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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업G] ‘웬즈데이’ 정식 출시, “아픈 역사 다룬 게임. 유저들에게 감동과 성취감 안기겠다”

  • 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0.1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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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과거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전쟁범죄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이 정식으로 유저들을 마주한다. 초기 기획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된 ‘웬즈데이’다. ‘웬즈데이’를 개발한 겜브릿지는 전쟁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한편,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메시지 전달, 게임성 부문의 재미를 함께 아우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던 이들, 게임의 출시일을 맞이하며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이하 도), 김해인 기획자(이하 김)와 시나리오를 담당한 황유정 작가(이하 황)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는 QA 전문.
 

▲ 좌측부터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 김해인 기획자, 황유정 스토리 작가(사진=겜브릿지 제공)

Q. 일본군의 전쟁 범죄,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도.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신 故 김학순 할머님의 증언일이 1991년 8월 14일 수요일 이었습니다. 그 후로 매주 피해자분들이 수요집회를 이어오고 계시고, 이런 노력으로 2017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날을 기리기 위해 ‘수요일’ 이라는 뜻의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Q. 위안부 피해자라는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 쉬운 민감한 이슈다. 게임에서 풀어내는데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데, 어떤 고민이 있었고, 어떻게 풀어나가고자 했는가?
황.
‘웬즈데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를 포함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처음 웬즈데이를 기획할 때 다짐했던 것이 ‘피해자에게 누가 될 게임이라면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슬픈 이야기이고,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역사이기에 한층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이를 위해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사료를 찾아보며 역사 고증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말초적인 자극이나 피해자분들께 누가 될 수 있는 표현은 철저하게 배제했지만, 인터랙티브 콘텐츠로서 게임이 가져야 할 재미는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Q. 역사적 사실을 다룬 게임인 만큼, 철저한 고증이 필요했을 것 같다.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고 게임에 녹여낸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이야기 부탁드린다.
황.
고증의 경우 국내에 출간된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증언집을 모두 읽는 것을 시작으로, 관련 주제의 논문과 국가보고, 학술저널들을 통해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 외 관련 내용의 서적, 신문, 인터뷰, 뉴스 자료도 참고하였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외국이고 다양한 국적의 피해자들이 등장하기에 우리나라만이 아닌 외국의 사례들도 공부했고, 일본군이 자행했던 미군 생체 실험에 대한 정부보고나 과거 인도네시아 잡지사가 출간했던 ‘위안부’ 피해자 특집호 등 해외 기사와 출판물도 참고하였습니다.
이러한 고증을 바탕으로 구성된 게임 속 ‘순이 할머니의 서재’는 과거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서 모아온 단서들을 현대의 서재에서 해석하며 순이 할머니는 점차 진실에 다가갑니다. 그 과정에는 추리와 모험 요소가 담겨있고, 적절한 아이템 사용과 은신, 퍼즐을 통해 유저가 몰입할 수 있게끔 기획하였습니다.
 

Q. 웬즈데이는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수용소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섬 '사트긴 섬'에 있는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암바라와 수용소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황.
암바라와 수용소는 인도네시아에 있지만, 우리나라 독립열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한국인 피해자 13명이 끌려와 모진 고난을 당했던 위안소 건물은 현재 관광객 화장실로 쓰이고 있습니다. 추후 인도네시아에서는 암바라와 수용소를 동양의 콜로세움으로 개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되면 위안소 건물은 사라질 위험이 높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이 서린 위안소 건물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기록하고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게임의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웬즈데이에서는 조선인 군속들에 대한 내용도 비중있게 다루어지는데, 이 군속들이 이역만리에서도 ‘고려독립청년당’을 꾸려 독립운동을 했던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특히 암바라와에서는 3인의 당원들이 의거를 일으켜 장렬히 전사하기도 했습니다.

