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업G] 니오스트림, ‘리틀 데빌 인사이드’에 35년 꿈을 담다
[점프업G] 니오스트림, ‘리틀 데빌 인사이드’에 35년 꿈을 담다
  • 안일범 기자
  • 승인 2020.10.30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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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상상력 비결은 개발자들의 ‘오랜 꿈’ …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타이틀 낙점

지난 2020년 6월 12일 있었던 일이다. 시간은 새벽 6시경.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는 이날 플레이스테이션5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향후 최소 5년 동안 콘솔게임 분야 패권을 다투는 발표다.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와 공방을 주고받는 시점에서 잔뜩 힘을 준 발표를 할 터였다. 발표가 무르익을 즈음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작품이 튀어 나온다.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다. 뇌리를 스친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환호했다. 손흥민이 골을 넣은 것도, 최지만이 홈런을 친 것도 아닌데 오피스텔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뭔가 해낸 기분이다. 한국 게임이다. 한국 게임이 전 세계 콘솔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쇼 케이스에 메인 라인업으로 올랐다.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오래된 숙원을 푼 기분은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그날 출근길에 경비아저씨와 면담을 해야 했지만 관계없다. ‘리틀 데빌 인사이드’가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날이다. 


글로벌 시장서 주목하는 한국발 콘솔게임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지난 2015년 킥스타터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연출로 공개 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5천 명이 게임에 후원했고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그런데 게임이 안 나온다. 늦어도 2016년 나온다던 게임은 감감 무소식. 연일 발매가 연기되고 새롭게 개발한다는 소식만 들린다. 가끔 공개되는 트레일러 덕분에 개발이 계속 되고 있다는 소식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게임이 난데없이 글로벌 쇼케이스에서 대표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직도 채팅창에 ‘저거 한국 게임이다’를 연신 쳐댔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정신이 살짝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 터다.

공개 이후 글로벌 반응은 뜨거웠다. 유튜브 기준 이날 같이 공개된 ‘바이오하자드8(VIIlAGE)’이 25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14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공개된 영상에 PC잡음이 일 정도로 관심도는 높았다. 동시에 게임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전 세계 매체들이 게임 이름을 다루는 등 게임은 세계적인 기대작으로 성장한다.

대체 뭐하는 게임인고, 의문점 남긴 트레일러

이들이 이토록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원인은 트레일러 덕분이다. 트레일러가 워낙 잘 뽑혔다. 영상은 주인공처럼 보이는 소년이 몬스터에 쫓기다가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화면이 전환되고 이번엔 바다 속을 탐험하는 장면이 시작된다. 
다시 몬스터에 쫓긴 뒤 이번엔 몬스터를 사냥한다. 칼을 휘둘러 머리를 베는 장면이 나온다. 장면은 전환되고 머리에 폭탄을 설치한 뒤 뛰어내리는 장면이 시작된다. 때로는 패링을 해 적 공격을 받아 내고, 갑자기 등에서 샷건을 꺼내 쏘기도 하고, 패턴을 피해 구르는 등 전형적인 액션게임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난 데 없이 장면이 전환되더니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할아버지와 주인공이 오버랩 되면서 서로 환경을 비추는 대목. 주인공은 바닷속을, 설원을, 거대 고양이를 피해 다니면서 살아남기 위해 힘쓰지만, 영상 속 할아버지는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긴다.

많은 의문점을 남긴 트레일러지만 유저들은 이 자체로도 열광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가 보여준 모험들은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때로는 ‘몬스터 헌터’가, 때로는 ‘인디아나 존스’가, 때로는 ‘굶지마’가 연상되는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이를 총집합한 소위 ‘갓 게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단지 트레일러로 유추하면 게임은 도무지 정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대체 이 게임은 무엇을 하는 게임일까. 니오스트림 개발자에게 질문해 봤다.
 

니오스트림 이재혁 디렉터, 이현석 PD, 이재준 대표

이재혁 디렉터, 상상력의 원천은 ‘괴수 대백과’

“어릴 때 보는 500원짜리 작은 책 기억하시나요? 저는 ‘괴수’들이 나와 있는 ‘대백과’를 보면서 이 책을 쓴 사람들이 진짜 대단한 연구자라고 생각했어요. 체력도 공격력도 나와 있고 습성도 나와 있으니까요. 물론 금방 진실을 깨달았지만 지금도 그 때 기분은 간직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괴수’를 연구하는 ‘학자’가 진짜일 때 어떤 기분일까요?”

