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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VR “화질·인터랙션·재미 담은 VR영상 분야 ‘알릭스’ 도전”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20.05.20 13:30
  • 수정 2020.05.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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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5G 상용화 선언 이후,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VR·AR로 향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네트워크 속도 및 안정성이 대폭 향상되면서, 초고화질과 높은 몰입감으로 중무장한 VR·AR 콘텐츠의 잠재력이 점차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물밑 대결도 한층 치열해졌다.

비전VR(前 스튜디오 투토키)은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VR 콘텐츠기업 중 하나다. 엔씨소프트, 세가 등을 거쳐 온 김동규 대표를 중심으로 NHN, 캡콤 등 오랜 기간 게임업계 경력을 쌓아온 개발진이 주축인데다, 2년의 시간 동안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 기법과 자체기술 R&D(연구개발)에 매진해온 까닭이다. 그 결과, VR 장편 드라마 ‘하나비(HANA Type B)’와 LG유플러스의 ‘손나은 VR 스타데이트’ 등 기술력의 발전을 입증해왔다. 이에 본지는 김동규 비전VR 대표를 만나, 5G 시대를 준비 중인 이들의 인사이트를 들어봤다.
 

사진=비전VR

사실 2017년 말 설립 초기, 비전VR의 방향성은 게임 개발사에 가까웠다. 김동규 대표를 필두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게임 마니아들이 의기투합한 까닭이다. 김 대표가 게임쇼에서 처음 만난 VR은 그에게 몰입감과 임장감 등 긍정적인 충격을 주었고, 초기 시장의 VR 업계는 모든 회사가 동일한 출발선 상에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시장의 높은 잠재력과 달리, VR게임 개발 역시 신생회사에게 큰 장벽이 존재했다. 이용자들의 기대에 충족할 만한 사실적인 그래픽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고, 다소 부족한 디바이스 성능과 높은 가격으로 인한 느린 보급 속도는 수익화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 대형 업체들도 우선은 소극적인 관망세를 취하고 있을 때, 이들은 오히려 디테일한 시장분석에 돌입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과 폭넓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VR의 가능성과 경쟁력 있는 VR 영상콘텐츠의 부족이라는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시장을 면밀히 조사해본 결과, 스마트폰을 삽입하여 즐기는 모바일 VR 시장의 확장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로 삼성의 ‘기어VR’은 500만 대 이상 보급됐다는 소식도 들려왔죠. 그러나, 누구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모바일VR에 가장 적합한 실사 VR 영상 분야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화질 문제에 봉착한 상황이었습니다. 게임과 달리 실사 영상에서만 화질이 떨어지는 현상은, 분명 디바이스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매력적인 기회로 보였습니다.“
 

사진=비전VR
▲ 휴머노이드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하나비‘는 유저가 주인공의 대사나 행동을 선택하도록 해 몰입감을 높혔다 (사진=비전VR)

‘초고화질 VR 영상콘텐츠’라는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자, 비전VR의 발걸음은 한층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원본 영상의 해상도가 아무리 높아도, 평면 영상을 스피어(구) 형태로 변환하여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화면이 상하좌우로 늘어난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즉, 초고화질 VR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후처리 기술로 이 과정에서의 화질 저하를 극복해야 했다.

김동규 대표가 해답을 찾는 과정은 굉장히 독특했다. 전문서적이나 포럼, 콘퍼런스에서 제시한 일반적인 제작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VR 영상콘텐츠의 화질개선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그 결과, 비전VR이 자랑하는 업계 최고수준의 ‘초고화질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이 완성됐다. 예를 들어 촬영된 영상에서 인간이 인지 가능한 화소들을 찾아낸 뒤, 비인지 화소들을 걷어내고 그 빈자리를 인지 화소 중심으로 다시 채워 넣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해상도는 더욱 선명해지면서 파일 사이즈는 기존보다 작아지는 결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비전VR의 첫 번째 무기 개발은 곧 ‘하나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팀원들에게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자체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당대 최고 화질, 그려면서도 기존 VR영상 대비 현격히 차이는 콘텐츠 볼륨, 그리고 게임화의 초석이 될 인터랙션 도입이다. 이에 따라 ‘하나비’는 기존에 없던 118분 분량의 VR 장편 인터랙티브 드라마로 제작됐고, 10분 단위 챕터로 분할 하여 편의성을 갖췄다. 선택지 형태로 이용자가 주인공의 행동이나 대사, 즉 스토리에 개입하는 ‘인터랙티브 필름’의 가능성을 2018년 넷플릭스가 선보인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보다 1년 앞서 입증하는데도 성공했다.

