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독재자적 자아와 게임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06.07 09:0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령 777호 기사]

우리말에 ‘~로서’라는 표현을 알 것이다. 자격, 지위 등의 뒤에 붙여 사용하는 격 조사이다. 이 표현은 하나의 주체가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나타낸다. 한 사람이 때로는 어떤 회사의 직원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자식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친구 혹은 연인일수도 있다.
사실 우리의 자아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자아의 형태를 가지고 다양한 감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건강한 정신이라는 증거이다. 이것을 분열적 자아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통일된 자아를 가진 경우 다양한 감정의 형태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만약 누군가 부모님과 대화할 때, 친구와 대화할 때 혹은 연인과 대화할 때 같은 형태로 대화를 한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를 독재자적 자아라고 표현한다. 독재자적 자아가 강하게 되면, 하나의 자아가 너무 강해 다른 자아가 들어설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해진다. 이런 독재자적 자아는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하나의 자아로 지내기를 강요한다.

획일화된 자아는 몰입이 용이하고, 집중력이 높다. 따라서 이런 상태는 효율성이 높고, 작업의 성과가 높아진다. 공부하는 학생 자아가 독재자일 경우 성적이 오를 것이고, 직장인 자아일 경우 업무 성과가 좋아질 것이다. 반면 친구와 멀어지고, 연애는 어려워질 것이며, 가족 관계는 소원해질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독재자적 자아가 극단적으로 강요되는 군대의 모습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군대에서 병사는 다른 모든 자아에 앞서 군인으로서 효율적이고, 목적에 충실한 삶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분열적 자아는 다양한 감정을 제시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하는 자아와 개인의 다양한 자아를 분리해 스트레스의 연장선을 차단한다. 이런 경험은 무척 즐거운 경험이 된다. 이것이 요즘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 있는 삶이다. 또한 이것이 어린 아이들이 역할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며, 다양성이고, 즐거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우리에게 새로운 자아를 제시한다. 게임 속에서 우리는 주어진 캐릭터에 몰입해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모험과 환상을 체험하며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가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감정이 이입된 새로운 자아를 가상의 공간에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며, 새로운 자아는 기존의 삶과 분리돼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 게임하는 자아가 독재자가 되지 않는다면, 게임은 일상에서 효율과 성과를 강요받는 우리의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