출발점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괴수대백과. 고질라가 튀어나오고 킹콩이 튀어나오던 그 시절 책이다. 실제 연구자가 있었다면 그는 목숨을 걸었을 것이 틀림없다. 당장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몬스터를 보고, 조사하고, 추적했으니 말이다. 이미 ‘인디아나 존스’라는 멋진 학자가 있으니 게임 속에서도 캐릭터가 나오지 말라는 법 없지 않은가.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캐릭터, 빈센트가 바로 학자입니다. 트레일러 속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캐릭터는 ‘빌리’인데요. 빈센트의 지시로 탐험에 나서는 캐릭터입니다. 올리브도 연구자로 주로 가젯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들은 이른바 ‘초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집단이다. 가상으로 설정된 빅토리아 시대. 이른바 도시 전설과 같은 괴담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과학이 대립각을 세우는 그 시대다. 두 가지가 혼재한 시대 상황이 핵심이 됐다. 주인공들은 ‘전설’을 찾아 떠나며, 그 도구로 ‘과학’이 활용되는 시대가 배경이다. 

‘조사’ 액션 + 서바이벌 게임

게임은 우선 빈센트를 움직여 진행된다. 조사할 대상과 목적지를 정하고 지시를 내리는 작업이다. 빌리는 이 지시를 따라 험지로 ‘조사’를 떠난다. ‘조사’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빌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수치들이 존재하며 이를 유념하면서 ‘조사’에 임한다. 개발팀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주로 ‘정신’과 관계된 수치나 먹고, 입고, 자는 것과 같은 사항들이 기본적으로 챙겨야할 요소로 보인다.

“타 게임들은 주인공들이 굉장히 강력한 영웅으로 능력을 발휘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이 많습니다. ‘리틀 데빌 인사이드’에서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보니 온갖 고생을 다 하게 되죠. 대신 연구진들이 개발한 물건들을 활용해 뭔가를 하게 됩니다. 영웅들과 달리 ‘수렵’이 목적이 아닌 관계로 그 상황에서 오는 요소들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트레일러에서는 ‘몬스터를 수렵’하는 장면 보다 ‘쫓겨서 도망치는 장면’이 더 많다는 점도 유념해 봐야할 포인트다. 목적을 달성한 뒤 무사히(?) 귀환한다면 이제 확보한 재료들로 장비를 만든다. 

“비슷한 개념을 설명하자면 ‘X-COM’에 등장하는 커맨드센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장비를 연구하고 개발해 업그레이드 해 나가는 식이고, 연구된 장비를 다시 ‘모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작은 악마’를 찾아라

게임의 명칭은 ‘리틀 데빌 인사이드’. 어딘가에 ‘악마’가 들어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 가능하다. 게임 구도상 악마는 ‘빈센트’처럼 보인다. 빈센트는 집안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고생은 ‘빌리’가 한다. 빌리는 모험 도중 죽을 위기를 넘겨가면서 조사를 해오기에 빈센트의 역할은 미미해 보인다. 트레일러 속에서도 빈센트는 빌리의 등에 업혀 어디론가 가는 영상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 장면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상으로 빌드 업이 탄탄하다보니 게임에서 연상 가능한 엔딩도 다수 있다. 빈센트가 악마로 해당 부서가 악마들이 운영하는 부서로 포지셔닝해도 문제없다. ‘빌리’를 악마로 두고 착한 악마로 육성하는 부서도 나쁘지 않다.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악마들을 사냥하는 집단도 허용 가능하며, 최종 보스로 악마가 등장하는 ‘왕도 스토리’도 가능해 보인다. 

개발팀에 따르면 현재 게임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는 시간은 약 20시간이다. 이어 후속 콘텐츠가 더 많이 준비돼 있다는 후문이다. ‘몬스터 헌터’와 같은 게임처럼 기본 스토리라인을 끝내고 나면 이후에 더 강력한 적과 미션이 등장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 나가는 형태가 기반이 될 전망이다. 

사진 = 네오스트림 개발실
사진 = 니오스트림 개발실

[인터뷰] 35년 꿈 게임에 담다  

탄탄한 게임 개발과 상상력 뒤편엔 오랜 고뇌가 숨어 있다. 개발진들은 장기간동안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몸부림 친 사람들이다. ‘리틀 데빌 인사이드’ 시발점이 이재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면, 니오스트림의 시발점은 이재준 대표다. “1985년도일거에요. MSX도 나오지 않았던 시절인데. 어머니가 갑자기 신기한게 나왔다면서 체험해보라고 저를 보냈어요. 당시 이대에서 컴퓨터 캠프가 있었는데요. 1달 동안 다니면서 컴퓨터를 처음 접했죠. 그때부터 였을 거에요. 게임을 즐기게 된게”

니오스트림 이재준 대표는 흔한 동네 형같은 느낌이다. 어릴 때 골목대장 역할을 할 법한 그런 캐릭터.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동네 방네 다 다녔다고 한다. 동생인 이재혁 크레이티브 디렉터와 방방 곡곡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 개발자가 꿈이 됐다. 

