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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로맨스' 뒤통수 때리는 엽기적 상상력의 인디게임

한편의 동화책 보는 듯한 연출력 압권 … 몰입감, 긴장감 잡은 스토리텔링 수작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8.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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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81호 기사]

지난 2019년 지스타를 통해 데뷔한 인디게임 개발팀 외계인납치작전이 자사 게임 ‘피그로맨스’를 공개했다. 당시 충격적인 비주얼과 스토리텔링으로 방문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대작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인디게임 행사에 대거 참여하는 가 하면 외부 지원을 받아 작품 개발에 돌입. 퀄리티를 끌어 올리는 과정을 밟는다. 이어 7월 들어 데모 버전을 공개하면서 외부 평가를 받고자 한다.
이번에 공개된 데모 버전은 ‘외계인납치작전’이라는 독특한 개발사 이름만큼이나 황당한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피그로맨스’는 기괴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팀 버튼식 영화나, 일본에서 인기를 끈 잔혹 동화 시리즈가 연상되는 게임으로 금주 인디게임 코너를 통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소위 시대를 뛰어넘는 퀄리티로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들은 ‘외계인을 납치해 기술을 개발했다’는 농담 섞인 찬사를 받는다. 외계인납치작전도 그런 맥락에서 출발한 회사다. 게임을 개발하고팠던 최용찬 대표가 외계인급 개발자들을 납치해 게임을 개발한다는 설정이다. 그렇게 4명이 모여 한창 게임을 개발 중이다. 모두 비게임 개발자비게임개발자 출신으로 동화작가, 애니메이터 등이 협업해 ‘피그로맨스’를 개발했다.

소시지 농장 속 서스펜스
게임은 소시지를 만드는 돼지농장 이야기를 다룬다. 기본 플롯은 영화 ‘치킨 런’이나 ‘파닥파닥’과 같은 느낌으로 시작한다. 돼지농장에 갇힌 돼지 중 어느 날 한 돼지가 과감히 탈출에 성공한다. 이를 눈치챈 농장주가 식칼을 손에 들고 돼지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사이 울타리는 무너지고, 수많은 돼지들이 농장 탈출을 감행한다. 화난 농장주는 칼춤을 추면서 돼지들을 썰고, 그사이 한 돼지가 탈출해 모험에 나선다. 주인공은 돼지를 조작해 농장주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도입부는 칼 든 농장주가 무섭게 뛰어다니는 가운데 아슬아슬한 달리기가 계속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임 연출이 심장을 뛰게 만드는 가운데 잠입 액션을 방불케 하는 게임 설정은 서스펜스 그 자체다.
 

실제 게임은 스토리를 기반으로한 플랫포머 게임에 가깝다
▲ 실제 게임은 스토리를 기반으로한 플랫포머 게임에 가깝다

동료와 함께하는 튜토리얼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 유저들은 어쩔 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돼지우리가 세상 속 전부였던 주인공이 무엇을 알까. 다행히 이를 조력하기 위해 먼저 탈출했던 돼지가 앞에서 주인공을 기다려 준다. 해당 돼지를 쫓아서 점프하거나 바닥을 기면서 맵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게임은 진행된다. 일종의 플랫포머 게임이나 퍼즐게임처럼 맵을 이동하기만 하면 완료다. 잠시라도 움직임이 늦어지면 언제 농장주가 뛰어와서 칼춤을 출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과거 ‘화이트데이’에 등장한 ‘수위’를 뺨치는 포스를 가진 녀석이다. 자칫 위기 상황에서 동료가 나를 돕고, 반대로 내가 동료를 돕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수많은 돼지들과 함께 농장을 탈출하자
▲ 수많은 돼지들과 함께 농장을 탈출하자

충격적 반전으로 본게임 시작
갖은 난관을 무사히 돌파하면서 이대로 탈출하면 됐을 터. 오프닝 끝부분에는 나와 함께했던 돼지가 농장주에게 잡힌다. 어떻게든 구하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답은 없다. 무참히 칼날에 도륙당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가는 돼지.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는 이미 동료는 죽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이를 구할 수 있을지가 의문. 그러나 돼지의 눈에는 분명히 희망이 보인다.
주인공은 이제 은혜를 갚기 위해 공장 속으로 뛰어 든다. 시나리오는 7개 부분으로 잘린 동료를 되찾아 소시지가 되기 전에 이를 구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동화적 연출’에 기대어 극적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 개발팀 외계인납치작전의 독특한 상상력을 만나 보자

초반부는 그나마 덜 매운 맛이다. 이제 공장 속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기괴한 세상을 접한다.
게임은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듯한 착각을 선사한다.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옆으로 넘기듯 스테이지를 넘어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고,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렇다 보니 게임 내 작법과 동선, 연출들은 기존 게임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의 그것을 닮아 있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개발진들 역시 비게임 개발 출신으로 기존 게임 문법과는 결이 다른 매력을 지녔다. 실험적인 인디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이라면 이 게임을 기대해보자. ‘피그로맨스’는 오는 12월 스팀을 통해 공식 출시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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