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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대리인·사업자 주의의무, 청소년 교육제도 강화 ‘필요’”

  • 삼성=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20.06.02 18:36
  • 수정 2020.06.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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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전문가들이 청소년과 사업자를 모두 보호하는 미성년자 환불정책의 청사진을 의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6월 2일 코엑스 컨퍼런스홀에서 ‘제3회 GSOK 포럼 - 게임이용에 있어서의 청소년 보호정책’을 개최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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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상태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실제 분쟁사례의 쟁점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청소년의 단독 계약체결은 어렵지만, 허위정보를 입력하는 속임수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경우 사업자가 이를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청소년이 부모의 개인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고, 비대면 계약 상황에서 상대방이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 명확한 구별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다양한 사례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만약 청소년 계약체결에 대해 취소권을 행사한다면, 결제수수료 등은 환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가 얻은 현존이익은 반환해야하며, 사업자가 계정 삭제 등 취소권 행사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불어 사전 동의가 없었더라도 법정대리인이 결제내역에 대해 금액을 납부했다면 법정추인으로 인정되나,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카드대금 납부 전 모든 결제내역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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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업자의 주의의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정한 ‘앱마켓 결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면 충분히 취소권 제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편결제 트렌드와 역행한다는 점은 향후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존재한다. 이외에도 금지행위를 위반한 소비자 역시 사업자의 주의의무가 선행돼야하며, 대행사업자를 비롯한 환불절차 악용 사례에서는 사전예방과 사후 해결방안 마련이 동시에 필요하다.
김상태 교수는 “법정대리인과 사업자 모두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는 제도 강화가 필요하며, 사업자 입장에서 직접 청소년 교육에 나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표준화된 환불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고, 중소게임사들을 위한 전문 분쟁해결기구 설립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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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신동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EU(유럽연합)과 독일의 온라인게임 분야 미성년자 환불제도에 대한 사례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EU는 미성년자를 한정하지 않고 B2C 관련 분쟁에서 소비자 철회권이 인정된다. 온라인게임 역시 디지털콘텐츠 공급계약에 해당됐으나, 지난해 11월 ‘디지털 서비스’ 개념이 신설되면서 일부 법조항 적용에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계약체결이 전제되는 게임이용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 후 서비스가 공급돼도 14일 내에 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 반면, 개별 아이템 결제 사례는 일회성 계약인 만큼, 기존과 동일하게 디지털콘텐츠 공급계약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EU가 규정한 계약 유형이 한국의 전자상거래계약과 유사한 만큼, ‘디지털 서비스’ 개념 역시 향후 국내법 해석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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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한국에서는 미성년자의 행위능력을 규정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본인 계정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행위능력이 문제가 되지만, 타인 계정으로 계약을 한다면 외관대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 민법에서는 계정을 보유한 자가 관리와 보안의 의무를 부담한다. 즉, 미성년자가 결제를 진행했더라도, 게임회사는 부모와 계약을 진행한 일종의 ‘타인명의계약’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부모가 대리권을 수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부모가 알고 있었지만 방치했다면 국내와 동일하게 ‘묵인대리’로 인정되며, 모르는 상황에서 관리가 부주의했다면 한국에서 적용되지 않는 ‘외관대리’ 개념이 적용된다.
정신동 교수는 “미성년자 관련 분쟁에서는 계약당사자가 부모인지 청소년인지 확인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부모의 계정 관리의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행위능력을 넘어 대리행위 규정까지 고려한 환불기준 설정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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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미성년자 환불제도와 청소년 보호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이 제시됐다.
강지명 성균관대학교 인권센터 선임연구원은 “청소년 보호라는 이름의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청소년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청소년 보호의 역설을 강조했다. 실제로 만 10세의 초등학생이면 본인 명의의 휴대폰 개설이 가능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이유로 만 14세 이상 제한에 걸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부모님들이 본인의 휴대폰이나 게임계정을 쉽게 아이들에게 넘겨주다보니, 청소년들이 ‘타인명의도용’이라는 범죄를 가볍게 여기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주되, 그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임 아이템 결제 문제에서도 용돈 범위 내에서 청소년들이 돈을 쓸 수 있는 권리와 그에 따르는 의무를 제대로 교육해야한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청소년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계 활동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제혜택 등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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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수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은 “기존 청소년 보호 규정에는 게임이용 자제를 원하는 정부나 사회의 의지가 투영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권리 주체로서 청소년이 다양한 게임을 즐겁게 향유할 기회는 충실히 보장돼야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게임이용 자체를 막으려는 전제가 깔리다보니, 법정대리인의 묵인이 자연스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더불어 김상태 교수가 주장한 ‘법정대리인 동의제도 강화’에 대해서는 기존 규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존에는 시스템화가 난해하다는 주장이 존재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세밀한 지침을 마련한 만큼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내에서 사업자의 주의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책임소재가 명확해질 수 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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