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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1세기 덕스, 소울류 진수 '크로노소드'에 담았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1.10 14:59
  • 수정 2020.11.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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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공개돼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았던 '크로노 소드'가 돌아왔다. 당시 2D판 '다크소울', 2D판 '블러드 본'이라는 별칭으로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작품이다. 데모 버전에서 부터 높은 완성도를 보여 근시일내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던 타이틀이다. 유저들의 기대와는 달리 게임 프로젝트는 묘연하다. 일각에서는 공중분해설마저 대두될 정도로 루머는 심각했다.

본지 취재결과 이들은 여전히 개발을 진행중이다. 아니 오히려 기존 팀원 2명에서 확장돼 총 6명이 현재 프로젝트를 개발중으로 유저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체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철산역 인근에서 21세기 덕스를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크로노소드'는…

21세기 덕스는 지난 2014년 설립된 인디게임 개발팀이다. '마일드&스파이시', '용사는 타이밍', '레이서즈:더트'등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픽셀아트 표현력을 기반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게임을 선보이는 팀이다. 이들이 개발중인 신작 '크로노소드'는 쿼터뷰 형태로 제작된 2D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다. 기본 게임 콘셉트는 '소울류'를 표방한다. 

소위 말하는 기본 몬스터들조차 강력하기 때문에 패링과 회피, 공격 모션 등을 활용해 맵을 클리어 하는 것이 목표다. 길을 연 뒤에 보스전을 치르고, 보스를 쓰러뜨리면 다음 지역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 식이다. 이를 위해 이동동선과 몬스터 위치, 액션 등을 면밀하게 설개해 모든 장면에서 재미 요소를 배치하고 즐길 수 있다.

Q. 오랜만에 인사한다. 근황이 궁금하다. 

A. 엔진을 교체하고 코어를 다시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근황을 공개가 늦었다.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전하는 선에서 인사드리고있다. 킥스타터를 통해 게임을 공개해 펀딩을 받고 있고,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개발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테스트 버전만 놓고 보면 완성도가 충분했다. 그대로 콘텐츠만 쌓아 올리면 좋은 게임이 나왔을텐데, 생각보다 시간이 지연되는게 아닌가. 

A. 개발을 하다 보니 최적화 과정이 필요했다. 기존 버전은 픽셀 그래픽에 3D그래픽 효과를 쌓아 올리다보니 무거웠다. 닌텐도 스위치에 게임을 얹어 본 결과 30프레임도 겨우 나와서 바꿀 필요가 있었다. 액션게임에서, 특히 소울류에서 프레임이 낮은 점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엔진을 아예 갈아 엎었다.
유니티를 쓰긴 했지만 2D게임 지원이 잘 없어 표현을 하려고 자체 솔루션을 많이 추가했다. 그렇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결과적으로는 퍼포먼스가 많이 올라갔다. 지금은 저사양 노트북에서도 200프레임으로 돌아가고,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60프레임 이상 안정된 스펙에서 돌아간다.

Q. 게임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크로노 소드'는 액션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패링하거나, 구르고, 상대 공격에 맞춰서 빈틈을 찔러넣는 스타일이 매력적이다. '블러드 본'같은 게임과 유사하다고 봐도 되나. 

A. 그런 면도 있다. 테스트를 해주시는 분들 반응이 그 쪽으로 많이 기운다. 아무래도 데모 배경이 어두컴컴하다보니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다크 소울'을 표방하는데. 기본적으로 저(이정희 대표)포함 개발진들이 '다크소울'과 같은 소울류 마니아라서 그렇다.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소울 감성'을 표현해 보고 싶어서 게임을 개발했다. 하드코어 '소울류'게이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을 게임에 담고자 노력했다. 

Q. 데모 버전은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칼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게 느껴진점이 인상깊다. 함부러 달려들었다가 죽기 십상인 게임인데.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오지 않았나. 

A. 반응이 엇길리는 편이다. 너무 쉽다고 하는 분들도, 너무 어렵다고 하는 분들도 공존한다. 하드코어 소울 유저 기준으로 기본 플레이타임은 10시간이 걸리도록 설계했다. 그 정도면 어렵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본다. 소울류를 처음 하시는 분들의 경우 그보다 플레이타임이 두 세배 이상 길어질 거라고 본다. 한 20시간에서 30시간은 충분히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즐기실만한 요소들을 넣는게 중요하다고 보고 현재 난이도를 대폭 낮춰둔 상태다. 꾸준히 피드백을 받아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Q. 새롭게 추가된 부분도 많다고 들었다. 

A. 최적화 과정을 통해 게임이 가벼워 지면서 스펙이 올라 갔다. 오픈 월드 맵 구조를 완성할 수 있어 숨겨진 요소들을 배치할 수 있었다. 원래는 지나다니기 어렵고, 눈치채기 어려운 길인데 잘 찾아 보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이 것으로 탐험하는 재미를 늘리도록 준비했다. 스피드런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한 길을 배치하기도 했고, 숨겨진 요소들이 게임에 많이 배치되도록 만들었다.

시나리오면에서는 게임을 좀 더 몰입감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멀티버스에 시간여행 기믹을 삽입하고 초반부터 게임을 하시는 분들이 스토리라인에 몰입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주인공과 함께 했던 은사들이 사라져, 이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형태가 근간이다. 그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 가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이다. 