Q. 특별히 모티브가 된 사건이나 배경이 있는가? 한편으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녹여낸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황.
모티브가 된 사건은 많습니다. 고 김복동 할머님의 증언에서 발췌한 강제 채혈, 호박에 주사를 놓는 엉터리 간호훈련, 얀 루프 오헤른 님의 증언에서 발췌한 자발적인 삭발, 동료들의 이름을 적었던 손수건, 자신이 끌려갔던 섬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던 고 이복순 할머님의 사연(사후 트럭섬으로 끌려가셨던 것으로 밝혀짐), 고증 작업하며 여러 건 접했던 위안소 화재 기록, 고려독립청년당의 기록과 암바라와 의거, 중국 농안과 신징 지역에서 실시되었던 생체실험에 관한 논문 등등 웬즈데이에 나온 많은 사건과 소재들은 80% 이상이 역사적 사건과 증언 속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고증을 하면 할수록 당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현실의 참혹함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나라한 피해사실 묘사는 오히려 그분들께 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제하기도 했습니다.
 

Q. 주인공이 타임리프를 하며 과거를 바꾸고, 그에 따라 현재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는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타임리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황.
당시 여성들이 처했던 절망적인 환경을 타개할 장치로 타임리프를 선택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과거와 현대를 오가게 된다면, 그가 취할 수 있는 정보량은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미래에서 가져온 정보와 외국어 능력을 무기로 탈출을 도모하는 ‘순이’ 캐릭터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타임리프라는 설정은 게임 내에 역사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절망적인 과거를 희망의 미래로 연결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설정이었습니다.

Q. 스토리텔링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황.
웬즈데이의 타임리프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한 번 타임리프를 할 때마다 하루씩 뒤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첫 타임리프로 돌아간 과거가 1월 7일이었다면 그 다음에는 1월 6일로, 그 다음번에는 1월 5일로 돌아가게 되는 식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스토리상에 헐거워지는 부분이 없도록 촘촘한 타임라인과 트리트먼트를 먼저 작성했고,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을 때도 타임라인 엑셀 창을 띄워 놓은 채 집필하였습니다.

Q. 웬즈데이는 메시지를 담은 게임인 만큼 엔딩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을 거 같은데, 엔딩을 만드는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황.
끝까지 게임을 플레이해준 유저들에게 감동과 성취감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덧붙여 젊은이들이 이어받아야 할 역사적 책무에 대해서도 환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횡스크롤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 장르로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황.
저희는 한 편의 영화처럼 웬즈데이를 표현하고 싶었고 추리와 퍼즐, 은신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맞는 장르로 횡스크롤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 장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타임리프라는 소재에 있어서는 여타의 게임들보다는 웹소설이나 드라마의 영향을 좀 더 받은 것 같습니다.
게임 컨셉 아트를 잡을 때 영향을 준 게임은 ‘반교’와 ‘인사이드’였습니다. 특히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게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인 ‘반교’는 저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공포 게임인 ‘반교’와 ‘웬즈데이’의 지향점이나 스토리 표현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게임 플레이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 또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Q. 국내 이용자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해당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해외에 관련 내용을 알릴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 현재 영어는 지원이 예정되어 있는데, 향후 추가적으로 언어를 지원할 계획이 있는가?
도.
중국, 일본, 유럽 3개 언어 등 추가 언어 번역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꾸준히 추가 언어 지원과 업데이트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알려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외 게임쇼, 게임 컨퍼런스, 미디어 등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Q. 게임 외적으로 해외 이용자들에게 위안부 관련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 있는가?
도.
저희가 참고한 고증자료들을 모두 레퍼런스로 달아놓았습니다. 그래서 관심이 생간 분들이라면 충분히 관련 자료를 검색하실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향후에 필요하다면 설명집 등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다양한 플랫폼 중 스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향후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할 계획도 있는지 궁금하다.
도.
글로벌에서 가장 많은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고, 스토리 어드벤처 장르가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에 스팀을 선택했습니다. 서비스를 하면서 21년에는 모바일 버전도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Xbox 게임 패스 등 콘솔도 기회가 된다면 서비스하면 좋겠습니다.

