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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불공정한 룰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11.0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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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86호 기사]

필자가 아주 어린 시절 읽었던 인상 깊은 우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제목과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간단하게 줄거리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한 마을에 목수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동네 양반이 나막신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의뢰를 한다. 그 목수는 정성스럽게 다듬고, 아름다운 무늬까지 넣어 공을 들여 나막신을 만들었다. 그 양반은 그 나막신이 아주 마음에 들었으나, 값이 너무 비쌀 것을 걱정됐다. 그래서 꾀를 내어 목수에게 예로부터 나무로 만든 목기는 그 안에 들어가는 곡식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나막신 안에 들어가는 곡식만큼을 그 값으로 지불했다.
목수는 아무 말 없이 아주 적은 곡식을 값으로 받아 돌아갔다. 얼마 후 그 양반이 다시 말에게 먹이를 주는 말구유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의뢰를 하였다. 목수는 아주 큰 나무를 구해 큰 말구유를 만든 다음 양반에게 말구유에 들어갈 만큼의 곡식을 비용으로 청구했다. 양반은 화를 냈으나, 목수는 예로부터 나무로 만든 목기는 그 안에 들어가는 곡식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배웠다고 말했고, 양반은 어쩔 수 없이 그 비용을 지불했다.

최근 한 자산운용사의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부정한 청탁 로비 관련 발언이 각종 언론의 메인 뉴스로 도배됐다. 그 사건 자체는 법과 양심에 따라 우리나라 수사 기관과 사법부가 잘 판단해줄 것으로 믿으려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발언을 언론이 내용에 따라 다르게 정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언론의 논조와 일치하는 이야기를 할 때는 중요 인물의 중요 발언이라고 말하고, 일치하지 않는 이야기를 할 때는 범죄 피의자의 믿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말하는 언론은 신뢰할 수 없다.

무척 플레이하기 불편한 게임들이 있다. 혹은 게임 속 대결에서 졌는데, 패배를 인정하기 어려운 게임이 있다. 플레이가 불편한 게임은 보통 게임 내 인터페이스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팝업창을 닫는 버튼이 좌측 상단에 있고, 어떤 경우는 우측 상단에 있는 것처럼 일관성이 떨어지는 인터페이스는 이용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또한, 대결의 결과를 인정하기 어려운 게임은 규칙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시간 공들여 키운 캐릭터가 짧은 시간에 많은 비용으로 좋은 아이템을 도배한 캐릭터에게 허무하게 패배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임의 규칙이 잘못 디자인된 것이다. 디자인이 잘못된 게임은 그 상태로 게임의 불편함과 공정성을 개선할 수 없다. 룰 자체를 바꿔야 게임이 개선된다. 요즘 주요 일간지 신문 기사를 보면 룰을 바꿔야 할 것이 불편한 게임만은 아닌 것 같다.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국내 언론을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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