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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소비트렌드 변혁 … 'MZ세대'를 잡아라

획일적 성장보다 다양한 재미 ‘추구’ … 동영상 공유·이종산업 콜라보 ‘주목’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20.04.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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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5호 기사]

최근 유통시장 전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 중인 MZ세대가 게임 산업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특히 텍스트보다 동영상이 익숙하고, 상품 소유보다는 경험 공유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은 ‘브롤스타즈’를 비롯한 캐주얼 경쟁 게임 장르의 인기와 e스포츠 및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게임과 친밀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패션·뷰티·스포츠·자동차 등 각 산업군과의 협업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 원인을 MZ세대가 이끄는 소비트렌드의 변화에서 찾기 시작했다. 직접 플레이하기보다 게임을 시청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반복적인 성장과 과도한 과금 구조, 획일화된 게임성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미래세대 게임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생태계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흥행에 성공한 인디게임들이 다수 등장한 만큼, 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존 게임사들의 서비스 노하우를 결합하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MZ세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게임 산업의 차세대 플레이어로 주목받았다. 이들이 가장 게임에 관심이 많은 10대, 20대를 대표하기도 했지만, MMORPG가 대세인 국내 게임 시장에서 캐주얼 슈팅게임 ‘브롤스타즈’와 ‘궁수의 전설’, 방치형 RPG ‘AFK 아레나’ 등 예상을 넘어선 비주류 장르의 흥행을 이끈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e스포츠 시장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도 MZ세대의 지지 속에서 현실화됐다.

新 소비계층 ‘부상’
기본적으로 MZ세대를 이해하려면 동영상·경험공유·스낵컬쳐·가치소비 등 4가지 키워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들은 텍스트나 이미지보다 동영상을 통한 정보 획득이 익숙하고, SNS 상에서 사진과 이미지로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려는 특성을 지닌다. 실제로 MZ세대와 가장 근접한 서비스는 유튜브, 트위치, 틱톡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게임·패션·음악 등 이들의 관심사를 다루는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탄생했고, 각 기업들의 마케팅도 따라 움직였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도 ‘보는 게임’ 문화의 등장이 대두됐다. 북미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유튜브나 트위치 등 글로벌 게임 영상콘텐츠 시장 규모는 65억 달러(한화 약 7조 9,235억 원)에 달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를 11억 8,400만 달러(약 1조 4,430억 원)으로 전망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은 분당 평균 시청자 2,18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 동영상으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즐거움과 가치에 집중하는 MZ세대의 등장은 게임을 넘어 유통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다
▲ 동영상으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즐거움과 가치에 집중하는 MZ세대의 등장은 게임을 넘어 유통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와 함께 MZ세대는 비교적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고, 자신의 개성이나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행태를 보인다. 숏클립 플랫폼인 틱톡과 스냅챗의 글로벌 흥행과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나 ‘플렉스(과시하는 성향)’ 등의 새로운 소비트렌드 등장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반영하듯,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도 간단한 조작성과 짧은 플레이 타임, 인게임 광고형 보상 등을 내세운 하이퍼 캐주얼 장르가 급부상했다.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 등 매력적인 캐릭터와 커스터마이징 요소, 박진감 넘치는 경쟁 시스템을 곁들인 캐주얼 게임들도 수년간 글로벌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더 나아가 ‘리그오브레전드’와 손을 잡은 루이비통이나 ‘배틀그라운드’와 콜라보에 나선 휠라 등 게임을 매개체로 MZ세대 공략에 나선 이종산업과의 I·P 협업도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접근법 변화 ‘눈길’
MZ세대는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를 분석하는 중요한 변수로도 활용됐다. 산업 양극화 심화, 중국 판호발급 재개 불발, 외산게임 공세 강화 등 다양한 외부요인이 존재하지만, 콘텐츠 자체의 측면에서 폭넓은 소비자층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들의 게임 이용률은 전년 대비 1.5%p 감소한 65.7%를 기록했다. 반면, 동영상과 전자책 등 비게임 분야 여가활동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즉,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는 코어 유저 수는 줄고, 주로 타인의 게임 영상을 시청하는 라이트 유저가 확대된다는 의미다.
더불어 전 연령층에 걸쳐 월 평균 게임 결제비용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MMORPG 선호도와 결제유저 비율이 높은 3040세대에서도 전년 대비 26%p 이상 평균 결제금액이 낮아졌다. 신작 출시가 미뤄진 당시 상황도 있지만,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많은 40대 실업률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대형 게임사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면서, 전체 게임업계의 수익성 악화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 높은 결제금액을 유도하는 대신, 콘텐츠를 접하고 공유하는 이용자를 넓히는 전략이 상당한 매출 진작효과를 나타냈다
▲ 높은 결제금액을 유도하는 대신, 콘텐츠를 접하고 공유하는 이용자를 넓히는 전략이 상당한 매출 진작효과를 나타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국내 모바일게임 차트에서는 ‘브롤스타즈’, ‘궁수의 전설’, ‘AFK 아레나’ 등 해외 게임사가 제작한 비 MMORPG 작품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특징은 ARPPU(과금 유저당 평균 결제액)보다 DAU(일일 이용자 수)와 이용시간을 공략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치밀한 계단식 BM(비즈니스 모델)과 간편한 플레이 방식을 채택한 ‘AFK 아레나’는 ‘리니지M’보다 높은 DAU와 20대 이용시간 만으로 구글 매출 3위를 장기간 수성 중이다. 출시 초반 일평균 이용자 70만 명을 기록한 ‘브롤스타즈’ 역시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e스포츠 및 굿즈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더불어 단순한 조작과 로그라이크 특유의 랜덤성, 보상형 광고를 내세운 ‘궁수의 전설’은 트렌드에 민감한 1020세대 남성들을 사로잡은 힘으로 30대와 50대 유저들까지 끌어들였다.