Q. 지라운드를 통해 게임을 테스트한다고 들었다. 현재 반응은 어떤가. 

A. 행사에서 게임을 전시하고 테스트를 진행해 보면 단점이 있다. 전시된 게임을 테스트 해보시지만 개발자에게 피드백을 주려고 하시는 분들은 잘 없다. 그런데 지라운드를 통해 테스트 해다 보니 보내주시는 분들 피드백이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피드백은 한 분이 20개 이상 버그 리포트를 보내준 분이 계신다 . 데모 버전에서는 갈 수 없는 길을 어떻게 비비고 들어가서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려준 분이 계신다. 막는다고 막았는데 틈이 있었던 모양이다. 단순히 버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고 일일히 영상을 찍어 남겨주셔서 더욱 인상깊다. 

Q. 그럴만하다. 워낙 데모 버전에 호평이 많았고, 게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을법하다. 재미있으니 파고드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퍼블리셔들의 러브콜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A. 데모를 처음 공개할 당시 30군데 이상 퍼블리셔 여러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지금도 연락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사실 그 때(데모 공개)까지는 데모를 완성하는데 집중했고, 이후에 엔진을 교체할 예정이어서 적극적으로 논의를 드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엔진을 교체하려면 장시간이 걸린다. 퍼블리셔 여러분들은 당장 게임을 발매하고 싶어 하고. 그래서 연락주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게 됐다. 많이 밀렸다. 기대려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Q. 오히려 지금이 찬스 아닌가. PS5도 론칭한다고 하고, 클라우드 게임에 각 퍼블리셔들이 신작을 찾아 혈안이 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콘솔 게임을 하는 기업들도 많지 않은가.

A. 저희 같은 소규모 회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다. 킥스타터 론칭할때도 바로 할로윈이 있었고, PS5 엑스박스 출시되고, 크리스마스에 신년시즌까지 이어지는 시즌이다. 여러가지로 게이머 여러분들이 인디게임에 관심을 쏟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행히 지금 론칭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뒤에 론칭하니까. 그 때 가서 상황을 봐서 좀 더 해봐야할 것이다.

Q. 1년 뒤라면, 남은 작업은 무엇을 할 예정인가. 

A. 일단은 콘텐츠를 확보해야한다. 지역만들고, 보스만들고, 스토리 적용하고 대사연출 넣고. 재미 검증하고. 이런 작업들이 끝나고 나면 성우를 적용하고, 효과음 교체하고, 음악 마무리하고 번역 해야하고, 조작 옵션 만들어야 하고. 할일이 너무 많다. 

Q.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여쭤 보면 같은 게임 2~3년 게임 개발하는게 답답하다고 한다. 론칭 타이밍이 늦어 지면 시대에 뒤쳐지는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시더라. 이정희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저는 반대로 인디 개발자로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 보여드리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 시대나 유행에 뒤쳐질까 걱정은 없다. 사업적인 시즌을 놓칠 수는 있다. 올해나 작년말에 '크로노 소드'가 나왔다면 애플 아케이드를 선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회는 많을 텐데. 인디 개발자로서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을 완성하는 일이다. 애플 아케이드에 론칭하는 대신 퀄리티를 희생하라는 선택을 하라고 하면 저나, 저희 팀은 그렇게 하지 않을것이다.

Q. 다른 면에서 보면 '인왕2'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같은 작품들 이후에 소울류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망자' 들이 '토하는 상황'아닌가. '데몬즈 소울 해야하나?'하면서 다들 할 게임을 찾아 떠돈다. '크로노 소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터다. 이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A. 저도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엘든링'을 기다리고 있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우리 게임은 현재 지라운드 통해서 데모 버전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다. 지금 킥스타터 펀딩을 하고 있는데, 리워드로 데모를 따로 드릴예정이다. 데모 버전에서는 시나리오가 추가 되고, 어느 정도 코어 플레이를 즐겨볼 수 있는 버전이 될 것이다. 올해말 경에는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푸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사실 21세기 덕스는 꽤 잘나가는 회사 아닌가. 이미 히트작도 있고 자금적 여유도 있을텐데. 킥스타터가 갖는 의미가 있는가. 

A. 21세기 덕스 팀은 부부개발팀이었다. 부부가 할 때는 둘이 벌어서 한집이 먹고 살면 되니까. 굉장히 '경제적'인 구조였다. 한 집 생활비만 벌면 인디게임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구도다. 지금은 내부에 4명이 있고, 해외에 2명이 있어 합쳐서 6명이 개발중이다. 더 충원 계획도 있다. 내년에 최대한 퀄리티를 만들어서 선을 보일려면 지금 갖고 있는 자금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자금이 부족한 상태가 되면 사업적으로 안좋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 킥스타터를 하는 것. 또 다른건 계속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하다 보니까 '얘네 죽은 거 아냐'이런 이야기도 있어서.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Q. '크로노 소드'가 잘되면 3D로 소울라이크가 나오는 것인가?

A.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3D게임은 3D게임으로 내야 하는 퀄리티 노하우가 다르다. 플레이어 기대치도 다르다. 최근 '모탈 쉘'이 나왔는데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지만 일부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모든 게임은 '이 게임이 인디게임이니까 이렇게 봐줘야지'가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같은 게임들과 같이 비교하지 않는가. 2D게임인가, 3D게임인가 상관없이 모든 게임과 경쟁한다는 마음으로 개발한다. 그렇다면 3D 게임을 개발했을때 경쟁할 수 있을까. '모탈 쉘'도 실패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3D는 어렵지 않을까. 

Q. 다른 시각에서 보면 2D도 개발 난이도가 높다. 채워 넣기도 어렵고.

A. 반대로 보면 2D 만들기 진짜 힘든데. 지금 저희 만큼 잘 만드는 회사가 많느냐 하면, 또 아니라서 저희 만의 장점이 있다. 

Q. '크로노 소드'를 개발하면서 목표가 있다면. 

A. 이 게임이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플레이했을때 강렬한 경험을 얻고. 플레이가 끝났을때도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 그런게 욕심이 아닐까.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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