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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매력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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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81호 기사]

필자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글을 좋아한다. 글자 그대로 옮기면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 말로 저자 김부식이 백제 온조왕 15년에 새로 지은 궁궐의 건축미를 평한 글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글이 주는 안정감에 있다. 검이불루는 정돈됨을 보여주고, 화이불치는 세련됨을 보여준다. 정돈된 환경 속에서 세련된 삶을 사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검소해 보이려 하면 누추해 보이고, 화려해 보이고자 하면 사치스럽게 보인다. 누추해 보이지 않으려 하면 검소해 보이지 않고, 사치스럽게 보이지 않으려 하면, 촌스럽게 보이기 쉽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겪게 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고, 화려하지만 개발비가 과하지 않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한국의 미를 지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표 혹은 프로듀서(PD) 혹은 감독(Director)은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인 상황에 대비하고, 카리스마 넘치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자율적이지만 잘 관리하는 리더의 모습을 꿈꾼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표현되는 것은 사실상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이상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리더들은 좋은 리더 콤플렉스 혹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지고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고자 많은 문제를 자신이 처리하고자 한다. 리더도 사람인 이상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으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보통 어느 한쪽 편을 들다가 다른 쪽에서 나쁜 사람이 되거나, 본인이 먼저 지쳐서 일정에 차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리더는 구성원의 체력과 정신에 앞서 본인의 체력과 정신도 관리해야 한다.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은 이렇게 더욱 어려워진다.

슈퍼우먼 신드롬(superwoman syndrome)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양쪽도 잘하기 위하여 무리하면서 겪는 다양한 부작용을 의미하는 말이다. 슈퍼우먼 신드롬, 착한 사람 콤플렉스 모두 잘하고자 하는 과도한 욕심의 산물이다. 모두 만족시키려 하면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 힘들 때는 솔직한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최근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전전긍긍하는 몇몇 대표님들을 보면서 한 생각을 써 본 글이다. 백제 궁궐도 혼자서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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