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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밖에 없나요?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2.08 13:40
  • 수정 2020.12.0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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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회사는 사료를 풀어라’

한 모바일게임 온라인 간담회에서 유저들은 회사를 향해 이 같이 외쳤다. 사료라 함은 일종의 보상으로 성장을 위한 자원들을 의미한다. 자원이 사료가 된 배경은 이러하다. 모바일게임 유저들은 스스로를 ‘흑우’라 칭한다. 속된 말로 ‘호구’와 유사한 개념. 맹목적으로 게임을 즐긴다는 말을 희화한 표현이다. 스스로를 ‘흑우’라 표현하니 이들을 살찌울(육성) 재료들은 ‘사료’다. 게임사들에게 ‘사료’를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같은 용어는 이제 모바일게임 전반에 퍼져서, 보상으로 ‘사료’를 요구하는 문화가 이제 팽배하다. 게임이 점검에 들어갈때도, 버그가 생겼을 때도, 이벤트를 할때도 ‘흑우’는 ‘사료’를 원한다. 게임사들도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료’를 주기 위해 일부러 점검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들리니 할말 다했다. 

현재 대다수 모바일게임들은 숫자에 치중한다. 캐릭터 외형을 정한 다음 모든 수치에 N을 더하거나 빼는 것으로 밸런스를 잡는다. 유저들도 이에 만족하는 듯 숫자로 모든 것을 이야기 한다. 그렇기에 그들 스스로를 ‘흑우’라 부른다. 재미도, 보상도 보두 숫자를 향해 있다. 최근 게임 업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단면이다. 

시야를 조금 돌려 보면 다른 그림도 있다. 최근 발매된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의 한 장면에서 주인공은 커다란 연회장에 소환된다. 주변엔 NPC들이 가득한데, 주인공을 향해 박수를 친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우리를 이끌어 달라. 수 많은 NPC들이 주인공을 향해 소리를 지르더니 달려 나간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같이 달려 나가다 보면 눈 앞에 전장이 펼쳐져 있다. 묘한 기분과 함께 적들을 학살한다. ‘응원’과 ‘칭찬’, ‘명성’이 보상이다. 

지난해 GOTY수상작 ‘데스 스트렌딩’은 행동을 하면 ‘좋아요’를 받는다. 길가다가 다리를 건설하면, 이 위를 지나다니는 게이머들이 자동으로 ‘좋아요’를 보낸다. 얼굴 한 번 마주칠 수 없지만 게이머들이 보낸 ‘좋아요’가 만족으로 다가온다. 더 많은 게이머들이 자신의 시설을 지나다닐 수 있도록 건설하며, 타 게이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이 시스템을 확장해 개발진은 난이도가 어려운 구간에서는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넣기도 하고, 적이 등장하는 시점에는 서로에게 알려주도록 설계했다. ‘좋아요’는 상대를 도운 횟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보내는 감사 인사이며, 이 감사 인사가 보상이다.

국내 게임 업계도 바뀔 필요가 있다. ‘사료’대신 ‘칭찬’, ‘명성’, ‘감사’와 같은 보상을 주고, 나아가 ‘감동’을 선물한다면. 게이머들은 더 이상 스스로를 ‘흑우’라 부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가 한 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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