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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류와 오픈월드의 만남 ‘고스트 오브 쓰시마’ 플레이 리뷰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7.14 23:00
  • 수정 2020.07.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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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시국이다. 특정 기업은 불매 운동으로 철퇴를 맞았다. 역사적인 감정은 현재까지도 유지된다. 중립을 훈련한 기자도 이 문제에서는 중립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왜색 소재 게임이라면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신작 게임이 오픈한다. 몽골군이 대마도를 침공하는 시대 배경을 기반으로 이에 맞서 싸우는 사무라이를 그린 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이하 고오쓰)'가 오는 7월 17일 공식 발매된다. 지난 E3 2018에서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 게임. 그러나 무작정 환영하기 어려운 게임을 사전에 플레이 해 봤다. 
 

전쟁 속 시대 상황 게임에 담다
'고오쓰'는 사실 왜색을 찬양하는 게임이 아니다. 개발사는 북미 개발사인 써커 펀치다. 엔딩 크레딧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개발팀 내부에는 한국인 직원들이 다수 있는 회사이며, 전 세계 각국에서 개발팀들이 함께 이 게임을 개발했다. 개발진들은 전쟁에 놓인 사람들의 상황을 표현하며, 주인공 진 역시 사람일 뿐이다. 사무라이가 최고라거나, 일본 문화가 최고라는 설정이 아니다. 게임은 전쟁과 시대를 표현하는데 주력한다. 역사적 사실에 모티브를 얻었지만 실제 내용은 모두 픽션이다.

대마도 지역 곳곳은 화마에 휩싸여 불타오르며, 너덜너덜한 문풍지 속에 웅크려 앉은 사람들은 전쟁의 시름을 이야기 한다. 피죽 한 그릇 먹고자 그들이 자행하는 일은 전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더할 나위 없다. 게임 속 전쟁은 상실을 낳는다. 누군가는 사람을 잃었고, 누군가는 자존심을 잃었다. 누군가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가운데 이 사람들이 겪는 비참한 상황이 계속된다. 심지어 주인공은 자신이 '사무라이'가 되기 조차 포기한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주인공. 그러나 검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그릴 뿐이다.

그나마 살아 있는 사람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몽골군은 곳곳에서 학살을 자행한다. 피가 튀고 살이 잘려 나가며 진흙이 묻어나는 전장 특유의 장면들이 반복된다. 이곳에 뛰어든 주인공 등 뒤에는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다.

다크소울류 전투의 재해석 
'고오쓰'의 전투는 소위 '소울류'게임에 가깝다. 평범한 공격은 상대에게 통하지 않는다. 상대 공격을 보고 빈 틈을 노려 칼을 밀어 넣는 게임에 가깝다. 반대로 패링(쳐내기, L1버튼)이나 회피(O버튼)를 통해 빈틈을 만들거나, 강공격(△버튼)을 활용해 가드를 무너트리면서 싸우게 된다. 이어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공격 패턴이 발전하며, 발전한 공격 패턴에 따라 게임 플레이도 더 다양하게 변화한다.


대신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기존 소울류 게임들이 주로 1:1 전투에 치중했다면 이 게임은 1:다수 전투가 핵심이다. 전투 도중에도 증원군이 도착해 주인공을 포위하며, 주인공은 정면의 적 외에도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면서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 필사적인 저항과 몸부림 끝에 상대에게 칼을 박아 넣었을 때 오는 감정은 색다른 묘미를 자아낸다.  흔히 이야기하는 타격감과는 조금 다른 '날 것'의 감정이다. 

아름다운 풍경 돋보이는 오픈 월드
참혹한 전장과는 달리 대다수 풍경은 아름답게 표현된다. 개발진은 꽃들이 흩날리는 공간에서 말을 달리며 바람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경험을 연출해 냈다. 현지에서 직접 녹음한 새소리와 바람 소리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여기에 기가막힌 광원 효과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아침 햇살에서부터 저녁노을까지 살아 있는 듯한 광원 효과가 전체 분위기를 형성한다. 개발을 리딩 하는 네이트 폭스는 약 20년 동안 광원 효과를 연구하고 만들어온 인물.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화면들은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한다. 전투와 그래픽 두 가지 무기 만으로도 게임은 분명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맵 곳곳에서 숨겨진 콘텐츠를 찾아내며 플레이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몇 가지 미니 게임이 동반된다. 온천욕이나 하이쿠(명상)과 같은 시스템, 대나무 자르기와 같은 미니 게임, 숨겨진 신사를 찾아가는 모험 콘텐츠 등이 존재하며, 각 요소들을 플레이할 때마다 캐릭터가 직관적으로 성장하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동기를 부여한다. 

또한, 안개로 가려진 지역을 헤메다 보면 반드시 수집 요소에 해당하는 아이템들을 보상으로 받으며, 이를 통해 업적을 달성하는 요소들도 존재한다. 설사 맵을 조금 헤멘다 할지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픈월드 게임답게 빠른 이동을 통해 방문해 본 곳은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근처에서 발견하지 못한 장소는 물음표(?)로 표기돼 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여우나 황금새, 바람과 같은 보조 수단들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해 게임 플레이를 돕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성장과 수집에 따른 캐릭터 강화 요소도 존재

이 시대 게임에서 핵심은 역시 캐릭터 강화. 직관적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유저들은 만족한다. 이를 직접 실험해 보면서 반복된 적들을 상대하고,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게임 속 성장 요소는 스킬과 장비로 구현된다. 스킬 부문은 적을 처치하고 퀘스트를 완료하면 경험치를 받는다. 특정 단계에 도달하면 스킬 포인트를 획득하며, 이를 투자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새로운 검술자세를 얻어 상대 병과나 특색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데미지 강화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여기에 기본 스테이터스를 증가시켜줄 장비로는 호부와 갑옷이 역할을 수행한다. 호부의 경우 받는 데미지를 줄여주거나, 공격력을 올려주는 것과 같은 옵션이 기본이다. 여기에 은신, 궁술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등장해, 한 개를 획득할 때 마다 비약적으로 능력이 향상된다. 갑옷 역시 마찬가지. 체력을 크게 올려주거나, 전체 데미지를 비율(%)로 올려주는 것과 같은 옵션들이 포함돼 있다. 

