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LCK 서머 시즌 3강 팀인 DRX와 젠지가 30일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7월 정규시즌 6주 차에 벌어진 두 팀의 경기는 치열한 혈전 끝에 DRX가 2:1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한편, 젠지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T1을 물리친 아프리카 프릭스에 완승한 반면 DRX는 시즌 막판 T1에 패배하는 등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LCK 전문가들의 예상도 전원이 젠지가 승리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에 문제가 생겨 3시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DRX가 3:2로 신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1세트는 DRX의 압승이었다. ‘표식’ 홍창현의 초반 카운터 정글로 ‘클리드’ 김태민의 니달리가 망해버렸고 이후 ‘쵸비’ 정지훈의 잘 큰 루시안이 영웅본색을 찍으며 게임을 캐리했다. 경기 후반 젠지 진영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룰러’ 박재혁이 펜타킬을 달성하며 마지막 저항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반면 2세트에서는 젠지가 1세트의 완패를 그대로 되갚았다. 젠지는 탑을 제외한 전라인에서 우위를 점했고, 특히 세트를 픽한 ‘라이프’ 김정민이 한타가 벌어질 때마다 탑 라이너급 활약을 하며 승리를 거뒀다.
이어진 3세트도 젠지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에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룰러’가 대활약했다. 바텀 라인전에서 DRX 듀오를 압도한 ‘룰러’는 이후 애쉬의 궁극기인 수정화살로 ‘쵸비’를 두 번이나 저격하며 게임을 터뜨렸다. 상체 싸움에서도 ‘클리드’의 헤카림이 날뛰면서 일방적인 학살을 벌였다. 이후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클라우드플레어 측에 문제가 생겨 3시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된 끝에 양 팀 합의로 라이브서버에서 치러진 4세트는 DRX가 ‘쵸비’의 활약으로 승리하면서 2:2 동점을 만들어냈다. 특히 ‘쵸비’의 에코는 초반에 킬을 먹지 않았음에도 라인전과 한타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해설진들의 극찬을 받았고 PoG에 선정됐다.
운명의 마지막 세트는 바론 판단이 승부를 갈랐다. 앞선 경기들이 어느 한 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면 5세트는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주도권을 주고받는 치열한 양상이 벌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다섯 번째 용을 두고 벌어진 한타에서 젠지가 사일러스를 끊고 바다용까지 스틸하면서 용의 영혼을 획득해 승기를 잡는다. 하지만 여기서 바론을 먹으려던 판단이 패착이었다. 젠지는 칼리스타의 힘으로 바론을 먹었지만 한타에서 대패하며 본대가 전멸했고 DRX는 그대로 젠지의 진영으로 돌격해 넥서스를 파괴하며 장장 7시간 동안 진행된 대회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승리 후 DRX 연습실에서 ‘데프트’ 김혁규와 ‘케리아’ 류민석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라이브로 송출되면서 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DRX는 젠지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과 동시에 LCK팀 중 가장 먼저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짓는 겹경사를 누렸다. 반면 젠지는 DRX가 우승해야 롤드컵에 직행할 수 있어 자신들을 꺾은 팀을 응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결국 정규시즌 3강이라 불렸던 팀 중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담원과 DRX가 오는 9월 5일 결승전에서 격돌하게 됐다. 서머 시즌 2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3강에서 1황으로 진화한 담원과 난적인 젠지를 꺾은 DRX 중에 우승컵을 차지할 팀은 어디일지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