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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말을 잘하는 것과 대화를 잘하는 것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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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84호 기사]

필자는 자기 개발에 관련된 메일링 서비스와 SN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부쩍 말에 대한 내용들이 자주 배달되고 있다.
제목을 살펴보면,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껴야 한다”, “이런 언어 습관이 당신의 인간 관계를 망친다”, “성공하는 사람의 대화법” 이런 것들이다. 이런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다양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이 아직은 부족해서 일 것’이라고 스스로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꼰대처럼 말하지 않는 법” 같은 콘텐츠를 받았을 때는 솔직히 나의 언어 습관에 문제가 없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서점에 가보면 ‘대화의 방법’이나 ‘소통의 기술’같은 주제의 책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대화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 그럼에도 대화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전달하는 훈련은 많이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상대에 맞춰 이야기하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게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제작되는 많은 게임들을 보면 나의 캐릭터를 잘 키워서 압도적인 능력치로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상대를 제압하는 형태의 게임이 많다. 그것은 나의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속 캐릭터와 대화를 하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에 맞춰 내 캐릭터를 변화시켜 나가는 형태의 게임은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게임 속에서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유저가 자신의 캐릭터를 키우는 것은 익숙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소통하는 것은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대표나 PD, 팀장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팀원들과 대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대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과는 같이 일하기 어렵다.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 보통 업무의 효율도 좋고, 같이 일하기도 편하다. 특히, 인터렉티브가 강조되는 게임 콘텐츠는 게임 내 콘텐츠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대화의 능력은 무척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게임 속 캐릭터처럼 사람들의 가슴 속에 대화 기술을 패시브 스킬로 활성화하고 싶은 생각을 하는 것도 내가 대화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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