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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그리고 인디게임

기고자: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최삼하 교수

  • 정리=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0.06.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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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8호 기사]

 

▲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최삼하 교수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문제점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다양성의 부재’ 였다. 유난히도 장르적 편중 현상이 심한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늘 ‘창의성’과 ‘다양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자본과 유명 I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블록버스터 형 게임이 시장을 지배했고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졌다. 또한,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산 게임들의 홍수로 인해 시장에서 국산 게임들이 설 자리마저 날이 갈수록 사라져갔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상황에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부분이 바로 ‘인디게임’이다.

인디게임(Indie Game, Independent Game)이란 유통이나 스폰서 등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여 개발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저 자본 기반의 게임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과거와 달리 마켓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1인 개발이 가능할 정도로 개발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한 기반이 마련되었고 시스템화된 대형게임개발사의 개발 프로세스를 탈피하는 현상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게임업계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여 지금은 인디게임이야말로 시간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시장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인디게임의 성장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창조적 사고와 사회 발전의 원천으로서 그 다양성이 요구되는 문화적 특성상 게임산업에서도 이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업성이 최고의 가치가 될 수밖에 없는 대형 개발사들의 속성상 게임이라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 산물을 본질적인 가치추구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없다. 때문에 검증된 시스템이라는 안전한 장벽 안에서 개발을 진행하며 그 결과물들은 획일적 형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끊임없이 언급되어온 다양성의 부재는 이로부터 시작한다. 자본 시장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개발자의 게임에 대한 철학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인디게임은 그런 기존의 게임 시장의 지배구조에 반하는 새로운 가치들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대한민국 게임업계에도 ‘인디’라는 개념이 해외 공모전 등을 통해 조금씩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고 2015년을 기점으로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충족시키면서도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어비스리움’을 필두로 다양한 인디게임들이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구글코리아(Google Korea)의 ‘인디게임 페스티벌’이나 ‘BIC(부산인디커넥트)’ 등과 같은 인디게임을 위한 행사들도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다. 동아시아 최고의 게임전시회를 표방하며 2005년부터 개최되어 온 ‘지스타(G-Star) 보다도 더 사용자 친화적인 성격으로 인식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숨은 보석 같은 수작들을 사용자들이 직접 플레이하며 개발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행사로 인디게임 마니아층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 기관들의 인디게임 부흥 프로젝트도 힘을 더하고 있다. 지역의 글로벌게임센터를 통한 인디개발자 육성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인디크래프트(Indie Craft)’와 같은 기관과 협회 그리고 개발사가 힘을 모아 진행하는 우수 인디게임 발굴 프로젝트도 눈길을 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경선을 통한 우수 작품을 시상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원석 같은 우수 작품들을 다양한 지원체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다. 이에 게임업계의 많은 게임인들의 십시일반 후원이 더해서 그야말로 희망의 씨뿌리기 행사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무너진 대한민국 게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디게임을 발굴 및 육성한다는 캐치프레이즈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다양성에 대한 시도는 사실 도전과 위험이라는 두 요소를 동시에 품고 있다. 넥슨코리아의 이정헌 대표가 “넥슨의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다양성”이라고 언급하며 넥슨만의 창작문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야심 찬 행보를 펼쳐왔지만 5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작 모바일게임 ‘듀랑고’의 서비스를 공식 종료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거둬야 했다. 이는 사실상 넥슨이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다양성 실험이 실패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이 실패의 경험조차도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었으며 더 성숙한 창작문화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화의 발전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다양성은 그 변화의 씨앗이며 원동력이다. 인디게임은 실험적 도전이라는 위험조차도 즐겁게 감내할 수 있는 창작에너지의 발현이다. 대한민국 게임업계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새롭게 찾아낸 돌파구 역시 인디게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에너지의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넥슨의 실패가 실패가 아닌 것은 실패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경험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증폭시킬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게임은 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컬처의 히든카드이다. 해가 갈수록 딴딴해지는 대한민국 인디게임의 성장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화려하게 글로벌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을 고대한다.
 

[경향게임스=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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