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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미디어데이 … 원작 개발자 대거 합류 ‘제대로’ 만든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7.28 14:38
  • 수정 2020.07.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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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전’은 25년 동안 많은 애정을 쌓아온 시리즈입니다. 애정을 지킴과 동시에 세계에서 사랑 받는 ‘창세기전’을 만들고 싶습니다”

‘창세기전’브랜드를 기반으로 신작을 개발 중인 라인게임즈 레그 스튜디오가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자사 신작을 알리는 자리를 가졌다. 해당 행사는 게임의 개발 방향성을 알리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계획됐다. 동시에 대규모 충원을 통해 자사와 함께할 개발자를 모집하는 역할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기업과 팀이 ‘창세기전’을 대하는 방식과,이들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영상을 통해 밝혔다. 

간담회 영상은 44분 44초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과거 ‘창세기전2’를 정식 발매할 당시 4만 4천원에 판매한 바 있다. 한자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권에서 숫자4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하면 독특한 설정이다. 액운을 타파하기 위한 설정인가. 아니면  ‘럭키 넘버’인가. 확실한 것은 디테일 하나에도 의미를 담는다.

간담회 로고 이미지에도 이들의 디테일은 드러난다. ‘창세기전’메인 로고 왼쪽에는 로마 숫자 1(Ⅰ)이 오른쪽에는 로마숫자  2(Ⅱ)를 배치했다. 게임 제목은 ‘창세기전2’부제인 ‘회색의 잔영’을 따르지만 게임 내용은 사실 1과, 2을 합쳐 출시한 제품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관련 시나리오를 일일이 확인해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각 시나리오를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특히 시나리오 진행 도중 별다른 설명 없이 급격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에 신규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여기에 모바일게임으로 발매됐던 게임 시나리오를 덧붙이는 등 관련 시나리오를 통폐합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이야기로 엮기 위해 준비했다. 

이처럼 디테일한 과정을 거친 이유에 대해 개발진은 ‘창세기전’을 세계적인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단순히 한두 개 작품을 리메이크해서 출품하는데 지나지 않고 관련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계획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토대를 만들고 작품을 쌓아 올리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그렇다면 기초가 탄탄해야할 터. 관련 시리즈를 개발한 전문가들을 대거 불러 모아 후속작 개발에 나선다. 

관련 작업을 담당한 것은 모두 ‘창세기전’시리즈 원작자들. 전 소프트맥스 최연규 이사가 감수를 맡았고, ‘창세기전3 파트2’대본을 집필한 전 소프트맥스 이래연 과장이 시나리오 라이터로 참가한다. 원작 메인 일러스트를 담당했고 전 소프트맥스 그래픽 팀장을 역임한 이경진 일러스트레이터(Blankas)가 디렉터로 참가한다. 여기에 ‘창세기전3’사운드를 담당한 퀘스트로사운드 장성운 대표가 음악을 담당한다.


이들이 작업한 PV를 보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난다. 오프닝 음악 하나만으로 추억을 소환한 이후에 유명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출한 캐릭터 스킬들이 작렬하는 장면들은 마니아들을 열광케할만한 퀄리티다. 한 장면도 버릴 장면이 없는 영상 덕분에 공개 이후 마니아들은 크게 열광한다. 

문제는 개발 능력이다. ‘창세기전’개발팀들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창세기전’시리즈를 칭하는 작품들이 대거 발매됐지만 마니아들은 혹평했다. 자신들의 추억을 돌려달라는 이야기만 거듭될 뿐이다. 다년간 상처를 입은 팬들이 이번에도 새로운 게임에 반응할 수 있을까. 개발진들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개발과정에서 커다란 변화들이 계속된다. 실제로 개발된 게임을 몇차례나 갈아 엎는 시도들이 계속된다. 

이경진 디렉터는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소규모 인력(5명)으로 빠르게 리메이크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3DS, PS비타 등 제작이 유용한 플랫폼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하다가  ‘창세기전’은 제대로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에 게임을 뒤엎었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진은 총 35명. 여기에 신규 개발팀들을 모집하면서 프로젝트를 본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앞으로 2년 동안 게임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이들은 밝혔다. 