Q. 텀블벅 펀딩부터 게임 출시 전에 진행한 비플러스 대출형 펀딩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많은 플레이어의 지지 속에서 게임을 출시하게 됐다. 현재의 소감은?
도.
웬즈데이는 총 2차례의 펀딩을 통해 약 1억 4천만 원을 투자 받았고, 텀블벅에서는 3,551명의 후원자님들이 힘을 모아주셨습니다. 제가 알기로 올해 7월 기준 국내 게임 크라우드펀딩 사상 최다후원자 수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10대~20대 분들이 80%이상 후원을 해주셔서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들 힘든 시기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없었다면 웬즈데이 같은 게임을 만들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국내 젊은 게이머분들이 바라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서 더 힘을 받은 것 같습니다. 출시 후에도 계속 업데이트해서 좋은 게임으로 남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Q. 지난 9월 16일부터 27일까지 후원자를 대상으로 CBT를 진행했다. 당시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자세히 듣고 싶다.
김.
  CBT이후에 가장 많이 수정된 것은 선택지 시스템과 은신입니다. 선택지 시스템은 CBT이전과 달리 정답과 오답에 따라 페널티를 부과하였으며, 게임을 좀 더 긴장감 있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변경되었습니다. 은신의 경우 좀 더 어려워지고 게임을 직접 조작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도. 아직 버그도 있었던 CBT 버전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평가를 해주신 테스터분들 덕분에 창업 후 처음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스트 리뷰는 저희 개발팀이 항상 담아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황.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CBT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따뜻한 응원의 말씀을 남겨주셔서 정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시나리오를 세밀하게 보시고 칭찬을 남겨주신 분들이 많아서 작가로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테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Q. ‘웬즈데이’의 시나리오와 관련해 영화사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다. 영상화 계획이 있는지, 혹시 진행 중이라면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도.
작년 KBS 뉴스 보도 이후 중국의 한 영화사에서 웬즈데이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셔서 검토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제작 스케줄 변동이 불가피해져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저희도 반교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게임 출시 후 평가를 보면서 영화 제작사와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단순한 역사적인 사실을 알리는 교육용 콘텐츠의 역할을 하려는 것인지, 제작진이 의도한 다른 측면이 있는가?
황.
역사 고증 및 아카이빙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말초적인 자극은 배제하였기에 교육용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역사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플레이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웬즈데이의 기본은 게임성과 재미를 갖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을 통해 전쟁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한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 인게임 적으로는 교육적인 측면과 게임적인 측면을 함께 가져가려고 애썼습니다. 순이가 미래의 정보를 과거로 가져가는 게임 구성중 하나인 책장과 수첩의 시스템은 그 자체로 스토리를 이해하는 재미로써의 역할도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아카이빙 하는 측면을 지니기도 합니다.

Q. 출시 이후의 성과 목표는 어떻게 되는가? 또, 흥행 성적이 아닌 다른 의미의 목표도 알고 싶습니다.
도.
게임 개발자로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투입된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회수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 받게 될지 두렵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이고 다음 작품을 위해 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획된 언어 지원과 모바일 등 플랫폼 확장을 하면서 계속 유저 분들의 의견을 듣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 유치, 인재 영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Q. 웬즈데이를 기다리던 플레이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린다.
도.
게임을 통해 감동을 드릴 수 있는 게임 스튜디오로 성장해보겠습니다. 응원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매주 수요일은 웬즈데이 플레이 하는 날로 삼아주세요! 감사합니다.
황. 지금까지 성원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만들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특히 텀블벅 후원자님들, 비플러스 투자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없던 게임을 보다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함께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김. 게임적으로 좋은 플레이 경험을 드리기 위해 많이 힘썼습니다. 많이 플레이 해주세요!

 

[경향게임스=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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