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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인크레더블과 안전한 모험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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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8호 기사]

필자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에 픽사(PIXAR)가 있다. 아마도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한 편도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중 국내 관객이 가장 많이 본 작품은 ‘인사이드 아웃’일 것이다. 약 500만 명이 관람하며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중 관람객 수로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 외에도 픽사의 애니메이션 필모그래피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 ‘라따뚜이’, ‘월-E’, ‘니모를 찾아서’ 등 수많은 히트작을 가지고 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대중성이 검증된 이야기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독특하게 재해석하거나, 세상에 대한 풍자를 담은 위트있는 대사를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수많은 픽사의 성공작 중 필자가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인크레더블’ 시리즈의 한 대사다. 물론 해당 시리즈에는 많은 명대사가 있으나, 이번에 다루고 싶은 대사는 2편에 등장했던 악당 ‘스크린슬레이버’의 대사이다.

“너희는 대화하는 대신 토크쇼를 본다. 게임을 하는 대신 게임 중계를 본다. 여행, 우정, 모험... 모든 의미 있는 경험은 상품화돼 매체를 통해 전달된다. 그걸 구경만 하는 동안 너희는 수동적이고 게걸스러운 소비자로 전락한다.”
이 대사가 떠오른 이유는 마치 지금의 언택트(Untact) 세상을 예상한 듯 보이는 대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사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기만 하고, 주체적 사고를 타인에게 맡겨버리는 현대인에 대한 조롱을 담은 대사이다.
그러나 이 대사를 뒤집어 이해해보면, 이런 모습이 위험을 막아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실제적 경험은 위험을 동반한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조난 위험이 있고, 자동차 레이스는 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오지로의 탐험은 알 수 없는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바이러스가 위협하는 환경이 되면,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모험처럼 될 수도 있다.

게임은 이런 모든 종류의 위험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시속 300km로 자동차를 몰아도 사고의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마왕과 싸워도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 범죄 현장에 가지 않아도 범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며, 우주에 가지 않아도 외계인을 만날 수 있다.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모험이 될 수 있는 요즘, 안전한 집에서 안전한 게임으로 안전한 모험을 하는 것이 새로운 세상의 주체적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아직 보지 못했던 픽사의 영화도 한편씩 보면서 모험을 즐긴다면 더 능동적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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