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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영웅 기사왕과 악덕군주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0.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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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88호 기사]

아주 먼 옛날 아주 먼 나라에 아주 평범한 귀족 영주가 있었다. 귀족 영주는 주민들에게 아주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자신이 마음대로 법을 정하며 법을 지키지 않는 주민들을 혹독하게 대했다. 사람들은 주변의 모든 귀족 영주들이 똑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이웃나라 평민 출신 기사가 전쟁에서 승리해 왕이 됐다. 그 기사왕은 자신의 영토를 더욱 넓히고 싶었다. 그래서 군대를 이끌고 마을을 공격했다. 기사왕의 군대는 귀족 영주의 군대와 목숨을 걸고 싸웠다.

마침내 기사왕은 전쟁에서 승리하였고, 귀족 영주를 몰아내 그 땅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새 주인이 된 기사왕은 자신의 나라와 동일하게 주민들의 세금을 낮추고, 동일한 법을 공표했다. 새로운 법은 이전 법보다 관대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왕을 칭송했고, 이전 영주를 몰아내기 위한 싸움을 기리며, 그를 영웅으로 불렀다.
시간이 흘러 귀족 영주가 다스리던 시절은 서서히 잊혀졌다. 사람들은 낮춰진 세금도 높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목숨을 걸고 싸운 이야기는 잊어버렸고, 하는 일 없이 세금만 받는 왕이 이전 영주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법을 어겨 추방당한 몇몇 범죄자들은 지금의 왕도 이전 귀족 영주와 다르지 않다고 헐뜯었다. 재산이 많은 상인들 또한 낮아진 세금조차 아까워 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함께 왕을 비난했다. 법률가들은 법의 작은 오류까지 찾아내어 법 자체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이전의 법이 더 완벽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소문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사왕이 아주 부도덕하고, 착취한 세금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는 나쁜 사람이며, 귀족 영주는 피해자라고 떠들고 다녔다. 이웃 마을 영주들은 평민 출신 기사왕이 싫어서 소문을 더욱 부풀렸다. 이제 기사왕은 영웅이 아니라 착취하는 악덕 군주로 불려졌다. 사람들은 기사왕을 찾아가 시위했고, 이웃 마을 영주들은 더 항의하면 세금을더 낮춰줄 것이라며 사람들을 부추겼다.
자신의 나라까지 시끄러워질 것이 걱정된 기사왕은 군대를 이끌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마을에 영주는 사라졌다. 얼마 후 이웃 마을에 숨어서 사람들을 부추기던 예전 귀족 영주가 다시 돌아왔다. 세금은 다시 높아졌고, 귀족 영주의 편에서 이야기하던 상인과 법률가, 소문꾼은 큰 상을 받았다. 마을은 예전으로 돌아갔고, 영주에게 시위하는 것도 불법이 되었다.

여러 가지 모습이 생각나는 이야기이지만, 최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수수료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서 생각난 이야기다. 사실 사람들은 세금이 조금 더 낮아지길 바란 것뿐 이었는데 말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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