대신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들이 존재한다. 맵 상을 돌면서 대나무, 철, 금괴와 같은 요소들을 수집해야하며 이를 사용해 각 무기나 장비들을 강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 특정 기술이나 갑옷 등은 반드시 퀘스트를 수행해야만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일례로 장궁을 얻기 위해서는 히든 보스를 물리쳐야 한다. 앞서 보물지도를 찾아 특정 장소를 찾아가야 하며, 해당 장소에서 보스전이 시작되는 식이다. 장궁을 얻으면 투구를 쓴 적도 헤드샷 한방에 쓰러뜨릴 수 있다. 또 넓은 범위에 화상을 유도하는 '폭발화살'을 쓸 수 있게 된다.

반복에서 오는 권태
새로운 사람을 구하고, 동료를 만나고, 보스를 처리하면서 재미는 배가 된다. 그런데 후반부에 도달하게 되면 성장은 멈춘다. 게임 난이도는 급격히 올라간 상황에서 이제 소울류 본연의 모습을 드러 낸다. 그렇다고 해서 난이도가 높은 수준은 아니며, 어렵다기 보다는 귀찮은 쪽에 가깝다. 이미 수십시간동안 훈련된 게이머들은 충분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대신 장시간동안 싸우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보니 한방 쾌감이 있던 전투는 늘어지며, 이는 곧 스트레스로 귀결되면서 권태로 연결된다. 개발사도 역시 이를 인지하는 듯 화차와 같은 별도 시스템을 통해 재미 포인트를 잡고자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특히 맵을 꼼꼼히 뒤지면서 숨겨진 요소들을 풀어 나가는 유저들의 경우에는 후반부에 급격하게 동기 부여를 잃는다. 성장 요소였던 신사나, 여우굴, 대나무베기 등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반복처럼 느껴진다.

단, 변수는 있다. 엄밀히 말하면 게임은 전체 플레이타임이 길다. 리뷰가 허용되는 스토리 초반부에만 20시간이 걸린다. 중후반부를 합치면 약 70시간에서 80시간. 꼼꼼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100여시간동안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된다. 플래티넘을 노리는 유저라면 120시간이 넘게 게임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2주 동안 110시간에 걸쳐 게임을 플레이한 기자의 상황을 감안해보면 유저 성향에 따라 다른 게임 플레이를 즐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잘 만든 작품 마무리가 아쉽다
개별 시스템을 따지고 보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익숙한 재미를 근간으로 한다. 흔적을 조사해서 적을 추적하는 부분에서는 '위쳐'가 보인다. 절벽을 타고 갈고리를 걸어 이동하는 장면에서는 '언차티드'가 보인다. 적들을 암살하는 장면에서는 '어쌔신 크리드'나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가. 전투 시스템에서는 순한 맛 '세키로'가 떠오른다. 스토리 라인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나 '7인의 사무라이', '13인의 자객'등이 오버랩 되는 장면들도 있다. 
 

재료는 같을지라도 맛은 조금씩 다르다. 분위기와 연출, 상황 설정, 캐릭터 등에서 타 게임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단, 직접 한 수저 먹어 봐야 맛을 알기에 평가를 내리기에는 미묘하다. 이 집만 잘하는 비법 양념장은 분명히 있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연출력 양념장이 어떻게 다가올지는 각자 선택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그래픽 (9점)   : ★★★★★★★★★☆ 눈이 즐거운 배경 그래픽. 바다와 절벽은 옥에 티
캐릭터 (6점)    : ★★★★★★☆☆☆☆ 옷을 바꿔 입으면 주인공도 못 알아볼 생김새  
필드전투(7점) : ★★★★★★★☆☆☆ 반복된 쾌감 뒤 오는 공허함
보스전 (9점)   : ★★★★★★★★★☆ 순한 맛, 매운맛의 변주
사운드 (9점)   : ★★★★★★★★★☆ 귓가를 간지럽히는 바람 소리
조작감 (9점)   : ★★★★★★★★★☆ 언제 어디서나 패링 가능
몰입도 (7점)   : ★★★★★★★☆☆☆ 부자연스러운 스토리 브리지
엔   딩 (7점)   : ★★★★★★★☆☆☆ 제일 중요한 게 빠졌다
스토리 (7점)   : ★★★★★★★☆☆☆ 죽고, 죽고, 죽고
완성도 (8점)   : ★★★★★★★★☆☆ 현지화, 인 게임상에서 가끔 버그. 진행에는 문제없다.

총점 78점. 구매 추천도: ★★★★☆ 전설이 될 뻔한 수작. 돈 값은 분명히 한다. 

초반부는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재밌다. 중반부는 화면을 오래 쳐다봐서 눈이 따가울 정도로 몰입감이 넘친다. 그러나 후반부와 엔딩 이후 콘텐츠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 중 하나. 게임이 발전하려면 더 많은 보스와 패턴의 다양화가 필수. 더 많은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유저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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