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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판7 리메이크’, 도슨트 없는 스퀘어 뮤지엄의 시작

  • 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0.04.14 18:56
  • 수정 2020.04.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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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발매된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이하 FF7 R)’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품었던 작품인 점을 입증하듯, 출시 직후 높은 판매고와 뜨거운 반응을 이끌고 있다.
게임은 원작 팬들의 감성과 추억을 완벽하게 끌어당기는 높은 퀄리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파이널 판타지7’을 접해보지 못한 유저들에게는 불친절로 느껴질 요소들 또한 산재해 있는 모습이다.
발매 소식만으로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게임, 새롭게 시작하는 ‘파이널 판타지7’의 이야기와 클라우드의 서사를 재차 써내려 갈 시간이 왔다.
 

원작 팬들에게 바치는 ‘명작’의 귀환
분명 ‘FF7 R’은 2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온 원작의 팬들에게는 완벽에 가까운 선물임이 분명하다.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쓸쓸한 버스터 소드의 모습과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상징하는 OST ‘The Preludes’의 선율은 그만으로도 팬들의 기다림에 대한 위로와 환영을 전달한다.
아울러 전작인 ‘파이널 판타지 15’에 기반해 일신한 시스템과 그래픽으로 무장한 스퀘어 에닉스는, 이번 ‘FF7 R’을 통해서도 게임 내 연출에 높은 공을 기울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첫 챕터에서 마주하는 마황로는,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며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게임의 첫인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 에어리스와의 재회는 많은 원작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인공 클라우드와 바레트, 티파, 에어리스 등의 데뷔를 알렸던 초반부 챕터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보다 풍성해진 마황로와 아발란치의 스토리는 게임의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후반부 챕터에 진입하면서 그러한 개발진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본격적인 신라와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후반부는, 원작에서 찾을 수 있던 요소의 세밀한 재현은 물론, 과거 기술력으로 표현할 수 없던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이벤트로 서장의 클라이막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개선된 시스템, 클래식을 벗어난 턴제 전투
원작인 ‘파이널 판타지7’은 클래식한 턴제 JRPG의 특징에 특유의 마테리아 시스템을 도입한 육성 및 스킬 요소가 큰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특징은 ‘FF7 R’을 통해서도 재차 등장했다. 전투 시스템은 실시간 턴제 배틀이라는 형태로 보다 강화된 액션성을 강조하고 나섰으며, 구작의 전투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클래식 모드’를 통해 클래식한 턴제 전투를 함께 제공하겠다 공언하고 나섰다. 또한, 마테리아 시스템은 과거의 자유로운 스킬 세팅과 기호에 따른 캐릭터 육성을 그대로 계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전투 시스템은 높아진 스피디함과 특유의 ATB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조합했다
▲ 전작인 '파이널 판타지15'이 이벤트성에 가까운 소환수 활용도에 혹평을 받았던 반면, 'FF7 R'의 소환수 시스템은 높아진 효율성과 밸런스 잡힌 사용 빈도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전투 시스템의 변화는 절반의 성공으로 관측된다. 신설된 ‘클래식 모드’는 단순한 ATB 커맨드 입력만을 제공할 뿐, 자동전투와 턴제 그 중간 지점의 어색한 전투로 다가온다. 하지만 전투 시스템의 완성도는 분명 높아졌다. 적들의 패턴에 따라 다양한 스킬 및 어빌리티 사용을 자연스레 유도하며, 발빠른 조작을 유도하는 실시간 3인 플레이어블 전투는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게임의 흐름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보다 풍성해진 서사, 보다 불친절해진 전달
‘FF7 R’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엔딩까지 플레이를 마친 팬들은 저마다 스토리와 게임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게임은 그렇게 플레이 이후에도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자아낼 정도로 더욱 깊어진 서사와 기존 조역 캐릭터들의 비중 확대, 다소 단순하게 지나갔던 챕터의 스토리 심화 등을 무장하고 나섰다.
게임이 ‘리메이크’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선 만큼, 이러한 요소들은 분명 원작 팬들에게는 반가움을 안기는 요소다. 여타 리메이크 타이틀들이 보였던 변화의 비중과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게임은 매우 많은 양의 변화를 탑재하고, 또 암시하고 있다.
 

▲ 보다 깊어진 미드갈의 이야기는 월 마켓 시나리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부에게는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 일부 원작 등장 몬스터는 서브퀘스트를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볼륨 업에서 등장한다. 원작과 달라진 세부 스토리는 원작 팬들에게 갑론을박을 안겨주고 있으며,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던 유저들에게는 이해가 힘든 방식의 스토리 암시 요소가 다수 등장한다. 특히, 해당 요소들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선 게임 본편뿐만 아닌, ‘파이널 판타지7’ I·P에 속해있는 외전 작품과 미디어 믹스 작품 일부의 내용까지 섭렵해야만 완벽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럼에도, ‘파이널 판타지’
앞서 언급한 요소들을 정리하자면, ‘FF 7 R’은 마치 도슨트가 존재하지 않는 방대하고 아름다운 박물관의 일부를 감상하는 느낌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분명 게임은 풀프라이스 게임에 합당한 볼륨과 높은 퀄리티, 훌륭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게임이 끝날 무렵 우린 재차 떠올리게 된다. 아직도 개관을 예고하고 있는 박물관의 섹션들이 여전히 더욱 방대하게 남아있음을 말이다.
게임은 파트 발매라는 선택을 함과 동시에, 이야기의 변주라는 도박 수를 던졌다. 이에 대해 팬들은 여전히 뜨거운 토론을 펼치고 있다. 그렇기에 신규 유저들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돋보이는 게임일 수도 있다.
 

▲ 아발란치의 주역들과 다시 한 번 모험을 떠날 시간이다
▲ 필자의 경우, 일부 파고들기 요소를 제외한 모든 서브퀘스트 및 메인퀘스트 클리어까지 약 42시간의 플레이타임을 기록했다

하지만, 게임 전반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는 바로 ‘FF7 R’은 ‘원작’과 팬들에 대한 철저한 헌사라는 점이다. 과거 CD 세 장을 번갈아 넣어가며 닳도록 게임을 플레이했던 그 시절의 추억, 그 추억은 현 세대에 걸맞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팬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렇기에 팬들에게 ‘FF7 R’은 충분히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음악, 비주얼, 박진감 넘치는 이벤트, 추억의 보스전 등 리메이크 게임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저마다 높은 완성도로 팬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 장면 하나하나가 잊을 수 없는 그 시절의 ‘파이널 판타지7’이며, 추후의 새로운 추억을 약속하는 새로운 ‘파이널 판타지7’일 것이다.

 

[경향게임스=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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