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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재미와 피로도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05.01 08:30
  • 수정 2020.05.0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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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5호 기사]

얼마 전 기자는 게임 비즈니스 모델(BM)과 관련해 칼럼을 썼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이 무리한 과금을 유도해 게이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과금을 진행하지 않으면 신규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아쉬움 또한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이머의 메일을 받았다. 자신도 게임사의 과금 모델에 대해서 불만이 많긴 하지만 소(小)과금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또한 적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론칭한지 6개월 정도 된 모바일 MMORPG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그는 현재까지 약 15만 원의 과금을 진행했고 최고는 아니지만, 전투와 사냥 이외에 다른 콘텐츠에서도 충분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기자는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다. 기자 역시, 언제부터인가 ‘게임의 재미’를 ‘최고’에서 찾았던 것 같다. 유명 인터넷 방송인들이 올리는 콘텐츠에 집중한 나머지 일반 게이머들이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각하지 못했다. 2시간 만에 수천만 원의 과금을 진행하고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만이 게임을 즐긴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이 사실이다. MMORPG의 핵심 재미는 캐릭터의 스펙 ‘UP’과 전투의 승리라는 일방적인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주변에 같이 20년 넘게 같이 게임을 즐기는 지인 부부가 있다. 그들은 MMORPG를 플레이할 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길게 보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2003년부터 함께 즐긴 ‘리니지’를 예를 들어보면, 그들은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10여년 만에 52레벨을 달성했고(참고로 기자의 ‘리니지’ 최고 레벨은 49레벨이다. 중간에 기자는 플레이를 포기했지만 그들은 계속 게임을 플레이했다), 기자가 꿈에서만 그렸던 아이템인 ‘이동 반지’를 구입했다. 여담이지만, 그 당시 굉장히 고가였던 ‘이동 반지’ 아이템 구입 이유에 대해서 필드에 떨어진 남들이 획득하지 않는 아이템을 주워서 상점에 빨리 팔기위해서라고 답했다.

최고가 아니더라도 레벨을 조금씩이라도 올릴 수 있는 장비를 통해서 게임 내의 재화를 획득 하는 재미가 너무 좋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생각해보면, 기자 역시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하면서 사냥과 전투 이외에 바다에서 보물찾기에 열중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 어떤 콘텐츠보다 그것이 재미있었다.
물론 이런 것들은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생활형 콘텐츠나, 소소한 재미보다는 무조건 전투, 스펙 ‘UP’이 좋다는 게이머들에게 이런 콘텐츠를 강요할 수는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재미가 있어서’라는 대답이 아마 대부분 일 것이다.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게임을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플레이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재미들은 ‘동물의 숲’에서 찾아라, MMORPG는 경쟁이다라고 반박하는 독자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관점의 차이로 누구의 의견이 ‘맞다, 틀리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냥 내가 재미 있는 것에 대해서 집중하면 될 것이다.

다만,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피도로를 쌓으면서 까지 ‘최고’를 지향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최근 한 유명 인터넷 방송인이 갑작스럽게 수억 원을 투자한 캐릭터를 판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체 서버에서도 상위 1% 안에 드는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판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 순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과금에 따른 피로도가 극에 달하지 않았을까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재미를 위해서 즐기기 위해서 플레이하는 것이지, 적지 않은 금액의 투자와 극한의 피로도까지 견디면서 1등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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