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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울고 웃은 ‘조 바이든’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1.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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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은 올해 1월 실리콘 밸리 게임 개발자들을 ‘살짝 불쾌한(사람들)’이라고 표현해 곤혹을 치렀다. 실리콘 밸리 게임 개발자들과 게이머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서면서 그는 연신 사죄 멘트를 해야 했다. 

사건 배경은 이러하다. 조 바이든은 한 토크쇼에서 게임 개발자들을 만난 이야기를 꺼냈다. 조 바이든은 개발자 미팅 당시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 중 한명을 ‘살짝 불쾌(Little Creep)’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유는 그 개발자가 개발한 게임이 ‘사람들을 죽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임’이며, ‘개발자 스스로 예술가’라 불렀다는 이유다. 또, 개발자들이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경제 엔진이며, 우리가 게임개발자’라고 이야기한 부분을 ‘오만하다’고 표현하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발언이 나간 뒤 조 바이든은 대대적인 역풍을 맞았다. 오만한 것은 ‘개발자’가 아니라 ‘바이든’이라는 반응이다. 상식선에서 게임이 차세대 산업으로 성장곡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영화를 비롯한 기성 문화 시장보다 3배 이상 규모가 크다. 개발자들은 예술가 대우를 받으며, 수 백에서 수 천만명 팬들을 보유한 예술가다. 그들을 무시하는 순간 당연히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를 깨달은 바이든은 정정보도를 내고 수습에 나섰다. 바이든이 “‘오만하다’고 지칭한 것은 게임 개발자 전체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전후사정이야 어떻든 조 바이든은 잘못된 인식과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 했을 터다. 

고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고 했던가. 조 바이든도 위기를 역이용했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캠프 디지털팀은 게임을 적극 활용해 홍보에 나선다. ‘동물의 숲’에서는 ‘조 바이든’ 섬과 굿즈들을 배포했다. 10월에는 ‘피파’시리즈에 광고판을 샀으며, ‘포트나이트’를 활용한 광고를 진행했고, 로블록스를 활용하는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전개된다. 동시에 한 디지털 마케팅 기업과 협의해 게임 방송에 ‘조 바이든’을 노출했다.

결과론적으로 바이든은 당선인이 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Z세대들이 대거 선거에 참가했다. 18세에서 29세 유권자 참여율이 지난 2016년 대비 8% 성장했다. CIRCLE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시건주 기준으로 18세~29세 유권자들 중 62%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그들을 공략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한 대선 전략은 결국 맞아 떨어진 셈이다. 

조 바이든은 이제 칼자루를 쥔다. 앞으로 날선 정책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당장 WHO 게임 질병 코드에서부터 출발해 한-중 무역갈등, PC논란, BLM 등 수 많은 논란이 게임 업계에 산재해 있다. 바이든은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할 장본인으로 신중해야 한다. 게임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그야 말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일터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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