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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크3' 아레나 재림? 배틀로얄FPS '하이퍼 스케이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8.24 12:12
  • 수정 2020.08.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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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들고 상대를 빠르게 발견해 쏴 죽이는 게임. FPS게임 모태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게임에 따라 방향이 다르다. 어떤 게임은 스포츠처럼 라운드를 설계하고 전략을 짜도록 설계돼 있고, 어떤 게임은 일단 돌격해서 쏘는것이 유리하다. 어떤 게임은 철저히 숨어있다가 단 한방 저격에 모든 것을 걸기도 한다. 핵심 재미는 동일하지만 분명히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런 기조하에 지난 27년동안 FPS게임 분야는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발전한다. 먼저 철저히 현실에 고증한 밀리터리 액션게임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레인보우식스',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필두로 '서든어택', '크로스파이어', '콜 오브 듀티'와 같은 게임들이 등장해 전 세계 게이머들을 사로잡았다. 

다른 방향은 현실 고증을 완전히 무시하고 중력마저 거스르다시피하는 SF FPS게임 장르. '퀘이크'나 '둠'과 같은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고 '오버워치'가 등장하면서 SF FPS게임 장르는 그 계보를 잇는다. 

여기에 밀리터리 분야는 한발 더 나간다. 바로 '배틀로얄'장르가 도입된 것. 대규모 멀티 플레이를 근간으로 긴장감을 끌어 올린 장르가 크게 히트한다. 익히 알려진 'PUBG'나 '콜 오브 듀티'역시 배틀로얄을 붙였고 승승장구한다. SF FPS게임도 비슷한 행보다. '포트나이트'나 '에이펙스 레전드'와 같은 게임이 도입돼 맞불을 놓는다. 그런데 한 가지 아직 '배틀로얄 FPS'장르로 선보이지 않은 SF FPS 게임 장르가 있다. 바로 '퀘이크'시리즈로 대변되는 '아레나 액션'류다. 그렇다면 '아레나 액션류' 배틀로얄도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그리고 여기 그 해답을 제시하는 게임이 있다. 유비소프트 몬트리얼,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개발한 팀이 독립해 신규 프로젝트 '하이퍼 스케이프'를 개발해 정식 출시했다.'하이퍼 스케이프'는 엄밀히 말하면 '퀘이크3 아레나'와 비슷한 재미를 추구한다. '가속 점프'와 '로켓 점프'를 동원하며 온 맵을 휘젓고 다니다가 눈꼽만한 크기 적이 발견되면 원거리에서 관통샷. 남은 HP는 연사 총기로 마무리하는 형태 게임을 근간으로 둔다. 

좀 더 설명해보면 게임은 온 맵이 '빌딩'으로 이뤄진 시가전 게임이다. 일반적인 FPS게임이라면 빌딩을 빙 돌아서 코너에서 튀어나오는 적을 경계해야 한다. 이 게임은 다르다. 곳곳에 위치한 점프대를 밟고 빌딩 옥상으로 올라간다. 높은 곳에서 빌딩 한블럭을 내려다 본다. 그 사이 걸어다니는 적들이 눈에 들어오면 원거리에서 저격한다. 이어 부스트를 써 가면서 접근해 상대를 마무리하는 식이다. 

당연히 내가 고공 점프를 하는 순간에도 멀리 떨어진 빌딩 곳곳에서 상대 유저들이 같이 점프를 하고 있으며, 한 눈에 목표가 최소 서너명은 들어 온다. 점프하는 자리도 고정돼 있어 무턱대고 점프하면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의 희생양도 될 수 있는 점이 재미 포인트다.

반대로 아예 점프를 하지 않고 맵에서 은폐 엄폐를 거듭하면서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에 주력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게임에서는 '스킬'을 파밍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벽을 세울수도 있고 은신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게임상에서 여러 변수가 결합돼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적을 마주할때도 느낌이 다르다. 에임이 거의 튀지 않기 때문에 펄쩍 펄쩍 뛰면서 상대와 싸우게 된다. 에임은 그대로지만 유저 손이 바쁘다. 헤드샷을 노리는 라인은 의미가 퇴색되며 그 만큼이나 심리전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게임성 그 자체로만 보면 '하이퍼 스케이프'는 수작을 넘어 대작 반열에 오를만한 퀄리티다. 온갖 파티클이 낭자함에도 안정성은 완벽하며 지연율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고수들이 밀리초 단위로 콘트롤하는 요소들이 게임에 그대로 반영돼 동작한다. 맵 구조는 한마디로 완벽에 가깝다.

개발자들은 FPS게임계 고인물임이 분명하다. 난이도 높은 샷을 시도할 수 있는 구간들을 배치하면서 손맛을 끌어 올린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깨진 유리창 틈새로 저격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는 맵디자인이다. 그 도전에 성공하는 재미는 굳이 말해 뭘할까. 

흔한 통로도 아치형 통로로 천장 고도를 높여 펄쩍 펄쩍 뛰면서 싸우는 플레이어들의 심리를 그대로 녹여 냈다. 다수 유저들이 총알을 피해 날아다니는 장면은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잘 만든 게임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11일 출시된 게임은 극찬을 받으면서 승승 장구한다. 출시 1주일만에 거품이 빠지기라도 하는 듯 유저들이 대부분 빠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력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게임은 앞뒤좌우 뿐만 아니라 머리위 공간까지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도록 돼 있다. 상대 속도는 순식간에 빌딩 하나쯤은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다. 그렇다보니 고수 유저들은 상대를 학살하다시피 한다. 한 번 점프하면 순식간에 두세명을 잡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총알을 보면서 피하기도 하는 듯 미친듯한 무빙으로 유저들을 농락한다. 대응법을 연구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죽는다. 타 게임에서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던 장소들은 오히려 위험한 장소에 가깝다. 한시라도 쉬면 안되는 게임이어서 실력 편차가 크다. 그렇다 보니 배틀로얄이지만 게임은 단 10분이면 끝나 다음 게임으로 이동한다. 내로라하는 FPS게임 고수들도 쉽게 적응하기 힘든 게임플레이 방법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SF FPS게임을 즐겨온 유저들은 물만난 고기나 다름 없다. 한동안 억눌러왔던 손맛이 되돌아 왔기 때문이다. 미친듯이 맵을 질주하면서 점프하고 적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게임은 흔치 않다. 문제는 이들의 희생양이 되어줄 유저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점이다. 지금 게임은 거의 고인물들의 쇼케이스를 보는 듯 하다. 무기를 들고 가만히 서 있다가 점프하는 족족 적들을 사냥하는 고인물의 플레이나, 총한번 안쏘고 펄쩍펄쩍 뛰다가 샷건 헤드샷으로 마무리하는 그림 등 소위 '네임드'유저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갈수록 게임은 '고인물들의 쇼케이스'현장이 되며, 쇼케이스를 보고 놀러온 유입자들은 학살의 제물이 되는 형태가 돼 가는 분위기다. 과거 '퀘이크3 아레나'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소수 게이머들의 추억거리가 됐듯 이 게임 역시 추억을 향해 항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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