개발진의 언급을 보면 이들은 35명 인력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사실상 가벼운 닌텐도 스위치게임이 아니라 대작에 준할만한 작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인게임즈 R&D 부서 김정교 PM은 라인게임즈 콘솔 분야 R&D를 관리하는 PM.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플랫폼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못박는다. 닌텐도 스위치 출시는 확정이나 그 외 플랫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개발중이라는 설명이다. 개발진의 발언에 따르면 현재 개발소스는 닌텐도 스위치 상위 버전에 준하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 플랫폼을 고정하고 있지 않다는 뜻. 상황에 따라 플레이스테이션5와 같은 차세대 기기로도 출시가 가능 하도록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단서는 이미 있었다. 공개된 PV에서 기술 파티클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상황은 닌텐도 스위치 성능으로는 표현이 쉽지 않다. 심지어 오픈월드 형태에서 계산할 거리가 많고, 이를 인스턴스 던전으로 돌려서 로딩 한다 할지라도 전체 공정사이에서 프레임드랍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 보이는 스펙처럼 보인다. 개발을 끝낸 뒤 스펙 다운과 최적화를 거쳐 닌텐도 스위치용 버전으로 발매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들이 닌텐도 스위치를 택한 이유는 간단 명료하다. 원작이 SRPG게임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즐길만한 게임성을 목표로 한다. 실시간 조작 대신 잠깐 쉬어 가면서 고민할 수 있는 게임성을 적극적으로 살릴 계획이다. 대신 공개된 게임을 보면 실제 게임성은 정통SRPG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먼저 정해진 맵을 탐험하면서 재료를 수급하고 시나리오를 클리어 해 나간다. 전투 모드에 돌입하면 SRPG처럼 필드가 열리고 캐릭터들이 칸에 맞춰 상대와 전투에 나선다. 단, 대규모 vs 대규모 전투에 초점을 맞추던 원작과는 달리 비교적 소규모 인카운트가 영상에 표현된 점이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따지고 보면 원작처럼 SRPG재미를 잃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정교 PM은 DLC와 엔딩 이후 콘텐츠를 내세운다. 엔딩 이후에 등장할 콘텐츠는 바로 '용자의 무덤'이다. '용자의 무덤'은 아직 명확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전장으로 시리즈 마다 설정이 뒤바뀌기 때문에 명확한 설정을 찾기 어렵다. 초기 창세기전 시리즈에서는 클리어가 굉장히 어려운 던전으로 악평이 자자했다. 이어 패치가 진행됐다고는 하나, 패치를 구할길 없는 유저들은 이 던전을 도전하기 위해 연습장 몇권은 썼을 법한 던전이다. 초고난이도 SRPG를 즐기는 마니아들을 위한 던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개발방향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개발자들 역시 오랜 기간동안 ‘창세기전’을 개발해왔고 디자인 한 만큼 SRPG분야에는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마니아들을 만족케할만한 능력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의 방향성은 더 파고드는 마니악한 게임이 아니라 현 시대 감각에 맞춘 균형을 택한다. 초보자들에게 보다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게임에 익숙해질때 쯤 서서히 매운맛을 보여주는 게임 디자인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 디렉터는 전 소프트맥스 이세민 디렉터가 합류해 키를 잡는다

결국 게임 키워드는 신구의 조화를 목표로 한다. 과거를 충분히 존중하되 신세대 감각으로 리메이크하는 게임이 목표다. 당장 눈앞이 아니라 먼 곳을 보겠다는 각오도 있다. 일례로 성우진 선택에서도 이러한 고민들은 나타난다. 게임은 더 먼곳을 봐야 한다. 앞으로 20년동안 게임이 더 개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19세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가 20년 뒤에도 19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개발진은 원작 성우진들이 시리즈 중 다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각자 사정으로 성우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보니 캐스팅을 다시 검토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원작 캐스팅을 담당했던 인물들이 새로운 성우를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추후 세계관을 명확하게 디렉팅하면서 성우 연기를 업그레이드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개발진은 설명했다. 

이처럼 심도 있는 개발을 거친 뒤에 게임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과거 '창세기전'시리즈 외전인 서풍의 광시곡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SRPG가 인기를 끄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개발진은 이 과정을 거쳐 과거 명성을 회복하고 미래를 보는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현재까지 진행된 작품은 프로토타입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방향성을 잡고 기반을 닦았으니 향후 2년동안 게임을 쌓아 올릴 일이 남았다. 라인게임즈 김민규 대표는 개발 과정을 공개하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보고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발 과정을 밝히는 시도들이 계속될 전망이다. 가깝게는 오는 8월 유저들에게 콘텐츠를 공개하는 행사를 가진다.

김민규 대표는 오프닝 영상을 통해 프로모션 비디오에 등록된 의견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개발진들만의 ‘창세기전’이 아닌, 모두의 추억속 ‘창세기전’을 개발하는 여정에 나선다.

유저들은 ‘창세기전’시리즈를 ‘추억’이라 표현한다. 김민규 대표는 ‘애정’이라 표현했다. 이경진 디렉터는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표현했다. 이세민 디렉터는 ‘무게’라 표현했다. 기자는 ‘숙원’이라 표현하고 싶다. 각자 이유로 게임을 개발하며, 이를 기대하고 있는 유저들의 염원이 모인다.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혼’이 담긴 게임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언젠가 게임 리뷰를 쓸 때 이 시대를 경험한 게임인으로서 행복하다는 말로 리뷰를 맺을 수 있었으면 한다. 20년 동안 아껴온 그 말,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에 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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