“현실은 그리 쉽지 않더라고요. 언젠가는 꼭 게임을 개발하자 했는데 쉽지 않았죠.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돈도, 능력도 필요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비슷한거 찾다 보니 광고 기획사를 하게 됐습니다.”

게임 영향력 때문일까.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재미’를 담은 광고를 하다 보니 광고 회사는 홍대에서 알아주는 회사로 명성을 쌓는다. 형 이재준 대표는 잘나가는 회사 사장이자 프로그래머로, 동생 이재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가 됐다. 

“회사는 잘나가는데 저희는 목마른거죠. 언젠가는 하자. 하자. 하는데 할 수 없는 거에요. 회사 잘나가고 뭐고 해도 정작 하고 싶은걸 못하니 저희는 답답하죠. 일하면서 틈틈이도 해봤는데 성에 안찼어요. 그렇다고 회사를 한 3개월 쉬자고 하면 클라이언트는 다 떨어질거고. 과감히 결정했죠. 게임 만들기로.”

목마름은 곧 힘이 됐다. 이재준 대표와 이재혁 크리에이티브는 오랜 기간 동안 상상해둔 콘텐츠들을 게임에 녹여 낸다. 35년 동안 쌓아 올린 내공을 집대성한 게임이 바로 ‘리틀 데빌 인사이드’가 됐다. 그렇게 개발된 프로토타입은 모션 하나에도 애정이 담겨 있다. 몇 가지 장면은 그냥 생략할법도 한데 놓치는 법이 없다. 문을 열다 논이 부시면 움찔한다음 눈을 가리고 다시 문을 여는 액션들과 같은 디테일은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디테일이다.

그래픽을 담당한 이재혁 디렉터는 “리얼한 캐릭터들이 리얼하게 움직이면 별 감흥이 없는데, 작은 친구들이 현실적으로 움직이면 ‘오오’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한한 현실적인 움직임을 삽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형제는 용감했다. 둘이서 3년 동안 골방에서 게임을 개발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을터다. 서로 애매모호한 단어로 이야기해도 통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멈블랩’처럼 대화를 할 지경이라니 말 다했다. ‘리틀 데빌 인사이드’가 ‘인디 게임’에 속하는 것도 이들이 보낸 세월 때문이 아닐까. 

게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팀이 확장된다. 지난 2018년에는 이들의 꿈을 현실화할 인물로 이현석 프로듀서가 영입돼 게임 콘텐츠를 쌓아 올린다. 이현석 PD도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넥슨, 엑스엘게임즈와 같은 기업들에서 게임을 개발했으며 ‘리틀 데빌 인사이드’가 마음에 들어 팀에 합류했다고 한다. 상상력을 게임으로 옮기는 일은 역시 쉽지 않은 작업. 그의 터치가 게임을 보다 탄탄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쇼케이스’에서 크게 히트한 ‘트레일러’역시 그의 아이디어가 드러난다. 게임이 ‘과학’과 ‘전설’, ‘일상’과 ‘모험’이 대립되다 보니 이를 보다 극명하게 대립시키기 위해 ‘유머 코드’를 삽입하는 형태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게임 내부에서는 기술적인 완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작업을 맡았다.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한줄기 라인을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각 줄기가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세팅하고 개발 과정에서 최적화를 마쳐 로딩을 최소화한 게임을 즐겨보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현재 니오스트림은 직원 50명 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단 2명이 장시간동안 개발하던 게임에서 중규모 프로젝트가 됐다. 틀이 잡힌 게임에서 프로듀서를 담당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콘솔 게임’이라면 더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콘솔 게임’을 개발한다고 하면 ‘꿈’을 쫓는 사람들이 모인다. 각자 개발 하고 싶은 게임이 있고, ‘뜻’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에게 ‘나’를 포기하고 ‘팀’을 위하는 작업을 지시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다. 게다가 그 작업들이 ‘고난이도’에 소위 ‘노가다(반복 작업)’가 거듭돼야 하고, 디테일 하나에도 신경써야 하는 작업이라면 피로도는 무시할 수없다. 

이재준 대표도 ‘사람’사이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뜻이 달라 함께할 수 없었던 경우도 종종 있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이재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고맙다’했다. 현재까지 뜻을 모아 함께 해주는 직원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다. 

두 사람은 약 7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게임을 개발했다. 장시간동안 개발하면서 ‘가장 잘 개발한 것’을 묻자 개발자들은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일’이라고 답한다. 이들은 이미 꿈을 이뤘다. 그리고 그 다음을 향한다. 이재혁 디렉터는 “퍼블리셔와 협의로 인해 공개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이 세계와 시리즈에서 단편에 불과하죠. 앞으로 생각해 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작품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여러 작품을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밝혔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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