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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가치의 수용과 마케팅 전략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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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80호 기사]

2007년 워싱턴의 한 지하철 역에서 작은 실험이 있었다. 세계적인 바이올니리스트 ‘조슈아 벨’이 수십억 원이나 하는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약 40분 정도 혼자서 거리 공연을 진행했다. 그 시간동안 ‘조슈아 벨’ 앞을 지난 사람은 약 1천명 정도였지만, 멈춰서 그 연주를 들은 사람은 단 7명이었다고 한다. 실험 3일전 그의 콘서트는 입장료가 100달러가 넘지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진행한 이 실험은 시간과 장소, 전달 방법 등이 얼마나 동일한 콘텐츠에 대한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주어진 보물을 비유적으로 ‘돼지 목에 진주’라고 표현한다. 보물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 보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려청자를 강아지 밥그릇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생긴 이유이다.
이런 표현 들은 가치를 모르면서 소유한 사람들을 비꼬는 이야기이지만, 소유한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고 있어도 그렇게 방치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그 보물을 그 사람에게 전달한 사람 혹은 판매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알아봐주지 않는 소비자를 탓한다. 그러나 필자는 많은 경우가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십만 달러의 매출을 낼 수 있는 공연도 지하철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객이 되면 30달러짜리 공연이 된다. 소비자는 자신이 느끼는 가치로 비용을 지불하고, 비용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다.

생산자가 생각하는 제품의 가치와 유통업자가 생각하는 가치, 소비자가 인정하는 가치 사이에는 항상 차이가 존재한다. 공산품 등 전통적인 소비재는 이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는 이런 가치 인식의 차이가 무척 크다. 디지털 콘텐츠가 가지는 독특한 생산 방식과 유통 판매 구조에 원인이 있다. 스마트폰 2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2대 분량의 재료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앱은 2개를 만들기 위해서 1개 제작비의 2배가 필요하지 않다.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게임 제작사들이 이런 제품의 특성과 장점을 제대로 인지시키는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게임 제작사들이 자신들의 게임의 완성도에 대해 자신하지만, 정작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단순히 게임이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즐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돼지 목에 있어도, 흙 속에 있어도 진주는 진주이지만,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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