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리가 알던 학교의 종말

기고자: 고경곤 알피오플래닛 창업자/대표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05.20 10:0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령 776호 기사]
 

▲ 고경곤 알피오플래닛 대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사회가 될 것 이라는 예상이 넘쳐납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될 것이고, 깨끗한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얘기 합니다. 거기에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라는 멋진 수식어도 붙어 있어 마치 ‘4차산업혁명’ 이라는 열광적인 트렌드가 재현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습니다. 언택트, 비대면, 뉴노멀, 디지털대면이라는 단어들을 반복해서 얘기할 뿐 무엇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할 지 손에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최근 원격의료, 원격근무, 원격교육 등의 분야가 먼저 세부 내용을 개발하기 위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다행입니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교육 분야에서 개혁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알고리즘, 생명공학과 같은 기술혁신 때문에 우리가 과거로부터 물려 받은 경제적 정치적 모델이 앞으로 인간이 직면할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의 역할도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혁신되어야 한다. 교육은 변화를 견디는 힘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이와 같은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에 맞춰 개혁돼야 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앞으로 더욱 자주, 더욱 무섭게 우리에게 올 것입니다. 그러한 미래가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은 우리에게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지난 한 세기 동안 바뀌지 않았던 교육의 패러다임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변했다고 훗날 회고하게 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의 역할은 어떻게 조정돼야 할까요? 과거에 해 왔던 방식의 대면 교육을 온라인 상의 비대면 교육으로 그대로 옮기려고 시도하는 것들은 디지털의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황국신민 양성, 국가주의 시대의 반공투사 육성, 혹은 산업 시대의 산업 역군 배출과 같은 것이 기존 학교의 역할입니다. 이를 그대로 두고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학교의 역할과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지식암기 위주의 수동적이고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환경에서, 적극적인 소통과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교육 환경을 만들어, 변화를 견딜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성숙한 시민을 만들어 내는 교육 환경을 만들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코로나19 덕분에 달라진 우리 집의 아침 풍경에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아침 7시에 스쿨버스를 타야 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던 저희 집 아이는 이제 7시 50분에 기상해서 느긋하게 자신의 스마트폰 또는 노트북으로 출석을 하고 수업을 받습니다. 초기의 어색함은 어느덧 없어지고 이제는 능숙하게 화상을 통해 수업 받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교제하고, 운동하는 즐거움은 누리지 못하나, 온라인을 통한 학습은 적어도 아이들을 덜 괴롭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종식돼 다시 학교가 열린다면 우리는 옛날 방식의 학교 수업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만일 코로나19와 같은 심각한 사태가 또 다시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우왕좌왕 하면서 같은 과정을 답습해야 할까요?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이 참에 학교의 시스템에 대해 역발상을 해 보면 어떨까요? 아침에는 디지털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디자인 되고, 충실하게 만들어진 디지털 콘텐츠 교재를 통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점심 이후 학교에 등교하여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과제를 하고, 운동과 노래를 하고, 뮤지컬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학교의 일정과 역할을 전면적으로 바꿔보는 것 입니다. 학교는 호기심을 키우고, 재미를 느끼고, 협력을 할 줄 아는 사회적 자아를 키우고,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경쟁을 조장하고, 열등감과 우울증을 유발하는 그런 방식의 반교육적 학교를 바꾸어 보는 것 입니다.
비대면, 재택수업 환경에서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서를 만드는 일이 소외되어서는 안됩니다. 원격 수업기술, XR(VR)기술이 학생들의 체육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접목되고 활용돼야 합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실내 에서 체육 수업을 받아,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받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안전함을 느끼고, 그런 사람들과 더 자주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더 많은 연결이 만들어지는 온라인 역설이 생길 것이라고 합니다.
교육에 있어서도 그러한 온라인 역설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교육 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리고 에듀테크를 통해 지난 100년간 바뀌지 않았던 교육에 개혁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