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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옥2' 프로젝트 좌초 위기 … 7년 동안 기다린 팬들 등 돌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9.15 17:24
  • 수정 2020.09.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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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다옥)'의 후속작을 표방하며 출범한 프로젝트 '카멜롯 언체인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주력 개발진들이 떠나가며 개발사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근시일내에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사장될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동안 문제가 누적되면서 발생한 결과로 개발사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스타 개발팀의 도전과 실패

장시간동안 누적된 문제를 설명하려면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 가야 한다. 당시 출시된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은 PC MMORPG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3종족이 대립하는 구도를 형성해 RvR이라는 개념을 정립했고, 캐릭터 위치에 따라 다른 기술을 전투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으며, 이른바 'CC기'를 PvP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된 첫 사례다. 특히 탱커가 쉴드를 동원해 힐러를 보호하는 것과 같이 전략적인 운영이 가능하며, 넓은 지역에서 군단에 가까운 유저들이 진형을 짜고 대규모 전투를 치르는 시스템은 현 시대에도 쉽게 구현하지 못하는 게임으로 극찬을 받은 게임이다. 

당시 이들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듯 했다. 덕분에 2006년 당시 글로벌 대표 퍼블리셔인 EA가 미식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 정확한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당시 글로벌 매체들은 "비벤디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재미를 본 점을 시기한 EA가 미식으로 맞불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인수 이후다. EA는 개발팀에게 유명 IP인 '워해머'를 소재로 게임 개발을 주문했다. 대작 게임을 개발하는데 할애한 시간은 약 2년반에서 3년. 2008년 출시된 게임 결과물은 뻔했다. 동시에 기존 히트작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마저 잇단 업데이트 실패로 결국 쓰러진다. 2009년 결국 개발사는 공중분해되며 창업자와 기술진들은 EA를 떠난다. 이어 바이오웨어 산하에 편집되기도 하고 독립을 거듭하다 결국 스튜디오는 폐쇄된다. 

새로운 도전 나선 '미식의 심장' 
 
2013년 '다옥'신화를 이룩한 마크 제이콥스가 부활을 선언한다. 지난 2011년 설립한 시티 스테이터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신작 게임 '카멜롯 언체인드'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상표권 문제로 구체적인 명칭을 활용하지는 않았으나 '카멜롯'을 소재로 하는 만큼 사실상 '다옥2'라고 봐도 좋을 만한 프로젝트였다.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동시에 오픈한 킥스타터 캠페인에서 이들은 약 220만 달러(22억 원)를 모금하며 승승장구한다. 이 펀딩에 국내 게임 개발자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와 같은 이들이 이름을 올리는 등 전 세계 게임 마니아들이 모금에 참여한다. 

이어 개발사는 전문 벤쳐캐피털을 통해 투자를 받는 등 날개를 다는 듯 했다. 여기에 수장 마크 제이콥스는 미식 엔터테인먼트 공동 창립자로 사실상 EA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적잖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터였다. 덕분에 개발진들이 대거 모여들면서 '제2의 다옥'을 향한 신화는 날개를 단다. 이어 2015년 베타 테스트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통제 불능 개발 스펙에 난항

현실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개발팀은 당초 계획했던 스펙보다 프로젝트를 더 키웠고 세계적인 게임을 개발하고자 무리수를 뒀다. 당초 기획했던 전투 시스템 외에도 일명 '테마파크'라 불릴 정도로 많은 시스템을 계획했고 이를 하나로 뭉치기 위해 작업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버그가 튀어나왔다. 당초 2015년 베타 테스트를 목표로 했으나 잇단 기능오류에 심각한 버그가 이어지면서 개발은 지연됐다. 
완전히 게임을 갈아 엎은 뒤 3년이 지나서야 게임은 첫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다. 참가자들은 모두 NDA를 작성했고 해당 테스트는 베일에 감춰져 있다. 한가지 말할 수 있는 점은 게임이 완성될려면 몇년은 더 있어야 했다. 개발진들이 설명했던 내용들은 맛보기형태로만 출시됐고 유저들은 크게 실망했다.

1년 뒤 프로젝트는 한번 다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고 프로젝트는 개선될 여지를 남겼다. 다시 1년 뒤인 지난 2020년 7월 3차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뒤 유저들은 깨달았다. 앞으로 몇 년은 더 기다려야 게임이 완성될 것임을 알았다. 유저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높았고 개발팀은 이를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최종 베타를 앞두고 프로그래머들과 메인 게임 디자이너들이 대거 회사를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난'이지만 현실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할 자신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팬들의 중론이다. 

 

등 돌린 유저들 '더는 못참는다'

상황이 이쯤 되자 팬들 반응이 심상찮다. 이들은 펀딩 이후 7년동안 기다린 팬들이다 웬만한 이슈에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을 콘트리트 팬들이지만 세월은 콘크리트도 뚫었다. 조짐은 지난 2020년 2월 보였다. 이날 시티 스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행보 때문이다. 이들은 '카멜롯 언체인드'가 아닌 신작 게임 '라그나로크 콜로서스'를 발표해 버린다. 프로젝트 하나도 제대로 안 끝난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개발팀을 뽑고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에 유저들은 학을 뗀다. 마크 제이콥스는 '신규 개발팀을 충원했고 회사 규모도 커졌다'는 말로 유저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메인 개발자들이 퇴사하는 상황에서 이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개발 상황도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마크 제이콥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개발진을 영입했고 90일동안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신규 개발팀은 팬들과 신뢰가 없었고 결국 소통의 부재가 폭발로 이어진다. 

포럼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후원자들은 근시일내에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핵심 개발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셈이다. 개발팀은 이에 응했다. 지난주말 한정된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해 베타 테스트에 응했고 결과물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팬들은 이제 등을 돌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살밍은 이루 표현하기 어렵다. 일례로 지난 4년동안 '카멜롯 언체인드'의 열성적인 팬이자 팟캐스트, 블로그를 운영하던 유튜버(abDUCKtedGaming)는 '더는 못해먹겠다'는 말로 방송을 중단했다. 편당 1시간이 넘는 영상을 4년동안 약 150회 이상 업데이트하던 열성 팬이다. 그는 '앞으로 몇 년은 더 기다려야 게임이 완성될 것'이라며 실망을 전했다. 사실상 완성이 불가능하다는 뉘앙스다. 상황이 이쯤되자 팬들은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환불'을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레딧 커뮤니티에 따르면 집단 소송을 위해 서명자를 모으는 것과 같은 작업들이 뒤따른다. 이들이 가장 화난 이유는 바로 '소통'의 문제. 개발사는 끊임 없이 공수표를 남발하지만 더는 못믿겠다는 이야기다. 
 

사진=마크 제이콥스, CSE 공식 방송 캡쳐

14일 마크 제이콥스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뒤 '환불'요청을 수락 중이라고 밝혔다. 쉴새 없는 환불 요청에 지친 형국이었다. 여전히 프로젝트는 진행중이며 포기하지 않을 것 처럼 보인다. 목표는 연내 론칭. 근시일 내에 테스트를 한번 더 진행한 이후에 오픈 베타 테스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년 동안 변함 없는 지지를 보여준 콘트리트 팬들 조차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게임에 새로운 게이머들이 박수를 칠 수 있을까. 이렇게 전설은 끝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치는 않았다. 떠난 팬들도 다수 있지만 남은 팬들도 있다. 또, 7년 동안 해결못한 일이 몇 달만에 풀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설적인 개발자. 그가 마법을 부릴 수 있을지 이들의 행보를 지켜 보자.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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