“설립 전 목표가 VR게임 개발이었던 만큼, 첫 번째 작품인 ‘하나비’부터 인터랙티브 요소를 활용하고 싶었죠. 기존 콘텐츠들을 뛰어넘는 초고화질도 중요한 요소 이지만, 시청자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완성했다는 점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손나은 VR 데이트’나 ‘새러데이 VR 뮤직비디오’ 등 후속작에서 점차 발전된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사진=비전VR
▲ 실사 촬영된 인물을 만지고, 유저의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는 ‘딥 인터랙티브’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사진=비전VR)

경쟁력 있는 초고화질 영상 제작기술을 갖췄음에도, 비전VR은 지속적으로 R&D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5G 서비스가 확산되는 2020년 이후부터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동통신 3사가 양질의 국내외 VR콘텐츠 수급에 나섰으며, 비전VR의 기술력을 확인한 해외 통신사들의 제안도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김 대표는 “자체 기술력 향상과 자체 I·P 콘텐츠 개발을 통해 향후 글로벌 VR시장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다짐을 공고히 했다.

이를 바탕으로 비전VR이 집중하는 분야는 당연하게도 ‘인터랙션’이다. 초고해상도 실사 영상 속 인물과 마치 현실처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VR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용자의 터치나 시선, 음성에 즉각 반응하는 ‘딥 인터랙티브’ 기술이 대표적이다. 인터뷰 도중 해당 기술을 체험해본 결과, 이용자의 행동에 맞춰 미리 제작된 영상이 자연스럽게 블랜딩 후 재생되면서, 마치 리얼타임 렌더링에서나 가능한 연출을 보는 듯한 경험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자신의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등 현실 같은 데이트를 즐기거나, 영화 감상 도중 게임 주인공처럼 중요한 행동(만지기, 집어들기, 바라보기 등)을 하여 스토리에 개입하는 형태의 연출이 가능하다. 해당 기술에 대해 비전VR은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이다. 

아울러 게임업계에서 쌓아온 콘텐츠 연출 노하우도 폭넓게 적용할 방침이다. 2D 프레임 내에서 감독의 의도대로 영상을 연출하는 방식과 달리, 게임 개발자들은 동시간 대의 3차원 공간 내에서 유저의 시점전환에 구애받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의 동선 구성이나 화면 전개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니티나 언리얼 등 게임엔진과 실사영상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그래밍 문제도 영상 전공자들에 비해 극복하기 쉽다는 강점이 존재한다. 김동규 대표는 “국내외 이용자들이 한 단계 발전한 VR영상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2021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자체 I·P 콘텐츠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김 대표는 VR 영상콘텐츠 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한 큰 결심도 마쳤다. 바로 오랜 기간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특허 출원한 자체 기술들을 업계와 공유하는 일이다. 바로 초고화질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과 딥 인터랙티브 기술 등 자사 노하우를 모두가 간편하게 활용하여, 양질의 VR 영상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제작 및 배포할 계획이다. 제작된 결과물 중 인터랙티브 컨텐츠는 음성인식 등 11가지 차별화 기능이 포함된 비전VR의 뷰어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즉, CP(콘텐츠 제작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체 기술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전략인 셈이다.

“올해 밸브가 출시한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성공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뉴미디어 산업은 킬러 콘텐츠가 등장해야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릭스’가 등장한 게임업계와 달리, 아직 VR 영상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킬러 콘텐츠가 등장하지 못했죠. 앞으로 비전VR은 초고화질·인터랙티브·재미 3축을 강화하는 R&D에 꾸준히 투자해,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VR영상계의 ‘알릭스’를 선보이도록 달려가겠습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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