다양성 확보 ‘과제’
이러한 현상은 국내 게임업계의 MMORPG 일변도가 지닌 약점을 드러냈다. 인기 온라인게임 I·P 재활용, 단순 반복적 성장 집중, 확률형 아이템 중심 BM, 무분별한 자동전투 등 획일화된 게임문법에 대한 피로도가 유저들 사이에 상당히 누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작 포지션을 차지하는 MMORPG에 투자하는 만큼, 현재 소비와 문화 트렌드를 좌우하는 MZ세대를 공략할 만한 신작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영상 제작을 고려한 게임 콘텐츠를 구성하거나, 단시간 내에 콘트롤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형태의 경쟁 요소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재미있고 짧은 콘텐츠에 열광하는 10대, 20대 이용자들을 사로잡는다면,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스토리를 토대로 스트리밍 플랫폼부터 e스포츠까지 자연스러운 외연확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중소·인디게임사들의 롤모델인 슈퍼셀 역시 비슷한 성공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 동일한 문화를 공유하는 MZ세대 개발자들을 육성하는 일은 기존 게임업계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기반작업이다
▲ 동일한 문화를 공유하는 MZ세대 개발자들을 육성하는 일은 기존 게임업계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기반작업이다

일각에서는 MZ세대 공략의 출발점으로 게임 생태계 다양성 확대를 지목했다. 같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신예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등장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게임 스토리 진행에 적합한 BM 설계나 글로벌 서비스 전반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대형·중견게임사들이 신흥 시장 확보와 신규 I·P 발굴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협업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던그리드’나 ‘래트로폴리스’ 등 대학생 인디게임 팀의 작품들이 스팀 탑셀링 최상위권에 올랐고,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한 ‘메탈 유닛’과 ‘스컬’, ‘플레비 퀘스트: 더 크루세이즈’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매출지표를 얻고 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가능성 있는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은 이미 수년간 이어져왔다”며, “단순히 매출 다변화를 위한 접근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유저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콘텐츠로서 게임의 본질에 집중해야할 시점”이라고 답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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