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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죽여야 사는 소녀들, ‘최악’의 잔혹동화 시작

시노앨리스(포케라보)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07.02 14:22
  • 수정 2020.07.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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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모바일게임 최대의 문제작 ‘시노앨리스’가 정식 론칭했다. 지난 2017년 일본에 먼저 출시된 게임으로, ‘드래그 온 드라군’, ‘니어’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악명(?)을 떨쳤다. 실제로 게임의 주 타깃인 서브컬처계에서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넥슨이 서비스하기로 했지만 론칭 이틀 전 돌연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고, 오랜 시간을 거쳐 포케라보 직접 서비스가 결정되는 등 출시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요코오 타로 특유의 염세적인 세계관과 기괴한 감성이 잔뜩 녹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의 기존 이미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모든 것을 한 눈에 척 알기는 어렵지만, 각 주인공들의 사연과 작가를 부활시키려는 이유, 이들이 서로 만나며 발생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상당한 충격을 준다. 대사 곳곳에 등장하는 번역투조차 그리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괴한 ‘최악의 이야기’를 직접 확인해보자.
 

고어 감성의 결정판
처음 게임을 설치해 실행하면,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도 하기 전에 10연속 가챠를 시켜준다. 이후 캐릭터를 선택하고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의 내레이션이 심히 괴이하다. 무기 뽑기를 할 때는 어차피 리세마라(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 리셋하는 행위)를 할 것 아니냐고 말하고, 캐릭터를 선택할 때는 그냥 적당히 예쁜 애로 고르라는 식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캐릭터는 스니키와 스푸키라는 인형인데, 이들 또한 음침한 구석이 있다. 로딩 과정 등 다양한 곳에 등장해 음험한 이야기를 하고, 전투 도중 등장해 각 주인공 캐릭터들에게 살육을 권하기도 한다. 심지어 뽑기를 할 때 추가 레어 아이템이 등장하면 스니키가 다양한 방식으로 스푸키의 목을 딴다. 
게임 곳곳에 배치된 이같은 요소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고어’다. 시각적으로 직접 묘사되지는 않지만, 언어 등 맥락정보를 통해 고어물과 유사한 감성을 전달한다. 만약 자신이 고어물에 익숙치 않거나 불호가 심하다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좋다.

뒤틀린 가치
스토리 측면에서 살펴봐도 이 게임은 뭔가 굉장히 뒤틀려있는 느낌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의 내용들이 매우 잔인하게 각색돼 있는 일종의 ‘잔혹동화’인데, 이를 알고 플레이해도 그 이상으로 뭔가 배배 꼬여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 배경은 게임 내에서 언급되는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 앨리스, 백설공주, 신데렐라, 빨간모자, 그레텔, 카구야 공주, 피노키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각 주인공들이 상징하는 것들을 확인해보면, 각각 속박, 정의, 비열, 폭력, 허망, 피학, 의존, 수면 등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7죄종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정의와 같이 그리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지 않는 가치들조차 매우 뒤틀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앨리스나 신데렐라 등의 대사를 살펴보면, 백설공주의 ‘정의’는 독선 내지는 위선으로 점철된다. 백설공주 자신의 신념을 ‘정의’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타인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한다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는 뒤틀린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한다. 또한 그 끝은 결국 파국임을 암시하며 비극에 대한 감정을 극대화한다. 동심의 상징인 동화 속 주인공들을 타락한 존재로 상정하고, 고난과 행복 대신 살육과 파멸을 대입함으로써 지금껏 보지 못했던 비극을 만들어낸 것이다.

게임인가, 이야기인가
사실 게임으로서의 ‘시노앨리스’는 그다지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픽이나 연출, 액션 등에서는 그리 특출난 부분이 없고, 게임성 역시 RPG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만 구비했을 뿐 뛰어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전투 신은 조금 지루할 정도다. 요코오 타로의 전작 ‘니어 오토마타’에서도 액션에 대한 호불호는 있었을지언정 생략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반면 ‘시노앨리스’의 전투 신은 그저 의미없이 반복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으로서는 잘 봐줘야 평작 수준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시노앨리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기자는 그 해답을 ‘스토리’에서 찾았다. 게임의 주 소재가 ‘이야기’인 만큼, 다른 게임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RPG보다는 비주얼 노벨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며, 이같은 전제를 먼저 상정하고 게임을 바라보면,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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