된다. 일부 특성을 찍으면 마나에 해당하는 SP도 회복된다. 마음만 먹으면 '무한 사냥'도 가능할 정도로 기본 게임성은 관대하다. 

특히 성장요소에서 게임은 더 관대하다. 일반적으로 몬스터 몇마리를 잡아야 레벨이 오르는 시스템 대신 한 전투가 끝나면 어떤 능력치든 일단 오르고 본다. 체력이나 SP와 같은 기본 스테이터스도 전투를 진행할 때 마다 향상된다. 여기에 또 다른 성장요소로 '스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게임상에서 검, 대검, 활, 주먹, 총포, 지팡이, 마법, 인술 등 다양한 무기 종류들이 있고, 각 종류에 따라 수십가지 스킬들이 쏟아진다. 이를 자유롭게 선택해가면서 육성하고, 새로운 스킬을 발굴하도록 준비한다. 

그렇다보니 게임은 묘한 중독성을 지닌다. 별 것 아닌 전투를 끝냈는데 캐릭터가 눈에 띄게 성장하며, 몇 번 더 했더니 새로운 스킬이 나온다. 새로운 스킬을 마스터 하기 전에 이미 다시 새로운 스킬 2~3개가 나온다. 무기를 바꿨더니 새로운 스킬이 등장하고, 방어구를 바꿨더니 새로운 스킬이 나온다. 이렇게 등장하는 스킬들을 다양하게 조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임이 핵심이다. 특히 각 스킬들은 모두 '상향'조정돼 있어 어떤 스킬을 쓰든 전투는 크게 어렵지 않다. 

여기에 난이도를 더하기 위해 선택된 방식은 '시간'이다. 유저들의 노하우에 따라 '화력'이 다르고, '안정성'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클리어타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전투와 스킬들을 보유할지라도 유저들의 노하우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크게 달라지는 식이다. 

이러한 시스템 하에 쌓아올린 시나리오는 '왕도 시나리오'를 따라 간다. 90년대 유행했던 JRPG식 작법이 등장한다. 한가지 달라진점은 역시 '텍스트 길이'다. 장시간동안 대사를 듣거나 이상한 시마저 봐야 했던 기존 스타일이 아니라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 전달하는 형태로 시나리오가 흘러 간다. 물론 중요한 장면에서는 역시 '텍스트 압박'을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기존 게임 스타일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모든 요소들을 클리어 했을 때 게임은 약 30시간동안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에 파고들기 요소들을 합한다면 50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사이 농축된 JRPG의 재미를 유저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오는 3월 20일 '동물의 숲'과 같은 대작들이 발매될 예정인 가운데 사실 콘솔게임업계는 폭풍 전야를 맞이했다. 대작들이 등장하는 시기를 피해 작품들을 발매하지 않는 시기다. 각 글로벌 스토어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3일 동안 즐길 게임을 찾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적절한 가격에 피로도도 그리 높지않은 '얼라이언스 얼라이브'를 플레이 해 보기를 추천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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