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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몰락에 박수치는 게이머 … 20년 쌓인 불신 타파하려면 ‘서비스’ 개선해야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0.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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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IT메카 ‘였다’. 각종 전자기기 붐이 오면서 사람들은 용산으로 몰려 들었다. 연매출 10조 규모. 차세대 산업군이 자리잡는 공간이라 했다. 게이머들은 이 곳을 ‘던전’이라 부른다. 정신을 차리지 않는 다면 소위 ‘용팔이’에게 ‘물려’, 바가지를 쓴다 했다. 

별 수 없었다. 용산이 아니면 게임을 구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정가 6만원짜리 제품이 10만원에 팔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 조차도 제대로 물량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발매가 1.5배가 기본 가격이었다. 소위 ‘보따리상’들이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면서 구한 게임들은 부르는게 가격이었다.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시대가 변했다. ‘소셜 커머스’와 ‘디지털 다운로드’시스템이 생긴 이후 굳이 용산을 찾지 않아도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여전히 ‘수집’을 원하는 유저들이나 ‘중고거래’를 원하는 이들은 용산 대신 국제 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를 찾는다. 더 이상 ‘던전’을 탐험하지 않아도 됐고, ‘영업’인지 ‘협박’인지 모를 ‘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됐다. 

기업들도 변화한다. 최근 RTX3080 유통 과정에서 ‘용산’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 마켓으로 제품을 판매 한다. 소위 ‘용산 프리미엄’이 사라지니 제품 가격이 2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판매는 매진사례를 빚었다. 사실상 ‘용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각 커뮤니티게시판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유저들은 ‘통쾌’하다며 쾌재를 부른다. 드디어 ‘복수’에 성공했다는 댓글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자신들이 소위 ‘용산 던전’에서 피해를 본 내용들이 줄을 잇는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용산’과 같은 지역이 있다. 일명 ‘아키하바라’. IT메카이자 성지로 자리매김한 장소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이들 역시 영업이 쉽지만은 않다. 츠쿠모 아키하바라역 지점과 세가 아케이드 매장 등이 폐쇄를 결정했다. 모두 ‘아키하바라’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차지했던 매장이다. 그런데 사람들 반응은 조금 다르다. 유저들은 매장이 문을 닫기 전에 해당 매장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매장을 운영해준 회사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랜드마크가 사라지기에 허전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쉬움을 표하는 네티즌들은 ‘다음’을 기약한다.

두 상가를 대하는 유저들의 온도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결정적인 차이는 '고객 응대'다. '아키하바라'는 친구들이 함께 모이기 좋은 공간을 두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배치하며,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몸부림 쳤던 일들이 결국 빛을 발한다. '몰락'에 박수치는 용산과 '사라짐'에 아쉬워하는 아키하바라는 같은 풍경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아키하바라'는 ‘성지’이자 ‘관광 명소’이고, ‘유통의 메카’로서 위용을 유지한다.    

‘불패신화’처럼 보이는 ‘아키하바라’지만, 따지고 보면 ‘용산’보다 ‘아키하바라’가 위기는 먼저 겪었다. 80년대 ‘아키하바라’는 전자 제품에 붐이 오면서 고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던 공간이다. PC붐이 올 것처럼 보여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듯 했지만 일본내 반응은 미미했다. 결국 일본 ‘아키하바라’는 ‘용산’과 달리 PC시장이 오지 않으면서 먼저 위기를 겪었다. 

상인들은 발악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상인들이 나서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DVD 등 새로운 상품을 꾸준히 추가하고,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이벤트를 개최하며 지금의 아키하바라가 됐다. 그들과 함께 성장해온 ‘아키하바라 키드’들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성장해 여전히 아키하바라를 찾는다. 

같은 맥락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국내 기업들도 있다. 일부 사업가들은 용산을 떠나 다른 곳에 둥지를 텄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매장들이 생겼다. 각 매장들은 발매 직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며 제품을 구매한다. 사실상 ‘운송비(택배 가격)’이나 그 이하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들의 또 다른 사업 수단은 ‘중고 거래’다. CD로 게임을 구매한 유저들은 엔딩을 본 뒤 다시 CD를 판다. 정가 7만원게임은 약 5만원에 판매가 가능하다.

단 2만원에 잘나가는 게임을 즐긴 셈이다. 이런 문화가 활성화되다보니 이들은 자신이 플레이한 게임 CD를 들고 매장을 방문하며,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 나간다. 현장에서 흥정은 이뤄지며 서로 천원, 이천원을 더받고 덜받으며 웃는다. 순식간에 이 매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매장으로 발돋움 한다. 해당 모델을 따른 프렌차이즈들이 생기고, 해외 게임들을 수입해 판매하는 매장까지도 생겼다. 서비스가 바뀌자 고객은 줄을 섰다. 

‘용산’은 오래된 취재 아이템이다. 매 번 같은 아이템을 취재하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를 방문해 보면 현지 업주들은 ‘일부’가 ‘전체’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이야기 했다. 소수 매장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용산 전체’이미지가 되면서 자신들도 함께 피해를 입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일부’나 ‘전체’의 논리와는 하등 관계 없이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을 보면서 조금씩 바꿔 나간다면 용산에도 희망이 싹틀 수 있을 것이다.

딱히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오는 11월이면 플레이스테이션5와 Xbox 시리즈 X가 발매된다. 이른바 차세대 콘솔기기들이 발매되면서 유저들은 제품을 구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것이다. 

벌써부터 유저들은 걱정이 앞선다. 이른바 ‘용팔이’의 횡포가 있을 것이란 논리다. 최근 닌텐도 우한 공장 폐쇄상태로 ‘닌텐도 스위치’물량이 부족하자 가격이 폭등하자, 게이머들은 ‘용산’이 물량을 쥐고 풀지 않는다고 지목할 정도니 할말 다했다. 앞서 PSVR판매에도, PS4 프로 판매에도, 링피트 어드벤쳐 판매에도 용산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PS5나 Xbox 시리즈 X에서도 여전히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그 때 마다 용산은 소위 ‘범인’으로 지목당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상황이 기회일수 있다. 요즘 시대는 소문이 빠르다. 용산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파격적인 서비스와 고객 응대를 받아 ‘다르다’고 느낀다면 이미지가 개선되는 서막이 될 수 있다. 유저들이 한번 쯤 뒤돌아 보는 상황이 나오고, 용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 난다면 ‘메카’는 부활할 것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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